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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사 우려먹기, 이수근-조영남의 무례함은 왜 불편할까

[주장] 가벼운 개그나 토크 소재로 삼아... 타인에 대한 배려 느껴지지 않아

21.03.22 11:01최종업데이트21.03.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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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의 한 장면, '아형 장학퀴즈' 코너를 앞두고 개그맨 이수근은 게스트인 가수 혜리와 한 팀을 이뤄서 팀명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수근과 혜리는 자신들의 팀명을 '코코'라고 소개하며 "콧대 높은 남자와 콧대 높은 여자의 찐친"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두 사람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너를 내게 보여주겠니"라는 가사의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지켜보던 출연자들은 다 함께 웃음을 터뜨렸지만, 오직 이상민만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수근과 혜리가 부른 곡은 바로 이상민의 전 아내인 이혜영이 멤버로 활동했던 여성 듀오 '코코'의 '요즘 우리는'이라는 곡이었다. 이수근은 다시 이상민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오빠! 나 잘 지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라고 이혜영을 흉내내기도 했다. 이상민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끈하며 이수근의 뺨을 때리는 동작을 취했다. <아는 형님> 스튜디오는 웃음바다가 됐다.

이상민과 이혜영은 지난 2004년 결혼하며 스타 부부로 화제를 모았지만 이듬해 합의 이혼했다. 이후 이혜영은 2011년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아는 형님>에서 출연자들의 이혼, 사건사고 등 개인사를 개그의 소재로 다룬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상민도 그동안 Mnet <음악의 신> 등 자신이 출연하는 여러 프로그램에서 본인의 이혼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상민이 먼저 나서서 이혜영의 이름을 꺼낸 경우는 거의 없고, 주로 동료 출연자들이 이를 소재로 장난을 치면 이상민이 당혹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주된 패턴이었다.

<아는 형님> 내에서 이상민과 상황이 같은 서장훈도 초창기에는 많이 놀림을 받았지만 최소한 전 아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고 최근에는 이혼남 캐릭터 자체가 크게 부각이 되지 않는 것과 달리, 이상민에겐 아직도 이혜영과의 이혼사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상민과 이혜영은 한때 분명히 부부였고, 연예인은 개인의 사생활마저도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을 어느 정도는 숙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현재 두 사람은 엄연히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도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도 당사자도 아닌 제3자들의 말 장난을 위한 소재로 끊임없이 악용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아무리 당사자들끼리 친분이 있고, 설사 이혜영이 이에 개의치 않는다고 해도 무례한 짓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런가하면 가수 조영남도 최근 이혼한 배우 윤여정을 토크의 소재로 삼아 비판을 받고 있다. 조영남은 1974년 미국에서 배우 윤여정과 결혼했으나 1987년 이혼했으며, 슬하에 두 아들을 뒀다.

조영남이 2015년 그림대작 논란으로 한동안 법적 공방에 시달리며 활동을 중단했던 반면,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영남은 방송활동을 재개하며 지난 12월 방송된 토크쇼 SBS플러스 <강호동의 밥심>에서 무의식 중에 윤여정의 이름을 언급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함께 게스트로 출연했던 이경실은 "아직 못잊었나 보다"라고 조영남을 놀리기도 했다.

조영남은 지난 20일에는 한 일간지에 연재 중인 회고록에 윤여정과의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조영남은 예전에 윤여정을 TV에 잠깐 나왔다가 금방 들어간다는 의미로 '윤잠깐'이라는 별칭으로 불렀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며 "오늘날 우리 쎄시봉 친구들 전부가 '잠깐'을 못 벗어나는데 윤여정은 지금 아카데미 가까이까지 가고 있다. 말 그대로 헐이다"라며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많은 대중들은 조영남이 자꾸 그녀의 이름을 거론하며 지난 인연을 끌어들이는 게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조영남도 "난 지금 윤여정에 대해 가타부타할 자격조차 없는 몸"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지만, 정작 말과 다르게 조영남은 오래 전부터 각종 방송 등에 출연할 때마다 끊임없이 윤여정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곤 했다. 윤여정이 최근 예능을 비롯하여 활발하게 방송-연기활동을 이어가는 중에도 조영남을 일절 거론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늘날에는 이혼이 크게 흠이 될 만한 일도 아니고 개인의 흑역사를 셀프 비하의 소재로 삼아 웃음을 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자신만을 낮추는 것은 상관이 없다고 해도, 상대가 연관되어 있는 경우는 신중해야 한다. 연예인이고 방송이라고 해서 굳이 들추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타인이 함부로 웃음이나 가십의 소재로 삼을 권리가 있을까. 상대 여성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존중이 느껴지지 않는 이수근과 조영남의 무례함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수근 조영남 아는형님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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