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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지선 있는 해에 13000원 준다면? 무슨 일 벌어질까

[정치 잡학다식 1cm] 정치자금의 불평등 깨자는 제안, '민주주의 배당'

등록 2021.05.11 18:43수정 2021.05.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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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정치자금 후원으로만 쓸 수 있는 배당금이 주어진다면? ⓒ 김지현

 
만약 2022년처럼 대통령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동시에 있는 해에 모든 유권자에게 각 1만3000원 정도의 돈을 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계에 보태라고 나눠주는 돈이 아니다. 오로지 정치자금 후원으로만 쓸 수 있다. 이름은 '민주주의 배당'. 

이 민주주의 배당이 도입되면 "모든 시민의 정치적 기본권 확장으로 불평등한 부의 영향력이 정치 영역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고 정치적 평등의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제안자는 최광은 경기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고려대학교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가 지난 4일 펴낸 <평화연구>(2021년 봄호, 제29권 1호)에 실린 '정치적 불평등 완화를 위한 기획, 민주주의 배당'이란 제목의 논문에서다. 

아직 대한민국엔 도입되지 않은 제안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 새로운 것은 또 아니다. 이미 비슷한 제도가 미국 시애틀시에서 시행 중이다. 

불평등, 한국 정치를 배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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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평중학교에 설치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소에서 퇴근한 직장인과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민주주의 배당' 제안의 핵심 배경은 '불평등'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에서 '1인 1표 원칙'은 상식이다. 하지만, 이는 수단적 평등일 뿐 유권자가 정치에 영향력을 끼치는 기회는 여전히 불평등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치자금 기부의 불평등이다. 주머니에 여윳돈이 있는 유권자만이 기부금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당비나 후원금, 기탁금 등 정치자금을 기부하면 본인의 세액공제 범위 안에서 10만 원까지는 전액을 공제받는다. 보통 '정치자금 기부는 10만 원까지 돌려받는다'고 표현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15%(3000만 원 초과 금액은 25%)까지 세액 공제를 받는다. 

최광은 연구위원은 "정치 참여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요소가 있지만, 유권자의 경제활동 상태에 따른 차별을 가져온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10만 원 이상 세액공제 혜택을 온전하게 받을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사람은 이 제도를 이용해 자신의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정당과 정치인을 후원할 수 있지만,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소득이 아예 없는 유권자는 10만 원을 어디서든 끌어와 생돈을 내야 후원할 수 있다. 이는 무소득 또는 저소득층의 정치적 목소리를 더욱 제약해 정치적으로 더욱 불평등한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유권자간 불평등만 있는 건 아니다. 현행 제도는 큰 정당을 더 크게 만든다. 대표적 사례는 국가보조금 분배다. 이 돈의 분배에도 불평등 요소가 있다. '국회의원 의석 수가 20인 이상이냐 아니냐'(원내교섭단체 구성 조건)에 따라 보조금 금액은 천지 차이다. 원내교섭단체는 보조금의 50%를 균등하게 나눠 받고, 나머지는 의석수·이전 선거 정당투표 득표율 등에 따라 차등 지급받는다.

지난 2월 15일 지급된 2021년도 1/4분기 경상보조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더불어민주당은 약 52억7360만 원, 국민의힘은 46억1707만 원가량을 받았다. 원내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엔 7억6840만 원, 국민의당엔 3억4083만 원, 열린민주당엔 3억2340만 원 정도가 지급됐다. 경상보조금 중 거대 양당의 비중이 85.48%에 이른다. 이런 비대칭은 유권자 지지의 등가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선거비용 보전의 거대 양당 편중 현상 역시 심각하다. 2020년 21대 총선의 경우, 지역구 후보자 선거비용 100% 보전 대상자(득표율 15% 이상)는 총 515명이었는데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자 비율이 92.2%였다. 이는 소수정당 후보자는 선거비용 보전 자체가 힘들다는 것으로 정치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신에게 1만원 상당의 정치자금이 주어진다면?

큰 기성정당은 제도적으로 돈을 아끼고 몸집을 불린다. 일정 경제 수준을 갖춘 유권자만 기부를 통해 정치에 영향력을 끼친다. 그 때문에 최광은 연구위원은 "정치 영역에서 누구에게나 평등을 보장하는 직접적 정책 수단인 '민주주의 배당'이 필요하다"고 본다. 

민주주의 배당은 "투표권을 지닌 시민에게만 주"고 "사용 용도가 정치 영역으로 국한"돼 있게 설계해 놨다. 유권자에게 균등하게 재원을 나누고 그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자는 구상이다.

세 가지 유형의 모델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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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은

 
① 국고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액(이상 공적 정치자금)을 유권자 수로 나눈 금액 = 선거 없는 해, 유권자 1인당 약 1000원. 총선 있는 해, 1인당 약 4000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동시에 있는 해, 약 1만3000원씩 배분

② 공적정치자금 + 당비, 중앙당·국회의원 후원금, 기탁금(이상 사적 정치자금)을 유권자 수로 나눈 금액 = 선거 없는 해, 유권자 1인당 약 3000원. 총선 있는 해, 1인당 약 5900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동시에 있는 해, 약 1만5000원씩 배분

③ 모델②의 배당액 전부를 합한 정치자금 모금액을 달성하기 위한 추정 배당액(민주주의 배당액 기부 참여율을 70%로 가정하고 산출) : 선거 없는 해, 유권자 1인당 약 4000원. 총선 있는 해, 1인당 약 6700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동시에 있는 해, 약 2만1000원씩 배분

추가적인 재원 투입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최광은 연구위원은 "(논문에 제시한) 민주주의 배당액 모델은 현재의 정치자금 규모를 유지한다고 할 때 재원을 모두 민주주의 배당에 사용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라며 "따라서 정치자금 조달과 배분 시스템의 획기적 변화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은 있겠지만, 제도의 실행 자체에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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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시 정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민주주의 바우처' 소개글. ⓒ seattle.gov

 
실제로 미국 시애틀시에서는 선거가 있는 해에 18세 이상 미국 시민권자, 합법적 영주권자 등에게 100달러 상당의 '민주주의 바우처'를 지급하고 있다(2015년 11월 시민 총투표를 통해 결정). 2017년과 2019년 지방선거에 사용됐고, 2021년 지방선거에도 쓰일 예정이다. 제도 도입 전인 2013년 선거 때엔 유권자의 1.49%(8234명)만 정치자금을 기부했지만, 제도 도입 후 2017년엔 4.36%(2만727명), 2019년엔 8.34%(8만8092명)이 바우처를 통해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논문은 "정치자금 기부자의 구성이 더욱 평등주의적으로 바뀌면서 대표성이 제고됐다"고 평가한다.

최 연구위원은 "모든 유권자에게 등가적인 한 표를 제공하는 보통선거권이 정치적 평등의 최소 형태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모든 유권자에게 등가적인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민주주의 배당은 정치적 평등의 또 다른 최소 형태를 보장함으로써 정치적 평등을 증진한다"라고 기대했다.

☞ 논문 '정치적 불평등 완화를 위한 기획, 민주주의 배당' 읽어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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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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