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와 휴직, 경계에 서있다면 이 책들을 읽어보세요

[서평] 최호진의 '퇴사 말고 휴직'과 박초롱의 '딴짓 좀 하겠습니다'

등록 2021.05.04 09:07수정 2021.05.0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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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다니다가 쉬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일에 치여 살아갈 의욕을 상실했을 때,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을 때, 그게 아니라면 일하는 노동력에 비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이유를 찾자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때 두 갈래 길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잠시 그 길에서 멈춰 선다든지, 아니면 자신이 몸담았던 직장을 아예 떠나버린다든지. 휴직과 퇴직 사이를 고민하게 되는 때다. 


어느 날 '휴직'을 선언한 금융맨의 이야기
 

책겉그림 최호진의 〈퇴사 말고 휴직〉 ⓒ 와이에치미디어

 
최호진의 〈퇴사 말고 휴직〉은 '잠시 멈춤'의 상황을 연출한 이야기다. 15년 동안 금융맨으로 종사한 그가 잠시 동안 휴직원을 낸 일이다. 그 길을 선택하기 위해 고심도 많았다. 아내와 협의도 충분히 했고.

뭐니 뭐니 해도 재정적인 부분이 걸림돌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여태 집을 얻고 두 아이를 키우는 데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을 것이다. 그나마 그의 아내가 버팀목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같은 금융맨으로 일하면서 부부의 연을 맺었고 지금껏 맞벌이로 살아 왔으니 누구 한명이 쉬더라도 급격하게 쪼들리진 않았던 거다.

그래도 재정적인 부분보다 마음과 의견 일치가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그의 아내는 그를 향한 무한 지지자다. 그런 아내를 만난 그는 너무너무 행복하단다. 마치 최근의 어느 사극 드라마에서 본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 같다.
 
휴직을 하면서 뚜렷한 계획은 없었지만 글을 꾸준히 써야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만 꾸준히 해도 괜찮은 것 아닌가 싶었다. 그저 무작정 써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게 내가 휴직을 하면서 꼭 해야 하는 유일한 미션이자 계획이었다. -49쪽

휴직한 이후 달라진 그의 삶도 변화했다. 휴직을 후회하지 않으려 그는 매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새벽 달리기, 책 읽기 그리고 글쓰기가 그것. 그때 달리기한 덕택에 2019년 가을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성공했고, 2018년 9월부터 매일 한 편씩 써 올린 글 때문에 지금의 이 책도 나온 것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1년 반의 휴직 기간 동안 두 아이를 데리고 70일간 추억여행도 떠났다. 누나가 살고 있는 캐나다를 비롯해 뉴욕을 돌고 온 것이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도 두려웠지만 캐나다에서 큰 이아가 맹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더욱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자전거를 타던 둘째가 브레이크를 잡는 게 서툴러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것도 아찔했다.

그렇게 1년 반의 휴직을 보내고 그는 이제 직장에 돌아갔다. 사실 과감하게 휴직을 결정한 것도 복직이라는 안전지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기분은 어떨까? 복직하자마자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이 일어날까?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 금방 적응할까?


그는 다시 돌아간 직장이 따분하지는 않을 것 같다. 휴직 후 회사 밖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신세계를 알게 됐으니까. '사이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저녁마다 디제잉을 연습하는 분들, 독서 모임을 하는 분들,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분들. 회사 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그런 프로젝트를 통해 회복하는 이들이 많았던 거다. 그런 프로젝트를 회사 내에서 함께 찾아볼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은 '두려움 속의 도전', '무모한 도전', '새로운 도전' 등 총 세 얼개로 구성돼 있다. 더욱이 '휴직을 결정할 때 따져봐야 할 것들', '휴직기간 중 나의 루틴을 지켜 준 길잡이들', '아이들과 여행 스케줄 짤 때 주의할 점' 등 직접 경험한 것들의 팁도 알려주고 있다. 참조할 게 참 많다.

'프로딴짓러'가 되고 싶다면, 세 가지를 기억하라 
 

책겉그림 박초롱의 〈딴짓 좀 하겠습니다〉 ⓒ 바다출판사

 
박초롱의 〈딴짓 좀 하겠습니다〉는 잠시 멈춤이 아닌 아예 직장을 떠나버린 이후의 삶을 그린 에세이다. 프리랜서 N잡러인 그녀가 프로딴짓러로 살면서 스스로 일을 찾고 만든 과정을 담았다.

6년 가까이 대기업에 다니던 그녀가 왜 퇴직했을까? 임직원 수 3951명 중 숫자 1을 채우는 머릿수와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개인의 능력보다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직장 체제 때문에? 자신이 빠져나갈지라도 조직은 결코 휘청거리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더 큰 이유는 그거였다. 조직이 자신의 평생을 책임지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 회사에 몸담는 동안에는 온실 속 화초처럼 안락하겠지만 그것도 길어야 20년 안팎이라는 것. 그 후에는 맨몸으로 100세 인생을 살아가야 하니 그 생존력을 당장 기르고 싶었던 거다. 머리가 희끗희끗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퇴사한 후에는 직원이 열다섯 명인 작은 사회적 기업에 몸담기도 했다. 축제를 기획하는 회사였다. 한 명 한 명의 역량에 따라 회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그러나 익숙할 무렵에 밀려오는 그 느낌은 또 달랐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은 문화예술팀 팀장이지 자기 자신은 아니었다는 것.
 
인심도, 여유도 곳간에서 생긴다. 딴짓으로 돈 벌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수익이 생긴다면 그것을 지속할 힘은 훨씬 커진다. 반대로 딴짓을 할 때마다 지갑이 얇아진다면 아무리 좋아하는 딴짓이라도 계속하긴 힘들 것이다. 딴짓을 오래 하려면 딴짓으로 생긴 아주 소소한 수익을 얻으려 노력하는 게 좋다. 적어도 언젠가는 이것으로 돈을 벌리라는 희망을 가지는 것도 도움이 된다. -91쪽
 
프로딴짓러의 세계로 접어들면서 이야기한 현실적인 고백이다. 서평, 집필, 첨삭, 연재 등 평소 좋아하는 글을 써서 밥을 벌어먹을 때. 출판 강의와 크고 작은 축제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다닐 때. 책과 술이 좋아 북바(Bar)를 열기도 했던 그때를 떠올리면서 한 말이다.

그런데 그 고백을 내가 들을 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녀도 앞선 최호진처럼 대기업이든 사회적기업이든 그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추진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 

프로딴짓러의 세계에서 자기 기반을 확실하게 구축하기 위해선 시간이 많이 든다. 더욱이 자립할 공간과 각종 세금과 보험료와 그 외의 비용들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이를 위해 박초롱도 쉴틈없이 뛰어다녔었고 한다. 그러니 개인적으론, 직장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조금씩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책을 보니, 그녀가 프로딴짓러로 일하면서 세운 원칙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숙고할 것, 둘째로 소소한 일이라도 '수익'을 얻으려 노력할 것, 셋째로 나에게 맞는 '노동의 형태'인지 찾아 볼 것.

어떤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직장의 휴직과 퇴직을 고민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기로에 서 있다면 이 두 권의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잠시 멈춤이 맞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예 퇴직을 하고 프로딴짓러로 뛰어드는 게 어울릴 수도 있다. 이 책 두 권은 스스로 갈피를 잡도록 충분히 도와줄 수 있을 거다.

딴짓 좀 하겠습니다 - 나를 잃지도 않고 하고 싶은 일도 하고

박초롱 (지은이),
바다출판사, 2020


퇴사 말고 휴직 - 남자의 휴직, 그 두려움을 말하다

최호진 (지은이),
와이에치미디어, 2020


#최호진의 〈퇴사 말고 휴직〉 #박초롱의 〈딴짓 좀 하겠습니다〉 #남자의 휴직 #여자의 프로딴짓러 #나에게 맞는 노동의 형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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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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