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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마련한 풍성한 골잔치, 그러나 부러진 토트넘 상다리

[2020-2021 잉글리시 FA컵 16강] 에버턴 FC 5-4 토트넘 홋스퍼

21.02.11 11:52최종업데이트21.02.1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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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손흥민 ⓒ 로이터/연합뉴스

 
멀리서 바다 건너 보내온 손흥민의 설날 선물은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풍성했다. 단짝 골잡이 해리 케인이 벤치에서 대기하고, 그 대신 맨 앞 공격수 역할을 맡은 손흥민은 게임 시작 후 3분만에 얻은 코너킥 세트 피스 어시스트로 시작하여 후반전 교체 선수 해리 케인에게 자로 잰 듯 연결해준 팀의 귀중한 동점골 어시스트에 이르기까지 네 골 모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이토록 풍성한 설날 상차림이었지만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들은 끝내 웃지 못하고 연장전에 분루를 삼키며 부러진 상다리를 들고 나왔다.

조제 모리뉴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전 5시 15분 리버풀에 있는 구디슨 파크에서 벌어진 2020-2021 잉글리시 FA컵 16강 에버턴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연장전까지 이어진 공 다툼 끝에 4-5로 패하며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손흥민의 귀중한 양발 어시스트 둘

리버풀 현지 시각으로 수요일 밤 8시 15분에 시작한 게임이 어느덧 11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영하 2도의 추위 속에서 선수들의 입에서는 입김이 계속 터져 나오는데 연장전까지 뛰어야 했으니 몹시 힘든 하루였다. 그 와중에 풀 타임을 뛴 손흥민의 활약은 반짝반짝 빛났다. 

게임 시작 후 3분만에 손흥민의 오른발 코너킥 세트 피스로 첫 골이 나왔다.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가 손흥민의 오른발 코너킥 감아차기 궤적을 정확히 읽고 솟구쳐 헤더 골을 터뜨린 것이다. 손흥민의 시즌 11번째 어시스트 기록으로 이 흥미진진한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손흥민은 26분에 직접 추가골 기회를 잡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맷 도허티의 얼리 크로스가 잔디 위로 미끄러져 올 때 골문 앞에서 마중 나가며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때린 것이다. 하지만 에버턴의 로빈 올센 골키퍼가 공중으로 몸을 날리며 손흥민의 그 슛을 기막히게 쳐냈다. 

그리고는 홈 팀의 놀라운 반격이 시작됐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펠레 스코어가 찍혔으니 이 게임은 결과를 떠나 축구팬들에게 큰 선물이 된 셈이다. 36분에 에버턴의 동점골이 터졌다. 매우 높은 위치에서 적극적인 압박 수비를 펼친 에버턴 필드 플레이어들이 토트넘의 빌드 업을 차단했고 주장 길피 시구드르손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은 골잡이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시원한 오른발 발리 슛을 꽂아넣은 것이다.

에버턴의 주장 길피 시구드르손은 이 동점골 어시스트를 포함해서 도움 3, 페널티킥 1골 기록을 남겼으니 상대 팀 손흥민을 따돌리고 MOM에 뽑힐 수밖에 없었다. 38분에 에버턴의 히샤를리송이 동료 도미닉 칼버트-르윈의 절묘한 힐킥 어시스트를 받아서 낮게 깔리는 오른발 중거리슛을 꽂아넣어 점수판을 뒤집었고, 43분에 길피 시구드르손의 페널티킥 추가골까지 이어졌다.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빠져들어갈 때 토트넘 미드필더 호이비에르의 다리에 걸려 넘어진 것을 데이비드 쿠테 주심이 잡아낸 것이다.

홈 팀의 플레이 메이커 길피 시구드르손은 68분에도 히샤를리송의 왼발 추가골을 어시스트한 것도 모자라 연장전 시작 후 7분만에 기막힌 180도 회전 왼발 로빙 패스 감각을 뽐내며 교체 선수 베르나르드의 왼발 결승골을 만들어줘 '도움 해트트릭'을 완성시켰다.

에버턴의 살림꾼 길피 시구드르손의 활약 못지 않게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도 팀의 4골 모두에 관여하는 놀라운 공격 집중력을 뽐냈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1-3으로 뒤집힌 게임 흐름 속에서도 손흥민은 날카로운 패스 감각까지 자랑하며 추가 시간 만회골에 기여했다. 45+3분, 손흥민과 에릭 라멜라가 오랜만에 눈빛이 맞았다. 에버턴 골문 앞에서 2:1 패스가 이루어진 것이다. 아쉽게도 손흥민의 어시스트 패스가 에버턴 수비수 다리에 맞고 이어진 것이어서 공식 도움 기록으로는 인정받기 힘들었지만 라멜라의 왼발 골이 전반 종료 점수판을 '에버턴 3-2 토트넘'으로 만들었다.

57분에 나온 토트넘의 귀중한 동점골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번에도 손흥민의 왼쪽 코너킥이 그의 오른발 끝에서 날카롭게 휘어져 날아갔고 골문 앞에 솟구친 수비수 알더베이럴트 머리를 스치고 빨려들어가는 줄 알았다. 이 게임 시작 후 3분만에 나온 '손흥민 AS - 산체스 골' 궤적과 거의 똑같은 것이어서 골이라고 보았지만 에버턴의 로빈 올센 골키퍼가 몸을 날려 그 공을 쳐냈다.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뒤에 기다리던 다빈손 산체스가 재치있게 몸을 날리며 오른발 아웃사이드 밀어넣기를 성공시켰다.

수비력은 믿음직스럽지 않지만 이 게임을 통해 2골이나 넣은 다빈손 산체스는 기세등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게임을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 토트넘 홋스퍼의 귀중한 동점골이 83분에 역시 손흥민의 왼발 끝에서 날아왔다.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1차 기회가 무산된 직후 손흥민 발 앞에 또 패스가 이어졌고 팔을 번쩍 치켜들며 손흥민의 오프 사이드 반칙을 주장한 톰 데이비스를 손흥민이 가볍게 헛다리 드리블로 따돌렸다. 

왼쪽 끝줄 바로 앞이었지만 손흥민의 왼발 크로스 궤적은 완벽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크로스를 기다렸다는 듯 후반전 교체 선수 해리 케인의 다이빙 헤더가 점수판을 4-4로 만든 것이다. 공식 기록지 손흥민 이름 옆에는 아쉽게도 도움 2개만 찍혔지만 정규 시간 90분 동안 만든 토트넘 홋스퍼의 4골 모두 관여한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토트넘 홋스퍼의 실망스러운 수비 라인은 손흥민의 이 멋진 활약에도 불구하고 연장전에 뼈아픈 결승골을 얻어맞으며 이번 시즌 FA컵 도전을 여기서 멈추게 했다.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할 정도로 상대 팀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길피 시구드르손을 막지 못한 가운데 미드필더들도 문제였지만 시구드르손과 시선을 교환하며 빠져들어오는 상대 공격수의 위험 지역 침투마다 구멍이 뚫린 자동문 센터백은 프리미어리그 순위표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가장 먼저 고쳐야 할 지점으로 드러났다.

이제 토트넘 홋스퍼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프리미어리그 일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14일 오전 2시 30분(한국 시각) 에티하드 스타디움으로 찾아가 현재 리그 선두를 내달리고 있는 강팀 맨체스터 시티를 만난다. 토트넘과 승점 1점 사이를 두고 상위권 도약을 위한 순위 싸움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에버턴도 그 다음 날 오전 4시 강등권에 몰려있는 풀럼을 구디슨 파크로 불러들인다.

2020-2021 잉글리시 FA컵 16강 결과(11일 오전 5시 15분, 구디슨 파크, 리버풀)

에버턴 FC 5-4 토트넘 홋스퍼 [득점 : 도미닉 칼버트-르윈(36분,도움-길피 시구드르손), 히샤를리송(38분,도움-도미닉 칼버트-르윈), 길피 시구드르손(43분,PK), 히샤를리송(58분,도움-길피 시구드르손), 베르나르드(97분,도움-길피 시구드르손) / 다빈손 산체스(3분,도움-손흥민), 에릭 라멜라(45+3분), 다빈손 산체스(57분), 해리 케인(83분,도움-손흥민)]

2020-2021 잉글리시 FA컵 8강 진출 팀(2월 11일 현재까지)
에버턴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레스터 시티, 셰필드 유나이티드, AFC 본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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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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