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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심 부족' 울산, 역전의 명수로 거듭나다

[ACL] 울산, 4강 고베전서 극적인 2-1 역전승

20.12.14 09:28최종업데이트20.12.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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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니오 울산의 공격수 주니오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빗셀 고베와의 4강전에서 페널티 박스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2인자', '뒷심 부족'. 울산 현대에 따라 붙는 꼬리표였다. 하지만 울산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연이은 역전 드라마를 써내며, 8년 만에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궈냈다.
 
울산은 13일 오후 7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빗셀 고베와 2020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2-1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완벽하게 적중한 김도훈 감독의 공격적인 승부수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주니오가 최전방에 포진했고, 김인성-고명진-이청용이 2선을 형성했다. 허리는 윤빛가람-신진호, 포백은 박주호-불투이스-김기희- 정동호, 골문은 조수혁이 지켰다.
 
울산은 전반 내내 주도권을 쥐고 나갔다.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이 포백 라인까지 내려와서 후방 빌드업에 중점을 뒀다. 결정적인 기회도 울산이 더 많았다. 전반 4분 이청용의 슈팅이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전반 23분에는 이청용의 중앙 스루 패스가 연결됐고, 김인성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에 막혔다.
 
빗셀 고베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최전더글라스, 전반 26분 고케가 연달아 슈팅을 시도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최전방 공격수 더글라스, 중앙 미드필더 고케의 슈팅이 날카로웠다.
 
가장 아쉬운 득점 기회는 전반 29분에 찾아왔다. 수비수 김기희가 후방에서 긴 패스를 연결한 공이 김인성에게 전달됐다. 김인성은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침투를 통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는데 오른발 슈팅이 골문 오른편으로 빗나가고 말았다. 전반 41분 정동호의 크로스에 이은 주니오의 슈팅도 무산됐다. 결국 울산은 전반에만 6개의 슈팅과 61.6%의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소득 없지 전반을 마감했다.
 
울산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부진한 고명진 대신 이근호를 투입했다. 중요한 순간 골을 넣지 못한 대가를 혹독히 치른 울산이었다. 후반 7분 야스이 다쿠야의 크로스를 야마구치 호타루가 마무리지으며 울산에 큰 타격을 입혔다.
 
다급해진 김도훈 감독은 곧바로 교체 카드를 꺼냈다. 정동호, 이청용을 빼고 김태환, 비욘존슨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주니오-비욘존슨 투톱을 가동함에 따라 포메이션도 4-2-3-1에서 공격적인 4-4-2로 전환했다.
 
오른쪽 풀백 김태환이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고베의 측면을 흔들었으며, 비욘존슨은 상대 골문에서 위협적인 몸놀림과 공간을 통해 수차례 슈팅 기회를 엮어냈다. 울산은 후반 중반에는 박주호 대신 발빠른 홍철을 투입해 측면 공격마저 강화했다.
 
주니오-비욘존슨 투톱의 위력은 막강했다. 결국 후반 36분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김인성이 내준 패스를 윤빛가람이 페널티 아크에서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다. 이 공을 비욘 존슨이 뒤꿈치로 살짝 돌려놓으며 골키퍼의 방향을 완전히 속이는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두 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울산의 기세는 사그러들지 않았다. 김인성, 윤빛가람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비욘존슨은 제공권을 이용한 헤더로 고베 수비를 흔들었다.
 
울산에게 위기도 있었다. 연장 후반 초반 홍철이 공을 빼앗겼지만 더글라스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4분에는 더글라스의 헤더를 조수혁 골키퍼가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선방했다.
 
치열했던 승부는 막판에 갈렸다. 연장 후반 12분 침투하던 주니오를 마에가와 골키퍼가 막아서며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연장 후반 13분 주니오의 성공으로 울산은 120분 혈투 끝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준우승 제조기' 울산, 뒷심 부족을 강점으로 바꾼 저력
 
울산은 K리그에서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2005년 이후 15년째 리그 우승 문턱에서 번번히 좌절을 맛봤다.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종료 직전 극적인 실점을 내주며 준우승에 머물렀고, 2019년에도 포항을 맞아 1-4 패하며 대패를 당하며, 다잡은 우승컵을 전북에게 내줬다.

절치부심한 울산은 2020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청용, 조현우, 윤빛가람, 정승현, 고명진 등 스타 플레이어를 대거 영입하며 1강 전북의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전북이 주춤하는 사이 울산은 줄곧 1위를 유지하며 비로소 우승의 한을 푸는 듯 보였다. 그러나 급격한 난조에 빠진 울산은 포항, 전북전에서 연달아 패하며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FA컵에서는 전북과의 결승전에서 1무 1패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언제나 2위에만 머무르는 울산으로선 실패한 시즌과 다름없었다. 특히 울산 특유의 뒷심 부족은 우승에 목마른 팬들을 실망시키기 충분했다. 그나마 마지막 남은 자존심은 ACL 우승이었다.
 
사실 ACL을 앞두고 울산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동기부여라는 측면이 강하게 작용할 법도 하지만 2년 연속 리그 우승을 놓친 상실감이 너무 컸던 탓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 그림자가 울산을 덮쳤다. 주전 골키퍼 조현우가 오스트리아 원정 평가전을 위해 소집된 한국 A대표팀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접촉한 정승현, 원두재, 김태환도 격리 이후 뒤늦게 카타르에 합류했다. 울산은 주전 절반이 빠진 채 조별리그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울산은 조별리그에서의 파죽지세를 내달렸다. 특히 퍼스 글로리와의 3차전에서 0-1로 뒤진 상황에서 후반 44분 김인성, 후반 45분 주니오의 연속골로 역전극을 연출했다. 3일 뒤 열린 퍼스 글로리와의 리턴 매치(4차전)에서도 후반 40분을 넘어서며 김인성과 주니오의 골을 묶어 2-0으로 승리했다. FC 도쿄와의 5차전도 역전승이었다. 전반 1분 만에 나가이에게 선제골을 내준 울산은 전반 44분과 후반 40분 윤빛가람의 멀티골로 전세를 뒤집었다.
 
조별리그를 5승 1무로 가볍게 통과한 울산은 16강 멜버른, 8강 베이징을 차례로 연파했다. 울산의 파죽지세라면 ACL 우승도 허황된 꿈이 아니었다. 4강에서 만난 빗셀 고베를 맞아 울산은 다소 고전했다. 경기 내용에서는 앞섰으나 골 결정력 부족으로 패색이 짙었던 후반 흐름이었다.
 
반전의 핵심은 김도훈 감독의 공격적인 용병술이었다. 비욘존슨을 넣으며, 공격수 숫자를 늘리고, 좌우 풀백에도 공격 성향이 짙은 홍철, 김태환을 투입해 '닥공'을 시도했다.
 
조커로 투입된 비욘존슨은 천금의 동점골을 터뜨리며, 울산을 구했다. 연장에서는 체력이 강한 울산이 완전히 지배했다. 결국 연장 후반 종료를 앞두고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주니오가 방점을 찍었다. 울산의 투 스트라이커 비욘존슨과 주니오가 각각 한 골 씩 넣으며 K리그의 자존심을 살렸다.
 
언제나 울산의 발목을 잡았던 역전패와 뒷심 부족 징크스를 이번 ACL에서 완전히 떨쳐낸 모습이다. 물론 아직 우승으로 가려면 한 단계를 더 넘어서야 한다. 오는 19일 오후 9시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페르세폴리스(이란)과 우승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인다.
 
2년 연속 K리그 준우승으로 좌절한 울산이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전 (2020년 12월 13일, 카타르 도하 -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울산 현대 2 - 비욘존슨 81' 주니오(PK) 118'
빗셀 고베 1 - 야마구치 52'


선수명단
울산 4-2-3-1 : 조수혁 - 정동호(55'김태환), 김기희(68'정승현), 불투이스, 박주호(63'홍철) - 신진호(96'원두재), 윤빛가람 - 이청용(55'비욘존슨), 고명진(45'이근호), 김인성 - 주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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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베 김도훈 주니오 A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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