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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 모범 보인 여자 축구대표팀, 희망 얻었다

[주장] 남녀축구대표팀 같은 패배에 다른 평가, 실패에서도 배워야

21.04.14 09:58최종업데이트21.04.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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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잘싸우고도 올림픽 본선을 향한 마지막 고비를 넘지못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은 13일 중국 쑤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도쿄 올림픽 여자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1차전에서 1-2로 패한 한국은 1, 2차전 합계 3-4로 중국에 밀려 도쿄올림픽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원정에서 강채림의 선제골와 중국의 자책골로 먼저 2골을 앞서나가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후반과 연장에 각각 한 골씩을 내주며 손에 거의 들어온 올림픽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중국 선수의 노골적인 거친 플레이와 심판의 소극적인 판정, 거리두기를 무시한 중국 관중들의 비매너 응원 등 갖은 원정 텃세에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선전했기에 더 아쉬웠던 장면이었다. 여자 축구가 처음 정식 종목이 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처음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으려던 태극낭자들의 꿈은 아쉽게도 다시 4년 뒤를 기약해야 했다.

한국축구는 지난 3주 사이에만 두 번의 큰 좌절을 맛봐야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역대 80번째 한일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타이틀이 걸려있지 않은 친선전이었고 최상의 전력을 가동하지도 못했지만, 한일전이라는 특수성과 그간 벤투 감독의 대표팀 운영을 둘러싼 각종 문제점들이 맞물리며 여론은 크게 악화됐다.

그리고 한달도 안 되어 이번엔 여자축구대표팀이 사상 첫 올림픽 본선진출이라는 목표를 눈앞에 두고 분루를 흘려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같은 패배라도 남녀대표팀을 바라보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벤투호는 한일전에서 전술도, 투지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3무(無) 축구'라는 조롱을 당하며 벤일방적인 완패를 당했다. 단순히 운이 없어서 당한 패배가 아니라 벤투 감독의 리더십과 그가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의 효율성을 신뢰할 수 있느냐 회의론이 나올 정도였다.

반면 콜린벨호는 '졌잘싸'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중국 여자축구는 남자와는 달리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는 강호다. 그런 중국을 상대로 한국은 1,2차전 내내 대등하게 맞섰다. 선수들의 투지와 능력, 감독의 치밀한 전술과 준비가 맞물린 결과였다. 유럽파 지소연(첼시), 조소현(토트넘),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강채림(현대제철)등은 원정에서도 중국 선수들에게 전혀 밀리거나 주눅 들지 않았고 끝까지 당당한 플레이를 펼쳤다.

벨 감독은 2019년 10월 한국 여자대표팀 역대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그가 대표팀을 맡은 지난 1년 5개월은 코로나19 대유행시기와 겹친다. 때문에 정상적인 대표팀 소집과 A매치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벨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여 경쟁력있는 팀을 구축했다. 벨 감독은 여기에 압박과 스피드라는 한국축구 고유의 강점도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전에서 콜린 벨호는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 전개로 상대를 당황시켰다. 한국이 1,2차전에서 뽑아낸 골은 모두 우격다짐이 아닌 정확한 패스워크와 약속된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골이었다. 벨 감독은 2차전에서는 그동안 가동했던 포백 전술 대신 변칙적인 스리백 전술을 꺼내 들어 중국을 당황하게 하는 등 상황대처와 유연성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2차전 전반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총력전을 펼치며 기선을 제압한 것까지는 계획대로 전개됐지만, 후반 리드를 지키는 데 실패하며 연장 승부에 따른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게 아쉽다. 

올림픽 티켓은 놓쳤지만 대신 한국여자축구는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 역대 전적에서 일방적으로 밀렸던 중국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고,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자신감을 발견했다.

결과는 결과로서 인정하되 패배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벨 감독은 잘 싸우고도 경기를 내준 것에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도 냉정하게 경기를 복기했다. 벨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아프지만 배우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그동안 우리 선수들에게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과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했다"며 "지금도 그러한 과정에 있다. 한국 선수들은 매우 훌륭하고, 훈련을 열심히 소화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투호와 콜린벨호 모두 나란히 뼈아픈 좌절을 극복하고 다시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 도전에서는 더 강하고 매력적인 팀으로 거듭날 남녀축구대표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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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벨 여자축구대표팀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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