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호불호 갈리지만... 유재석 예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치

[옛날예능] <동거동락>·<천생연분>, 2000년대 빛낸 단체 버라이어티 예능

21.02.04 14:14최종업데이트21.02.04 14:16
원고료로 응원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말 지상파 3사의 황금 시간대엔 대규모 출연진을 자랑하는 주말 예능이 일상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 <X맨을 찾아라> 등 소위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불리던 이들 프로그램에선 이제 막 주목을 받던 신예 연예인들이 온갖 예능감을 뽐내면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받곤 했었다.

여기엔 각 방송사 연말 연예대상을 휩쓸면서 훗날 '국민 MC'는 애칭을 부여받는 진행자들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본격적인 유재석, 강호동의 시대가 시작된 것도 바로 이 무렵의 일이었다.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 (2000~2002)​
 

MBC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의 한 장면 ⓒ MBC

 
햇수로 약 3년여에 걸쳐 방영된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은 당시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한 축을 담당했던 코너였다. 여러 명의 젊은 연예인들이 '잘생긴 팀', '못생긴 팀'으로 나눠 다양한 게임을 펼치는 팀 대항전이 큰 틀을 차지하면서 매주 시청자 투표를 통해 탈락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첨가되었다. 지금이야 각종 방송에서 흔하디흔한 내용이었지만 인터넷 투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등 <동거동락>은 당시 시대 흐름을 재빨리 파악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초기 모범 사례로 손꼽을 만 했다.  

​당시 진행을 맡은 유재석은 그 무렵만 해도 KBS 공채 개그맨이다 보니 주로 KBS 위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던 시절이었다. 각종 개그 프로그램을 거쳐 <서세원 쇼>의 인기 코너 '토크박스'로 관심을 모으긴 했지만 프로그램 하나를 혼자 책임질 만큼의 무게감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최근 방영된 <놀면 뭐하니?>를 통해 본인이 밝힌 것처럼 MBC로 진출해 단독 MC를 맡게 된 데엔 "PD님, 이 친구 재밌는데 한번 써 봐요"라는 톱스타 최진실의 추천이 한 몫을 차지했다. 

​지금의 시점에서 <동거동락>을 바라보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만한 예능이었다. 젊은 연예인들 10여 명 이상이 대거 등장하다 보니 "오디오가 물린다"라는 표현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이어진 데다 다소 유치한 내용의 객관식 퀴즈 중심 내용은 연배있는 시청자들의 흥미까지 잡진 못했다. 그럼에도 <동거동락>은 새 인물 발굴 측면에선 그 시절 큰 역할을 담당해줬다.  

이범수, 김인권, 양미라, 이제니 등 젊은 배우들 외에 UN,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신화, 클릭비 등 그 무렵 등장한 신예 가수들이 저마다의 장기를 자랑하며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지난 2011년 <무한도전> 우천 시 특집 편을 통해 <동거동락>을 재현한 데 이어 <놀면 뭐하니?>에서도 이 형식을 그대로 옮겨와 오는 2월 특집 기획을 마련중일 만큼 '유재석 예능 세계'에서 <동거동락>은 절대로 빼 놓을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강호동의 천생연분> (2002~2003)​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 MBC

 
2000년대 초반 예능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로맨스' 소재 프로그램의 대거 등장이었다. KBS <산장미팅 - 장미의 전쟁>(2002~2003), SBS <리얼로망스 연애편지>(2004~2006) 등으로 이어진 이들 예능은 남녀 신예 연예인이라면 한번쯤 나와야 하는 필수 코스처럼 자리 잡았다. 특히 강호동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던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은 꼭 언급해야 할 대표 주자 중 하나였다.  

역시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코너로 2년 가량 방영된 이 예능은 '댄스 신고식', '개인기', 그리고 각종 '러브 라인'이 총망라된 내용에 힘입어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구성은 20년이 지난 요즘 예능에서도 자주 활용될 만큼 일종의 교과서 역할을 담당해준다. 조성모, 성시경, 홍경민, 박정아 등 20대 초반 신예 가수를 비롯해서 박수홍, 박경림, '0표클럽' 윤정수, 정재용(DJ DOC) 등 입담 좋은 출연진들이 좋은 합을 보이면서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해 나갔다.  

​데뷔곡 '나쁜 남자'부터 '태양을 피하는 방법' 등을 연속 히트시키던 비의 인기에 기폭제 역할을 담당해준 것 역시 <천생연분> 출연이었고 힐리스 신발을 신고 무대를 누비던 세븐, 24시간 내내 돈다고 해서 '이사돈' 별명을 얻은 전혜빈, 싸이와의 친분 속에 등장한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 등은 이 프로그램이 발굴한 수확 중 하나였다.

이 밖에 한은정, 한채영, 황인영, 유민, 오승은 등 젊은 배우들을 비롯해서 신동엽, 이서진 등 지금 기준에선 의외의 인물들도 출연할 만큼 그 시절 <천생연분>은 연예인이면 한번 쯤 거쳐 가야 할 필수 코스처럼 여겨졌다.

<X맨을 찾아라> (2004~2007)​
 

SBS 'X맨을 찾아라' ⓒ SBS

 
지금도 많은 시청자들이 추억하는 2000년대 대표 예능 중 하나가 SBS <X맨을 찾아라>였다. 다인원 버라이어티 예능으로는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고 봐도 좋을 만큼 <X맨>은 방영 당시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 무렵 KBS <공포의 쿵쿵따>(2002)로 좋은 합을 이뤘던 유재석과 강호동의 마지막 동반 출연작이라는 점에서도 기억할 만하다.

<X맨> 역시 구성 자체는 무척 간단했다. 유재석이 중간에서 진행을 담당하고 강호동과 김제동(이후 공형진, 박경림, 이혁재 등)이 각 팀장을 맡아 양분된 연예인들이 게임 대결을 펼치는 가운데 "일부러 패하라"라는 제작진의 지령을 받은 인물 한명을 찾아내는 것이 주된 골자다. 하지만 실제 방송에선 "누가 X맨인가?" 여부 보단 출연한 연예인들의 다채로운 끼를 바라보는 것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소녀장사' 윤은혜와 김종국의 러브라인, '하명국'(하하-박명수-김종국)의 깨방정 연합, '당연하지' 등의 입심 대결 등은 <X맨>의 재미를 키워준 인기 요소 중 하나였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 이승기, 예능인으로서 기초를 다지던 김종민의 오늘이 있게 한 초창기 예능 또한 <X맨>이었다.

한때 무서울 것 없는 프로그램이었지만 MBC <무한도전>(2005~2018), KBS <1박2일>(2007~), SBS <패밀리가 떴다>(2008~2010)로 대표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시대가 도래한 데다 천편일률적 게임에서 탈피하지 못하면서 식상함 속에 <X맨>은 결국 막을 내리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옛날예능 유재석 강호동 동거동락 X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