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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후발주자? 제대로 자존심 세운 '브릿 어워즈'

2021 브릿 어워즈, 코로나 시대의 대면 시상식 이모저모

21.05.13 11:17최종업데이트21.05.1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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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마스크도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었다. 지난 5월 11일(현지 시각 기준),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펼쳐진 음악 시상식 '2021 브릿 어워즈'는 오랜만에 유관중 체제로 진행된 시상식이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 19 이후 대규모 대면 공연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자 했다.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런던 O2 아레나에 4천 명의 관객이 초대되었고, 이 중 2500명은 공공·민간 부문 필수 인력 노동자들로 이뤄졌다. 4천 명의 관중들은 사전에 진행되는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공연 종료 이후에도 꾸준히 추적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드디어 만난 아티스트와 관중들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11일(현지시간) 열린 영국 대중음악상인 '브릿 어워즈' 오프닝 무대에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밴드 콜드플레이와 함께 신곡 '하이어 파워' 무대를 펼쳤다. 사진은 이날 콜드플레이와 등장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홀로그램 영상 장면. ⓒ 프로듀서그룹 도트 제공

 
O2 아레나에 모인 관객들은 코로나 이전의 시대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마음껏 소리 지르고 박수치며 공연을 즐겼다. 오랜만에 많은 관객 앞에서 설 수 있었기 때문인지, 아티스트들 역시 벅찬 표정을 보였다. 두아 리파(Dua Lipa),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보건 노동자들과 필수 인력 노동자들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특히 두아 리파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최전선에서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의료 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려 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코로나 19 극복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듯,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활기찬 무대가 시상식의 문을 열었다. 콜드플레이는 런던 탬즈강에 설치된 수상 무대에 올라 신곡 'Higher Power'를 연주했다. 이들의 콘서트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조명과 폭죽이 공연에 활기를 더했다. 이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국의 무용 그룹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역시 홀로그램의 형태로 등장했다(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영국에서 콜드플레이와 함께 공연을 펼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 상황 때문에 부득이하게 홀로그램으로 함께 했다). 야외 공연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웅장한 공연과 함께, 시상식은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뮤지션은 두아 리파였다. 그는 '베스트 브리티시 앨범상'과 '브리티시 영국 솔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팝계의 레트로 열풍을 이끌었던 두아 리파는 2집 < Future Nostalgia >의 메들리 무대를 꾸몄다. 전철역에서 'Love Again'을 부르며 등장하더니, VCR 속 전철이 무대 위에 설치된 전철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무대 위에 당도한 두아 리파를 맞이한 것은 4천 관중의 뜨거운 함성이었다.
 
지난 해 시상식에 이어 브릿 어워즈에서는 다양성이 강조되는 모양새였다. 특히 올해는 여성 뮤지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베스트 브리티시 그룹상을 리틀 믹스(Little Mix)가 수상했고, '라이징 스타상'은 자메이카 - 중국계 여성 뮤지션 그리프(Griff)가 수상했다. 영국 남성 솔로 아티스트상은 UK 래퍼 제이 허스(J Hus), 인터내셔널 여성 솔로 아티스트상은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에게 돌아갔다. 방탄소년단이 처음으로 후보에 올라 관심을 모았던 '인터내셔널 그룹'상은 < Women in Music Pt. III >으로 호평을 받았던 자매 밴드 하임(HAIM)이 수상했다.

다양성도 챙기고, 위켄드도 챙기고?

위켄드(The Weeknd)는 특수 제작된 무대에서 최근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Save Your Tears'를 불렀다. 천둥과 비로 장식된 무대에서 위켄드는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불온한 분위기를 한껏 연출했다. 위켄드는 2020년 'Blinding Lights'로 전세계를 석권했고, 평단의 높은 평가 역시 받았으나 그래미 어워즈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반면 브릿 어워즈는 그의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해 주고자 노력했다.

미국의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 여사가 화상으로 등장해 '인터내셔널 남성 솔로 아티스트상'을 시상했다. 미셸 오바마는 위켄드를 두고 '스스로 음악계에서 가장 큰 이름이 되었다'고 격찬하는 것은 물론, 그의 사회적 행보에 대한 찬사 역시 아끼지 않았다. 그래미에는 곡을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 공언하며 날을 세운 그였지만, 브릿 어워즈에서는 깊은 감사를 표했다
 
인상적인 콜라보레이션 무대도 이어졌다. 소울 보컬 랙앤본맨(Rag'n'Bone Man)은 화면을 통해 등장한 핑크(P!nk)와 함께 'Anywhere Way From Here'을 불렀다. 거장 엘튼 존(Elton John)은 이어스 앤 이어스(Years & Years)의 보컬 올리 알렉산더와 함께 펫샵보이즈(Pet Shop Boys)의 명곡 'It's A Sin'을 커버했다. 올리 알렉산더는 1980년대 동성애자의 삶을 다룬 TV 시리즈 <잇츠 어 신>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하기도 했다(엘튼 존과 올리 알렉산더는 모두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로 알려져 있다). '브릿 어워즈 역사상 가장 게이다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는 그들의 장담처럼, 이들의 무대는 다양한 색깔과 드랙퀸(Drag Queen)의 춤으로 채워졌다.
 
영국음반산업협회가 주최하는 브릿 어워즈는 1977년 개설된 이후 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래미의 '후발 주자'라는 인식이 강했고, 상대적으로 위상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가치는 현재에 있다. 최근 그래미가 표면적으로 시대의 변화를 의식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했다면, 브릿 어워즈는 다양성과 당위성, 희망의 메시지, 그리고 무대의 퀄리티를 모두 챙겼다. 펜데믹 시기의 기념비적인 시상식은 일단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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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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