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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으로 빛난 아카데미, 이것도 한몫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흐름 주도한 음악, <미나리> 음악도 주목 받아

21.04.27 10:59최종업데이트21.04.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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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카상 수상 소감 말하는 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오스카상 시상식이 끝난 뒤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5일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우리에게 윤여정으로 기억될 것이다. 정이삭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영화 <미나리> 속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은 미국 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석권한 데 이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거머쥐며 한국 배우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자 영예를 안았다.

윤여정과 더불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총 23개 부문에 역대 최다인 76명의 여성 후보들이 노미네이트 되었고, 4대 연기상 후보 20명 중 윤여정을 포함한 유색인종 배우들이 총 9명으로 이 역시 시상식 최다 기록이다.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계 감독 두 명이 감독상 후보에 올랐으며, 그중 <노매드랜드>의 중국계 미국인 감독 클로이 자오는 감독상을 수상하며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감독상 수상자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요소는 음악이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음악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음악이 극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영화를 다수 접할 수 있었다. 미국 사회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저항하는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 운동과 관련된 작품이 다수 후보에 올랐다. 동시에 장르적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며 여느 때보다 영화 마니아들 뿐 아니라 음악 팬들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던 시상식이었다는 평가다. 

음악 관련 영화 다수... 치열했던 주제가상 경쟁
  

아카데미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마 레이니 역의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여우주연상에, 레비 역의 채드윅 보즈먼이 아카데미상 최초로 사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1920년대 전설적인 활동을 펼친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를 다룬 영화다. ⓒ Netflix

 
올해 시상식에서 6개 부문 노미네이트 된 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 5개 부문 노미네이트 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3개 부문 노미네이트 된 <소울>이 모두 음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화다. 

작품상 후보로 오른 다리우스 마더 감독의 <사운드 오브 메탈>은 갑작스럽게 청력을 잃은 드러머의 삶을 그린 음악 영화다. 아쉽게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1920년대 블루스의 어머니라 불렸던 마 레이니의 삶을 다룬 극작가 어거스트 윌슨의 희곡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마 레이니 역을 맡은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앨범 녹음에 함께하는 레비 역의 채드윅 보즈먼이 아카데미상 최초로 사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역시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1960년대 미국 흑인 민권 운동과 흑표당(Black Panther Party)을 다룬 이 영화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제작 인원 전원이 흑인으로 구성된 영화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영화를 위해 인기 힙합/알앤비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의 주제가 '파이트 포 유'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거머쥐었다. ⓒ Sony Music

 
미국 내 인기 힙합/알앤비 아티스트들은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 운동을 지지하는 의미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를 위한 컴필레이션 앨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더 인스파이어드 앨범>을 제작했다. 2018년 <블랙 팬서>, 2019년 <라이온 킹> 실사 영화와 같은 형식이다. 

이 작품에 수록된 노래 '파이트 포 유(Fight For You)'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거머쥐었다. 노래를 부른 허(H.E.R.)는 1997년생 미국 신예 소울 가수로, 지난 3월 15일 (현지시간)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아이 캔트 브리드(I Can't Breathe)'로 올해의 노래상을 받은 데 이어 아카데미 상까지 품게 됐다. 

'파이트 포 유'는 원래 주제가상의 유력 후보가 아니었다. 미국 방송영화비평가협회(BFCA)가 3월 7일(현지시간) 진행한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는 영화 <마이애미에서의 하룻밤> 주제가 '스피크 나우(Speak Now)'가 상을 받았고, 2월 28일(현지시간)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영화 <자기 앞의 생>의 '로 시(lo sì)'를 선택했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허의 손을 들어줬다.  

<마이애미에서의 하룻밤>은 1960년대 미국 블랙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무하마드 알리, 짐 브라운, 샘 쿡, 말콤 엑스의 토론을 그린 영화다. '소울 음악의 왕'으로 평가받는 전설의 가수 샘 쿡을 연기한 레슬리 오돔 주니어는 '스피크 나우'에서 샘 쿡의 재림을 들려주어 관계자들의 평가가 높았다. 에도아프도 폰티 감독의 <자기 앞의 생> 주제가 '로 시(lo sì)'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다이앤 워렌이 곡을 쓰고 이탈리아 가수 라우라 파우지니가 노래를 불렀다.

이외에도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의 '히어 마이 보이스(Hear My Voice)'는 2000년생 신인 소울 가수 셀레스테(Celeste)가 불렀다. 마지막 후보 '후사비크(Husavik)'는 1956년부터 진행된 유럽 최고의 국가 대항 노래 경연대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영화로 옮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 파이어 사가 스토리>의 주제가로 음악 팬들에게 반가운 곡이다. 

<소울>에 돌아간 음악상, <미나리> 음악에도 주목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수상한 영화 <소울>은 현실의 재즈 음악과 영혼 세계의 전자 음악을 오가는 황홀한 세계를 선보인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음악상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소울>에게 돌아갔다. <소울>은 재즈 뮤지션을 꿈꾸는 뉴욕의 한 남자가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며 삶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현실 세계의 음악은 생동감 넘치는 재즈로, 영혼 세계의 음악은 영롱하고 장엄한 전자음악으로 꾸몄는데 각 분야를 담당한 작곡가가 다르다. 재즈 파트는 1986년생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가, 영혼 세계 파트는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즈가 맡았다. 

트렌트 레즈너는 유명 록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 활동으로 유명한 인물이며, 나인 인치 네일스의 프로듀서 애티커스 로스와 함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 사운드트랙으로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을 거머쥔 바 있다. <소울> 뿐만 아니라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 후보에 오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맹크> 사운드트랙 역시 트렌트와 애티커스의 작품이다. 음악상 부문에 두 개 후보를 올렸다. 
 

<미나리>의 음악을 맡은 작곡가는 2019년 데뷔한 신인 작곡가 에밀 모세리다. 에밀 모세리는 목가적인 분위기 위 전자음을 더해 몽환적이고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판씨네마

 
윤여정의 수상으로 열기를 더한 '미나리' 역시 음악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영화 <라스트 블랙 맨 인 샌프란시스코(The Last Black Man in San Francisco)>의 사운드트랙을 맡으며 데뷔한 신예 작곡가 에밀 모세리(Emile Mosseri)가 아메리칸드림을 향해 낯선 이국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족의 일상을 음악으로 뒷받침했다. 

광활한 미국 아칸소 주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미나리'의 음악은 차분한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오케스트라 선율과 전자 악기를 더하여 목가적인 풍경 속 이민 가족의 삶을 그린다. 배우 한예리가 직접 노래 부른 'Rain song(비의 노래)'과 'Wind song(바람에 바람)'은 차분한 포크 곡으로, 'Rain song'의 경우 지난 2월 9일 아카데미 주제가상 1차 후보 선정작 15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Paul's antiphony(폴의 답가)'처럼 합창을 더해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영화를 압축 요약하는 'Grandma Picked a Good Spot(할머니가 좋은 자리를 찾으셨어)'의 황홀한 분위기의 곡들이 작품을 든든히 부연 설명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593)에도 실렸습니다.
아카데미 오스카 미나리 음악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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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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