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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 감독 2년 차, 이젠 '결과'가 필요하다

[KBO리그 개막 특집 10개 구단 전력분석 ⑤] 양현종 없이 가을야구 노리는 KIA 타이거즈

21.03.28 09:15최종업데이트21.03.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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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서는 그동안 롯데 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SK 와이번스의 트레이 힐만 감독 등 외국인 감독들이 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 구단 최악의 암흑기를 끝내며 '구도'의 열기를 부활시켰다. 힐만 감독은 SK를 2010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큰 획을 그었지만 로이스터 감독과 힐만 감독 모두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리 유명한 지도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작년 시즌을 앞두고 KIA 타이거즈에 부임했던 맷 윌리엄스 감독은 다르다. 윌리엄스 감독은 현역 시절 5번의 올스타와 1번의 홈런왕, 4번의 실버슬러거와 골드글러브를 따냈던 공수를 겸비한 스타 선수였고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다. 지도자로서도 2014년 워싱턴 내셔널스를 내셔널리그 전체 1위로 이끌며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던 화려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윌리엄스호의 출항 첫 해였던 작년 시즌 KIA는 5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고도 상위 팀들의 '승률 인플레이션'의 희생양이 되면서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KIA는 통산 147승을 올린 최고의 에이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마저 미국으로 떠났다. 과연 에이스가 떠난 KIA는 올 시즌 윌리엄스 감독 부임 2년째를 맞아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투수진] 브룩스-멩덴 원투펀치, 하지만 양현종이 없다
 

2021 시즌 KIA 타이거즈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KIA의 외국인 에이스 애런 브룩스는 작년 9월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시즌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팀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KIA의 동료들과 팬들은 1선발의 갑작스런 이탈에도 브룩스 가족들의 건강을 먼저 걱정해줬고 이는 힘든 치료와 재활과정을 견뎌야 하는 브룩스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됐다. 브룩스는 올 시즌 총액 120만 달러에 KIA와 재계약하며 KIA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과 팬들의 응원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작년 11승을 따낸 드류 가뇽과 결별한 KIA는 '윌리엄스 감독 찬스'를 사용해 많은 구단이 호시탐탐 노리던 '거물' 대니얼 멩덴을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빅리그 통산 60경기에서 17승20패1세이브 평균자책점4.64를 기록했던 멩덴은 LG트윈스의 좌완 앤드류 수아레즈와 함께 올해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꼽힌다. KIA팬들은 내심 올 시즌 브룩스와 멩덴이 2009년의 아킬리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을 능가하는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KIA의 마운드에는 선발진의 '기둥' 양현종이 없다. KIA가 양현종 없이도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작년 4,5선발로 활약했던 사이드암 임기영과 우완 이민우가 작년보다 향상된 기량과 성적으로 KIA의 토종 선발진을 이끌어야 한다. 여기에 작년 트레이드를 통해 NC다이노스에서 이적한 장현식과 안치홍(롯데 자이언츠)의 보상선수허 KIA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 역시 호시탐탐 선발 자리를 노리고 있다.

KIA는 작년 15세이브를 기록했던 마무리 전상현이 스프링캠프에서 어깨를 다쳐 한 동안 결장이 불가피하다. KIA로서는 당장 전상현의 대체자원을 구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작년 7승1패6세이브11홀드1.57을 기록했던 잠수함 박준표가 가장 유력한 마무리 후보로 꼽힌다. 여기에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2년 차 정해영 역시 경험은 다소 부족하지만 마무리 자리를 맡기에 손색이 없는 구위를 가지고 있다.

'리틀 양현종'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좌완 김기훈(상무)이 군에 입대한 가운데 KIA는 광주일고 출신의 좌완 루키 이의리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의리는 이미 스프링캠프의 자체 평가전과 연습경기에서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남 다른 떡잎을 보인 바 있다. 지난 25일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이의리는 시속 149km의 빠른 공을 앞세워 5이닝을 7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 막으며 KIA 마운드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타선] 터커의 1루 변신, KIA 타선은 더 강해질까

지난 겨울 스토브리그에서는 30대 중반 이상의 노장 선수들이 세월의 흐름을 느낀 채 구단들로부터 서운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KIA의 4번타자 최형우는 예외였다. FA계약 마지막 시즌이었던 작년 생애 두 번째 타격왕을 차지하며 타율 .354 28홈런115타점으로 맹활약한 최형우는 작년 12월 KIA와 3년 총액 47억 원에 계약하며 한국나이로 41세 시즌까지 고액연봉을 보장 받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올 시즌 주요 선수들의 포지션 변화를 단행한다. 우익수로 활약하던 프레스턴 터커가 1루수로 변신하고 작년 주전 중견수였던 최원준이 우익수로 자리를 옮기는 게 큰 골자였다. 이는 KIA의 고질적인 약점이던 1루 포지션의 공격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작년 작년 32홈런113타점을 기록했던 터커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최원준이 떠난 중견수 자리는 김호령, 이창진을 경쟁시킬 예정이다.

2019년 타율 .260 131안타 39도루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박찬호는 유격수로 자리를 옮긴 작년 시즌 타율 .223 107안타15도루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마무리캠프부터 특별조로 편성되며 착실하게 올 시즌을 준비한 박찬호는 27일까지 시범경기 5경기에서 타율 .333 3타점1도루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내야수비는 물론 하위타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박찬호의 활약 여부는 KIA의 시즌 운영에도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두산 베어스 시절 쟁쟁한 선배들에 가려 수 년 동안 백업 내야수를 전전했던 류지혁은 작년 트레이드 직후 부상을 당했던 불운을 씻고 올 시즌 KIA의 핫코너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범호 은퇴 이후 기대했던 거포 유망주 황대인의 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시범경기에서 타율 .545(11타수6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류지혁의 약진은 윌리엄스 감독을 안심시키는 부분이다.

KIA는 작년에도 한승택과 김민식이 번갈아 가며 마스크를 썼지만 믿음직한 주전 포수가 없었다는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정훈이라는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2017년 KIA 입단 후 작년까지 1군에서 고작 1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이정훈은 시범경기에서 6연타석 안타를 때려내며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뛰어난 타격능력에 비해 수비에서는 여전히 많은 약점을 보이고 있어 주전도약 여부를 쉽게 속단할 수는 없다.

[주목할 선수] 2020년엔 홍상삼, 2021년엔 변시원?

고교 시절부터 충암고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잠수함 투수 변시원(개명 전 변진수)은 2011년 황금사자기에서 5연속 완투를 하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고 MVP를 수상했다. 변시원은 2012년 두산 입단 후에도 루키 시즌부터 4승1세이브2홀드1.71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두산 불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변시원이 두산 불펜을 이끄는 에이스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013년2승1패6홀드에 이어 2014년 3홀드에 그친 변시원은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5년 1군에서 단 1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다. 변시원은 2015 시즌이 끝난 후 경찰 야구단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지만 전역 후에도 'KBO리그의 타고투저'에 적응하지 못하고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10.13으로 무너졌다. 결국 변시원은 2019 시즌이 끝난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로 이적했다.

변시원은 KIA 이적 후 첫 등판이었던 작년 5월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1.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5년 만에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변시원은 4경기에서 1승3.60을 기록한 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작년 KIA 불펜에 박준표를 제외하면 믿을 만한 잠수함 투수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시원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어느덧 올해로 프로 10년 차의 중견선수가 된 변시원은 27일까지 시범경기 2경기에 등판해 2이닝1실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도 두산에 입대할 때 사용하던 63번으로 바꾸며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KIA입장에서도 작년 방출 선수였던 홍상삼이 깜짝활약을 통해 불펜에 큰 힘이 됐던 것처럼 올해 변시원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준다면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무기 하나를 장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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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KIA 타이거즈 대니얼 멩덴 프레스턴 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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