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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 조퇴인데, 병원 가라는 말이 웬 말이냐?"

[공공의월경, OO이필요해] 모든 여성은 안전하게 월경할 권리가 있다

등록 2021.06.30 18:15수정 2021.07.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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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는 5월 25일부터 6월 18일까지 온라인에서 월경 말하기 '공공의월경_OO이필요해'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본 캠페인은 모든 여성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월경할 권리와 필요한 공공정책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캠페인 참여자들이 나눈 월경 경험과 월경에 대한 공공정책을 기고를 통해 소개합니다.[기자말]
시민들은 월경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요? 또 어떤 측면의 변화를 가장 원하고 있을까요? 다양한 답변 중에서 월경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여성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생리대를 달라고 하면 목소리를 낮추라는 소리를 듣는다", "학교에서 생리대를 꺼내서 손에 들고 있었는데 혼이 났다"는 등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월경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생리대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사회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월경으로 인한 신체적, 정서적 어려움을 공감해주는 사회가 필요하다", "월경이 여성성을 부여하거나 상실한다고 보는 시각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등의 월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월경의 문화 및 인식 개선에 대한 캠페인 참여자의 의견 ⓒ 소셜미디어 갈무리

 
이런 이야기의 배경에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월경을 조심스럽고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며 개인의 사적인 영역으로 다루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들은 초경을 시작하면서부터 이제 진짜 여자가 되었으니 몸가짐을 조심히 하라, 사용한 생리대를 잘 처리해야 한다는 등의 조언을 듣게 됩니다.

이런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안에서 여성의 월경은 '월경'이 아닌 '그날', '마법' 등의 에둘러 말하는 언어로 이야기되고, 그마저도 귓속말로 말해야 하는 조심스러운 영역으로 존재합니다.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내 신체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이야기하고 이해하며, 사회적으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월경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자들도 함께 알자

학교에서는 월경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운동본부가 2020년에 청소년 91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청소년의 92.3%는 학교에서 월경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월경 및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얻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6.1%에 달해, 교육의 부족으로 출처가 불확실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본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은 "남성들은 월경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월경을 한 달에 딱 하루만 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학교에서 남학생들에게도 정확한 월경 교육이 필요하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남녀 모두 월경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 남성들의 월경에 대한 성인식 부족 현상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줄이기 위해 월경의 통증경험키트, 생리대키트를 한 시간 만이라도 착용하게 하면 좋겠다" 등의 응답을 했습니다.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월경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녀 모두 월경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더욱이 남성들은 월경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학교나 사회에서 월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를 높이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월경 및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어디서 얻나요?'에 대한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설문결과 ⓒ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일회용 생리대 외에 월경컵과 탐폰 등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생리 진통제 종류와 복용법 등의 교육이 필요하다" 등의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생리대는 패드 형태의 일회용 생리대입니다. 패드 형태의 일회용 생리대 외에도 질 내에 삽입해서 사용하는 탐폰, 세탁해서 사용할 수 있는 면월경대, 한 개를 구매하면 몇 년간 사용할 수 있는 월경컵 등 다양한 월경용품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월경용품이 존재한다는 정보를 얻지 못해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와 사용법 등에 대한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 많은 정보들이 전달된다면 여성들이 자신에게 맞는 월경용품을 시도해보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질 것 입니다.

저렴한 생리대를 안심하며 쓰고 싶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월경용품은 패드형 일회용 생리대입니다.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에 대해서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매달 대략 5일간 보통 4시간마다 갈아야 하는 것에 비해 생리대의 안전성은 너무 낮다. 누구나 안전하게 생리대를 쓸 수 있도록 높은 기준으로 생산되어야 한다."
"평생 쓸 생리대인데 안전하고 괜찮은 품질로 만들어 달라."
"생리대 발암물질 안심할 수 있게 원료, 전성분 공개 필수법안 제정하라."


2017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이슈 이후에 많은 여성이 생리대를 구입할 때 성분의 안전성을 염려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생리대는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고 생리 기간 내내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여성들이 발암물질이나 유해물질 성분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할 것 입니다.

환경부는 일회용 생리대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평가' 본조사 결과를 올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안전성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월경용품 가격완화에 대한 캠페인 참여자의 의견 ⓒ 소셜미디어 갈무리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 문제와 더불어 함께 나오는 많은 이야기는 생리대 가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생리대 부담이 너무 크다. 가격을 낮췄으면 좋겠다."
"기업의 생리대 가격으로 인한 폭리를 조절해야 한다."
"다양한 월경용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매장들이 생기면 좋겠다."
"생리용품 가격을 완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여성이 한 달에 일주일씩, 10대 초중반부터 50대 전후까지 생리를 하는데 생리용품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 기간이 최소 40년인데 그동안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저소득층 여성들은 이 문제에서 특히 더 취약하다고 절대 무시 못할 문제이다."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들은 매 달 한 팩 이상의 생리대를 구매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국의 생리대 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가장 높습니다. 매달 생리대를 구매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생리대 가격은 비단 저소득층 뿐 아니라 모든 여성들에게 부담스러운 지출임이 틀림없습니다. 여성들이 안전하고 저렴한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생리대 가격과 유해물질 기준에 대한 규제 방안이 필요합니다.

생리휴가제와 생리공결제가 필요한 이유
 
 

생리휴가제 및 공결제 인식조사 ⓒ 오드리선

 
생리휴가제와 생리공결제의 시행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오드리선이 2020년에 여성 410명을 대상으로 생리휴가·공결제 사용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생리통 경험자는 98%에 달했지만, 생리휴가·공결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22%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생리휴가·공결제를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의 눈치가 보여서(27%)', '주변에서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24%)' 였습니다. 본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은 "눈치 보지 않고 월경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리통 때문에 아프면 쉬고 싶다. 매달 약 먹어가며 버티고 싶지 않다", "생리휴가를 마음대로 못 쓴다. 월경 중이라고 말하면 면봉에 피 묻혀오라고 해서 불쾌했다" 등과 같은 직장에서의 생리휴가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월경 조퇴에 병원을 가라는 말이 웬 말이냐? 눈도 못 뜨게 아프니까 쉬고 싶다. 서류가 필요 없는 월경 조퇴가 필요하다", "월경 조퇴할 때 병원진료증을 가져오라고 하더라", "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생리공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생리공결제 이용에 대한 응답을 했습니다.

참여자들의 경험을 보면 생리휴가제와 생리공결제 제도가 실제적으로 이용하기에는 눈치가 보여 이용할 수 없거나, 자신이 월경을 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경험들을 하고 있습니다. 생리통이 심할 때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그때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월경을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고, 심지어 생리혈을 증거자료로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은 여성 인권을 침해하며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생리통으로 인해 직장 업무나 학교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이 생리휴가제 및 생리공결제를 정당한 권리로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공공의 월경, 변화가 필요해!

캠페인에 참여한 여성들은 각자의 월경 경험을 말하고, 다양한 사회적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월경의 공공성의 측면에서는 공교육에서의 월경 교육 시행, 생리대 가격 규제, 생리휴가제 및 생리공결제의 실질적 이용, 공공생리대의 비치 등을 요구했으며, 안정성의 측면에서는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물질 없는 성분 안전성에 대한 관리 방안 등을 마련하기를 요구했습니다. 문화 및 인식 측면에서는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월경을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 등을 요구했습니다.

여성환경연대의 월경 말하기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은 자신이 경험한 월경과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회적 변화를 나누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월경의 공공성과 안전성 그리고 문화와 인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했고, 이것은 월경이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모두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월경은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개입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누구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월경 공공정책이 필요합니다.
#월경 #생리 #월경말하기 #공공의월경_OO이필요해 #월경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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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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