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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끈질긴 과거사 청산... '수용소 비서' 95세 여성 기소

나치 강제수용소 사령관 비서로 일해... 학살 지원 및 방조 혐의

등록 2021.02.07 05:07수정 2021.02.0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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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검찰의 나치 강제수용소 비서 기소를 보도하는 BBC 갈무리. ⓒ BBC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 지휘관의 비서로 일한 독일의 95세 여성이 홀로코스트(나치가 자행한 집단 학살) 방조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뉴욕타임스,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각) 독일 검찰은 나치가 만든 슈투트호프 수용소 사령관의 비서 겸 타자수로 일했던 이름가르트 F.(95)라는 여성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름가르트가 지난 1943년부터 1945년까지 폴란드 그단스크 인근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 벌어진 1만 건 이상의 살인에 대한 지원 및 방조(aiding and abetting) 혐의를 적용했다. 

현재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는 이름가르트는 재판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건강한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이름가르트의 전체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독일이 국경 밖에 세운 첫 강제수용소였던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는 최소 6만 명의 유대인, 폴란드와 구소련 전쟁 포로 등이 잡혀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생체실험, 질병, 기아 등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당시 생존자들을 상대로 5년 넘게 조사를 벌인 결과 이름가르트가 학살에 조력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강제수용소의 일상적인 운용에 이름가르트가 담당했던 구체적인 책임에 대한 것"이라고 기소 배경을 밝혔다.

다만 이름가르트는 비서로 일할 당시 18∼20세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청소년법원에서 재판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수용소에서 일했지만 학살 벌어지는지 몰랐다"

나치 정권의 과거사 청산에 나선 독일 검찰은 지난 수년간 여러 나치 강제수용소 경비병들을 학살 방조 혐의로 기소했으나, 비서로 일한 여성을 기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이름가르트는 "강제수용소에서 일한 것은 맞지만, 홀로코스트가 이뤄지는 것은 전혀 몰랐다"라며 "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그런 잔혹한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BBC는 "나치 강제수용소의 홀로코스트로 재판을 받은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라며 "그동안 대부분의 기소는 강제수용소 경비병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국 역사학자 레이철 센추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일한 여성들도 대부분 홀로코스트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이 맞다"라며 "특히 일부 비서들은 역할의 특성상 다른 이들에 비해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 법원은 슈투트호프 수용소 경비병으로 일했다가 기소된 93세 남성 브루노 D.를 지난해 7월 법정에 세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집행유예 2년이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브루노는 최후진술에서 자신은 강제로 징집된 것이고, 홀로코스트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하면서도 "광기의 지옥을 겪은 모든 사람과 그들의 친인척, 생존자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독일 #나치 #홀로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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