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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없이 맞이한 이별과 만남, '터틀맨'이 준 감동의 순간

[TV 리뷰] Mnet 특집 프로그램 <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 >

20.12.15 15:56최종업데이트20.12.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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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특집프로그램 <다시 한번>의 한 장면 ⓒ Mnet


세상에는 인구수만큼이나 많은 소원이 있겠지만 가족의 건강과 행복은 가장 많은 이들이 품은 공통된 소원일 것이다. 그리고 소중한 누군가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 사람을 다시 한 번,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한 번만 더 보고 싶다는 소원도 마음 한 편에 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삶과 죽음은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기에, 그렇기에 지난 9일 오후 방송한 Mnet <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 > 1회 방송은 거북이의 팬이든 아니든 지켜본 시청자 모두를 울게 했다. 지난 2008년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거북이의 멤버 고(故) 터틀맨의 모습을 AI 기술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그린 이 방송은 기술의 경이로움을 넘어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차원의 갖가지 생각과 감정을 시청자로 하여금 경험하게 했다. 

대중들이 그리워하는 아티스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복원해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고자 기획된 2부작의 이 특집프로그램에서 1회의 주인공은 터틀맨이었다. 그는 살아생전 삶을 향한 진한 사랑이 묻어나는, 쉽고 단순하면서도 철학적인 노래를 직접 만들고 불러 2000년대 당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거룩한 인생, 고귀한 삶을 살며
북그럼 (부끄럼) 없는 투명한 마음으로
이내 삶이 끝날 그 마지막 순간에 나 웃어보리라, 나 바라는 대로
- 거북이, <빙고> 中

 
 

Mnet 특집프로그램 <다시 한번>의 한 장면 ⓒ Mnet

Mnet 특집프로그램 <다시 한번>의 한 장면 ⓒ Mnet

 
'컴 온', '왜 이래', '빙고', '비행기' 등 이들의 노래는 한 번도 안 들어본 이가 없을 정도로 히트했는데, 터틀맨의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결국 거북이는 해체를 선언했고 모두의 추억 속에 남게 됐다. 가족과 멤버들은 물론이고 팬들도 준비 없이 맞이한 이별이어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날도 스케줄을 했고 다음날도 스케줄이 있었는데 갑자기 오빠가 돌아가신 것"이라고 한 지이의 말처럼 모두가 준비 없이 맞이해야 했던 이별이었기에 <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 >의 프로젝트는 터틀맨과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게 하고, 또한 보다 정돈되고 기분 좋은 추억으로써 터틀맨과 새로운 시작을 하도록 도와주는 계기가 됐다.

제작진은 첨단 AI기술과 페이스 에디팅 기술로 터틀맨의 목소리와 외형을 재현해, 12년 만에 마련된 실제 무대에서 완전체로서의 거북이 노래를 들려주는 도전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하하는 지이와 금비와 함께 터틀맨 어머니의 집을 찾아가 복원에 필요한 자료를 얻고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보기도 했다. 그런 후 전문가들의 기술력, 거북이 멤버들의 무대준비가 하나의 땀방울로 녹아나며 결국 꿈에도 그리던 거북이 완전체 무대가 막이 오르게 됐다. 무대 앞에 터틀맨의 어머니와 형을 모시고서 말이다.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OST였던 가호의 '시작'이란 곡이 거북이 버전으로 편곡됐다. 드디어 모든 이의 염원이 담긴 무대가 시작됐고, 지이의 파트에 이어 터틀맨의 파트가 시작되자 뒤돌아선 그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더니, 마침내 그가 뒤를 돌았다. 그 순간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눈물을 흘렸다. AI 기술로 복원된 터틀맨은 생전 모습과 너무도 똑같았다. 정말 살아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 것만 같았다.

생전의 모습처럼 개구지면서도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밝게 노래하는 터틀맨의 무대에 온라인으로 이를 지켜보던 많은 팬들은 현장의 터틀맨 가족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토록 그리웠던 오빠인 터틀맨과 함께 한 무대에서 다시 노래하는 지이와 금비 역시 눈물을 참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
 

Mnet 특집프로그램 <다시 한번>의 한 장면 ⓒ Mnet

 
앞서 언급했듯, 이 방송이 이토록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단지 터틀맨을 다시 볼 수 있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시청자 한 명 한 명의 마음속에는 터틀맨 외에도 이 세상을 떠난 그리운 지인이 한 명은 있을 것이고 그들을 보낸 슬픔을 다시금 느낌과 동시에, 간접적으로나마 죽은 이를 다시 만나는 행복을 느낌으로써 깊이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우리 곁을 떠난 누군가를 꿈처럼 생생하게 만나보고 싶다는, 세상 모든 이들의 공통된 소원을 <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 >이 이뤄줬다. 총 2부작 중 오는 16일 오후 9시 방송하는 2부에선 고 김현식의 모습을 되살려 그의 무대를 보여준다고 하니 이것 또한 기대된다. 이토록 따뜻한 기술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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