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또 편의점이 생겨요

[주장] 사라진 소상공인의 빈자리, 대기업이 채우고 있다

등록 2021.01.29 08:14수정 2021.01.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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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카페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입점을 준비 중인 GS25 ⓒ 박민중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며칠 전까지 동네 카페가 있던 자리에 GS편의점이 개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말 그 카페는 폐업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사에 들어갔다. 그 공사는 새로운 편의점의 개업 준비였다. 새로운 편의점이 들어설 곳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예전부터 있던 세븐일레븐이 있고, 다시 약 150미터 정도 올라가면 지난해 말에 새롭게 들어선 이마트24 편의점이 있다. 
 

지난해 말, 집 앞에 새로 들어선 이마트24 ⓒ 박민중

  
사라지는 소상공인, 들어서는 편의점

코로나19로 개인 사업장이 폐업한 그 자리에 대기업 편의점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 같아 불편하다. 코로나 위기로 모두가 힘들지만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생존의 위협이다. 지난 27일 상가정보연구소의 업종별 상가 폐업 현황에 따르면, 폐업한 노래연습장이 2137곳, 체력단련 시설이 425곳에 이르면서 서울 주요 상권의 공실률은 12%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편의점 점포 수(대표적인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5대 편의점)는 지난해 2019년 대비 순수하게 약 2900여 개가 증가했다. 팍스넷뉴스에 따르면, 2018년 말 4만 2158개에서 2019년 말 4만 5160개로 증가했고, 2020년 말에는 4만 8000여 개에 육박한다. 특히, 편의점 CU는 지난해 말 국내외 통합 점포 수 1만 5000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 첫 1만 점을 넘어선 이후 약 5년 만에 5000여 개의 점포 수가 증가했다. 

폐업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폐업도 마음대로 못하는 소상공인이 많다. 이들에게 국가가 지원하는 3차 재난지원금의 규모는 최대 300만 원이다. 집합 금지 업종 소상공인은 300만 원, 집합 제한 업종 소상공인 200만 원, 작년보다 매출이 줄어든 연매출 4억 원 이하 소상공인 100만 원이다. 

마지막까지 견디다 못해 떠난 소상공인의 빈자리에 들어서는 대기업 편의점들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충분하다. 예를 들어, GS리테일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편의점 사업에 투자했다.  또한, GS리테일은 오는 7월 GS홈쇼핑과 합병 후 통합 GS리테일이 출범하게 되면 연간 1000억 원의 영업현금흐름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개인

자본주의 경쟁 체제 하에서 경쟁은 불가피하고, 그 경쟁은 승자와 패자를 낳게 된다. 이 구조 자체를 당장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위기일수록 경제관료들이 자주 쓰는 표현인 '경제 펀더멘탈'이 강한 대기업이 유리하다. 특히, 사회적 안전망이 약한 우리 사회는 구조적으로 위기의 쓰나미를 개인이 온전히 감내해야 한다. 그 결과는 국가채무와 개인 채무로 드러난다. 


주요 국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경우, 우리나라는 2020년 45.9%를 기록하면서 중국 63%, 유로존 평균 96.4%, 미국 127.2%, 일본 257.2%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GDP 대비 가계채무비율은 100.6%로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 39.8%, 유로존 평균 57.8%, 미국 81.2%, 일본 65.3%)

유례없는 코로나 위기로 전 세계의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국가부도를 막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 국가를 구성하는 시민들은 각자도생해야 한다. 이들에게 사회안전망은 300만 원, 200만 원, 100만 원이다. 이마저도 다양한 서류를 제출하면서 받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경제적 펀더맨털이 약한 개인 소상공인들이 폐업을 신고할 때, 대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코로나로 인한 개인의 위기가 대기업에게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닐까. 국가-기업-개인이 한 자리에 모여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되었든, 이익공유제가 되었든, 손실 보장제가 되었든 신속하게 대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내 집 앞에 생기는 편의점이 처음에는 좋았는데, 점점 불안해진다. 그 자리에 있던 소상공인과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코로나위기 #소상공인 #폐업 #대기업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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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박민중입니다. 생일은 3.1절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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