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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없는 신앙이 낳은 끔찍한 결과

[책이 나왔습니다] 늦깎이 신학도의 예수 찾기 '예수가 완성한다'

등록 2020.12.20 19:27수정 2020.12.2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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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기독교가 부끄러운 종교가 되었고,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게 부끄러운 시대이다. <예수가 완성한다>는 그 부끄러운 종교에 뒤늦게 귀의한 필자가, 부끄러움이 축적된 근본적인 이유가 '예수망각'에서 비롯하였다고 보고 '예수찾기'를 진행한 현재진행형의 결과를 독자와 나누는 책이다.

더불어 '예수팔이'로 추락을 거듭한 한국 교회가 마침내 사망에 이른 것은 불가피한 귀결이었으며, 제대로 된 '예수찾기'로 한국교회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대형교회 유명목사를 중심으로 한 개신교 주류는 예수팔이에 그치지 않고 예수를 납치하였고, 심지어 '예수살해'까지 기도(企圖)하였다는 게 나의 진단이다.

이 책 1부 초반부에 이어령이 기독교에 귀의하면서 주변에서 욕먹은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기독교인이 되면서 그런 소리를 들었다. 아니, 오히려 나에게는 더 큰 의혹의 시선이 쏠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이, 기독교에 귀의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학대학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018년 2학기에 나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스님이 되기 위해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가듯 세상과 완전히 단절한 것은 아니었다. 속세의 인연을 유지한 채 속세의 일을 병행하며 신학대학원을 다닌 것이기는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경악 그 자체였다.

나의 적극적 의지 때문이라기보다는 입학 과정에서 약간의 혼선이 생긴 탓이긴 했지만 어쨌든 내가 이수하는 과정이 '목사 후보생 과정'이란 이야기까지 들으면 주변에서는 더욱 뜨악한 표정을 짓곤 했다. 아주 가까운 사람 중에 어떤 이는 "신학 공부까지는 괜찮지만, 창피하니까 제발 나중에 목사한다는 말만은 하지 말아줘"라고 말했다.

기독교가 사회적으로 부끄러운 종교가 되었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코로나19바이러스가 한국과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이후로 신천지의 패악질과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한 '광화문 교단'의 몰상식한 행위가 겹쳐지며 그 부끄러움은 더 끔찍한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기독교인임이 부끄러운 세상'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구제불능의 기독교인이 상당히 많은 것도 부끄러움이다. 어떤 이들은 "내가 예수라면 한국의 기독교인이 창피해 개명하고 말겠다"라고 말한다. 어째서 그런 부끄러운 종교에 왜 귀의하느냐는 질책이 이 블랙유머에는 담겨 있다.  
 

<예수가 완성한다> 겉표지 ⓒ 마인드큐브

 
그들의 예수는 예수가 아니다

모두 타당한 지적이고, 대체로 수긍한다. 그런데도 나는 신학이라는 공부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기독교에 귀의한 것을 세상의 관점에서도 잘한 일이라고 판단한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반공과 숭미, 자본주의를 교리처럼 떠받드는 다수 기독교 세력이 주창하고 설파한 예수가 실제 예수와 완전히 다르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었고, 내가 새롭게 만나고 있는 예수는 기꺼이 나의 진보주의 사고에 동감을 표하고 격려해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진보주의를 믿고 어떤 진보주의자인지는 지엽적인 사안인 듯하여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다만 예수가 잠자는 내 영혼을 힘차게 일깨웠음은 물론이고 내 사유의 강력한 근거가 되어주었다는 점은 적시한다.

예수운동의 중심에 섰던 과거 역사 속의 인간 예수는 단언컨대 진보주의자였다. 힘없고 가난한 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고 치유를 베풀었으며 부패한 사회체제의 전횡에 눈감지 않고 개혁을 말하였다. 신학의 어떤 유파는 예수운동을 사회주의의 원형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예수가 계급갈등을 예민하게 지각하고 민중의 편에 섰으며 인간해방의 길을 끊임없이 도모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예수에게 그러한 사회주의자의 면모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예수가 전적으로 사회주의 운동을 주창하였다고 주장한다면 난센스다. 사회주의는 아무리 '원형'이라고 하여도 현실개혁을 모색하지만 예수운동은 현실 너머의 구원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예수운동이 현실을 외면한 피안의 구원만을 추구했다고 단정한다면 분명 오해이다.

나는 '개독교인'이 아니라는 기독교인 

한국 개신교 몰락의 징후는 이미 오래전부터 뚜렷했다. 한국 개신교의 과도한 세속화와 권력화, 자본주의 정신과 합체한 저속한 번영신학의 만연 등 총체적 위기가 한국 개신교 교회를 '예수의 수치'이자 한국 사회의 우환으로 만들었다. 이미 진단이 나올 만큼 나와 있으므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의견을 간단히 제시하자면, 교회의 위기와 몰락의 근본 원인은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예수의 이름을 훔쳐 예수의 이름으로 장사판을 벌였기 때문이다. 비단 한국 교회에만 해당하지 않겠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적어도 한국 교회의 상당수는 내용상 '예수 납치범'들에 불과하고 그들 중 일부는 '예수 살해자'이다.

문제는 뚜렷하지만 해법이 쉽게 찾아질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서 '예수의 수치'에 눈감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있어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없어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원래 답의 정의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이 진술은 예수의 가르침에 부합하지 싶다.

나는 한국 교회의 '개독교' 화를 매우 걱정하지만, 그들과 우리는 다르다며 간단히 선을 긋는 교회 일각의 태도에도 우려한다. '개독교'는 한국 기독교의 돌연변이가 아니라 한국 개신교의 불가피한 현상이다. '개독교'는 한국 기독교의 불온한 토양 위에서 성장했으며, 소위 정통 기독교라고 주장하는 개신교 무리 중에 또 다른 '예수 납치범'이 적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뒤늦게 예수를 받아들이고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늦깎이 신학도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예수살해자'들과 예수해방
 

예수 십자가를 지고 죽음의 길을 걷는 예수 ⓒ 픽사베이

 
일단 내가 예수를 만나며 고민한 내용을 진지하게 정리해보자고 생각했다. '예수 납치'와 '예수 감금'에 맞서 지금이야말로 무엇보다 '예수 해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예수 장사'로 권력을 잡고 이권을 챙기며 무능력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듯 큰 교회를 물려주는 등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 '예수 납치범'들이 한국 교회의 지도자 행세를 하고 있다. 또 많은 신도가 그들을 맹종하며 '예수 감금'에 자신도 모르게 동참하고 있다. 고민과 성찰 없는 신앙이 그들의 '예수 장사'를 방조한 셈이다.

교회, 교회정치, 교회관계, 교회네트워크 등을 떠나 오직 예수에만 집중한 신앙이 다시 긴요해진 시점이라고 할 때 많은 이들이 말하듯 종교개혁을 방불케 할 만큼의 강력한 예수찾기가 절체절명의 과제로 대두된다.

나는 이 책에서 내가 행한 예수찾기를 기록했다. 기독교 신앙을 갖는 과정에서 집약적으로 고민한 내용 중 몇 가지를 큰 덩어리로 정리했다. 당연히 이 책은 신학서적이 아닌 신앙고백 성격의 저술이다. 또한 나의 예수찾기만이 올바른 '찾기'라고 감히 자신할 수 없다. 다만 간절하게 예수찾기를 모색하지 않는다면 기독교가 결코 회생할 수 없으리라고는 확언할 수 있다.

누구나 책을 쓰기 시작할 때 마지막 문장을 예상할 수 없지만, <예수가 완성한다>를 다음의 문장으로 마무리할 줄은 상상조차 할 수는 없었다고 말해야겠다. 다음의 말은 주로 기독교인을 겨냥한 말이지 싶다.

왜냐하면 만약 지금 종말이 오고 예수가 재림하여 천국을 연다면, 그곳에서 기독교인을 발견할 확률이 높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말에 분노할 개신교 목사가 있다면, 그곳에서 목사를 발견할 확률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말하겠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마태복음 3장2절)

예수가 완성한다 - 코로나 시대를 사는 지식인의 예수찾기

안치용 (지은이),
마인드큐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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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평론하고, 래디컬 정치를 사유한다. 활자에도 익숙해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이런저런 글을 쓴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소년/대학생들과 자주 접촉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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