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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이어 캐리의 '명곡', 27년 전 빌보드에 못 오른 까닭

위대한 명곡의 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2년째 정상 등극

20.12.16 10:30최종업데이트20.12.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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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이어 캐리의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 'Merry Christmas' 25주년 기념반 표지. 명곡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수록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 소니뮤직코리아

 
'성탄절 연금 곡'으로 불리는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또 빌보드 핫100 순위 1위에 올랐다. 1994년 이래 매년 연말마다 전 세계에 울려펴진 대표적 크리스마스 캐럴인 이 곡은 지난해 12월, 발표 25년 만에 첫 1위에 오른데 이어 1년이 지난 올해 12월 19일자 순위에서도 정상 자리를 되찾았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미국 빌보드 뿐만 아니라 이번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도 1위에 올라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빌보드만 하더라도 1~20위 사이 크리스마스 캐럴은 무려 10곡에 달한다. 머라이어 캐리와 'Last Christmas'(왬! 1984년)를 제외하면 모두 1940~60년대 발표된 노래들이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최신 유행과는 거리가 먼 고전들이 인기 순위를 점령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겨울노래 구출작전'이라는 이름하에 특집 기획을 마련할 만큼 최근 국내에선 성탄절 또는 연말을 겨냥한 시즌송을 음원 차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임을 감안하면 요즘 영미 인기 순위의 흐름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1994년 발표 당시엔 순위 미진입, 왜?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원래 1994년 그녀의 첫 번째 캐럴 음반 < Merry Christmas >에 수록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정작 당시엔 빌보드 핫 100 순위에선 이름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각국 라디오를 중심으로 거리마다 울려퍼진 노래가 미진입이라니?

이유는 간단했다. 실물 싱글 음반으로는 이 노래가 따로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8년까지만 하더라도 별도의 싱글 CD, 테이프 등으로 담겨(싱글 커트) 있는 곡에 한해 핫 100 순위 진입 자격이 부여되었다. 즉 싱글 음반 판매량에 라디오 방송 횟수(에어플레이)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었기에 미국 전역 라디오에서의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빌보드 핫 100 에는 등장하지 못한 것이다. 

훗날 순위 기준이 바뀌면서 6년이 흐른 2000년 12월 83위로 지각 진입하긴 했지만 지금 같은 뜨거운 반응과는 살짝 거리감이 있었다. 그리고 빈번해진 규정 개정으로 인해 과거 발표곡들만 따로 집계하는 'Hot 100 Re-currents chart'(현재 폐지)에서만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2012년 빌보드 운영 규정이 또 한 번 변경되었고 이 곡을 비롯한 예전 팝송들의 순위 재진입이 허용되는 기회가 새롭게 마련되었다. 이 해를 기점으로 매년 12월~1월 첫째주 사이 빌보드 핫100 차트에는 각양 각색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었고 2017년 12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처음으로 Top 10 진입에 성공했다(9위까지 진출). 

지난해 12월엔 < Merry Christmas > 25주년 기념판 발매와 맞물린 음반사 소니 뮤직의 각종 홍보가 더해지면서 결국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올해 12월에도 다시 정상에 올라서는 괴력을 과시했다.

머라이어 캐리의 곡이 유독 강세일까?
 

최근 머라이어 캐리는 애플 TV를 통해 특집 프로그램 'Mariah Carey's Magical Christmas Special'과 동명 사운드트랙을 공개했다. ⓒ 소니뮤직코리아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가 있다. 왜 수많은 캐럴 곡 중 유독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큰 사랑을 받는 것일까?  미국과 영국의 인기 가수들에게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 발표는 흔한 일이다. 머라이어 캐리만 하더라도 최근 애플 TV 특집 프로그램 사운드트랙 < Mariah Carey's Magical Christmas Special >을 포함해 총 3장의 성탄절 음반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 고전들이 매년 12월 강세를 보이고 특히 머라이어 캐리의 이 곡이 단연 두각을 보이는 현상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연하게도 '좋은 노래'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발매 시점인 1994년 기준으로 봤을때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당시의 유행을 녹여낸 현대적인 감각의 곡이면서도 1960년대 경쾌한 소울 음악의 분위기를 녹여낸 복고 지향의 노래이기도 했다. 화려한 코러스가 지배하는 형식은 예전 슈프림스, 로네츠 등 전통적인 보컬 그룹의 음악 방식을 고스란히 차용한 것이다. 여기엔 공동 작곡+프로듀서로 참여한 월터 아파나시에프(Walter Afanasieff)의 공이 절대적이다. 그 무렵 케니 G, 마이클 볼튼, 라이오넬 리치, 셀린 디온 등 당대 최고의 음악인들과 작업하면서 명성을 쌓았던 그는 머라이어 캐리의 전성기를 함께 일군 주역이었다.

정규 3집 < Music Box >(1993년)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그때만 하더라도 머라이어 캐리는 캐럴 음반 제작에 크게 흥미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훗날 그녀의 남편이 되는 토미 모톨라 소니 뮤직 CEO의 권유로 신곡들을 하나 둘 씩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완성된 곡 중 하나가 이 노래였고 이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크리스마스 연금 곡'이란 표현이 등장할 만큼 12월엔 꼭 들어야 하는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복고와 트렌디함이 어울어진 구성은 세월이 지나면서 더욱 숙성돼 음악팬들을 사로 잡았다. 항상 들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을 지닌 멜로디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지닌 최고의 자랑거리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이 필수처럼 자리 잡은 요즘 같은 시기엔 우리들에게 더 큰 위안과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 OST를 비롯해서 국내외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할 만큼, 이 곡은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마성의 힘을 발휘하면서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머라이어 캐리'라는 공식을 작성하기에 이른다. 매년 겨울만 되면 개구쟁이 케빈이 등장하는 영화 <나홀로 집에>를 떠올리는 것처럼.
 

2020년 12월19일자 빌보드 핫 100 순위표 (빌보드 공식 트위터) ⓒ Billbaord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머라이어캐리 크리스마스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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