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를 넘어서는 청년들이 있다

부동산 광풍에서 절망하지 않는 청년 주거 대안

등록 2020.11.18 16:41수정 2020.11.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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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광풍에 절망하지 않기 위한 부동산 공부 3, 4강이 11월 6, 13일에 열렸다 ⓒ 인수마을

 
청년아카데미와 희년함께가 공동기획한 '부동산 공부' 그 세 번째, 네 번째 강좌가 열렸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소장이 6일 '어서 와! 전·월세는 처음이지? : 민달팽이를 위한 전·월세 사용설명서'라는 주제로 강의했고, 13일에는 함께주택협동조합, 밝은누리, 오늘공동체가 '내 집 마련과 더부살이의 사잇길을 찾아'라는 주제로 실제 주거 사례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 제도

  
이른바 '임대차 3법'이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되었다(이 중 임대차 신고제는 2021년 6월부터 시행된다). 임대차 3법은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하는 임차인이 최소 4년은 살 수 있도록 보호한 계약갱신요구권제,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상승 폭이 연 5%를 넘지 못하도록 한 전월세상한제,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30일 내로 계약사항을 신고해야 하는 임대차 신고제가 핵심이다. 3법 시행으로 전세난이 심화되었다는 평가부터 임차인을 보호한 것은 의미 있는 결정이라는 말까지 평가가 갈린다.

구 소장은 '보증금을 지키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자체가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생기는 슬픈 현실이라며, 이른바 임대차 3법으로 전세난이 시작되었다는 평가는 옳지 않고 오히려 주거권이 향상된 근거라고 보았다.

"전세를 놓는 기제는 두 개예요. 첫 째는 내가 나중에 들어가서 살려고 미리 찍어 놓는 것이고, 두 번째 기제는 말 그대로 투기 수요입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파는 거예요. 이 두 기제는 한 가지 철학을 공유해요. 언젠가는 집값이 오를 거라는 것이에요."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서, 내가 하자를 수리하면서 살지만 결국 몇 년 뒤에는 집을 비워야 하는 비합리성이 있다. 구 소장은 전세 제도가 장기적으로는 사라져야 한다며 전세 제도 소멸은 부동산 투기가 끝났다는 말과 같다고 해석했다.

"(시세차익 목적으로 전세 세입자를 구해 집을 사는) 갭 투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전세금 자체를 규제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현재 서울이 40%인 담보인정비율(LTV)에 전세금을 포함해야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사적 대출과 같은 전세금이 규제됩니다. 그러면 전세금을 집값 대비 40% 이상 받지 못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돼요."


구 소장은 2년 미만의 임대차 계약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무조건 2년으로 보고 있다는 것과 임대차 계약 시 직거래는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야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는 것도 설명했다. 전·월세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내용이 이날 강의의 주를 이루었다.

주거 문제, 공동으로 풀어간다
 

전월세 세입자가 알아야 할 법률적, 현실적 정보들을 공유했다. ⓒ 인수마을

     
13일 강의에서는 여러 공동 주거 사례 발표가 있었다. 김명훈 함께주택협동조합 조합원은 마포구 성산동 함께주택 3호에 거주하고 있다. 함께주택은 '개인의 주거 문제 공동이 함께 풀어갑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2013년에 설립되어 주거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고 있다.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첫째, 적정한 가격과 안정적 거주기간 보장하는 주택 둘째, 좋은 품질 주택과 유지 관리하는 문화 셋째, 토지 공공성 확대를 내세운다.

2018년 기준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5.9%이지만, 노후주택 비율이 37.2%이다. 즉 보급된 주택 중 3분의 1가량이 노후주택인 셈이다. 따라서 좋은 주택을 찾는 것 못지않게 건물을 유지 관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필요해진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이 만들어진 문제의식을 설명하는 김명훈 씨. ⓒ 인수마을

    
이에 반해 건물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점점 떨어지지만, 토지는 입지 가치 상승하면서 가치가 증가한다는 특징이 있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은 토지 공공성 확보를 통해 임대료를 안정시키고 거주기간이 보장된 주택을 함께 짓고 함께 관리하려 한다. 토지는 공적 재화로서 높은 공공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토지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공동이 함께 풀어가는 형식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주택 소유구조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는데 함께주택 1, 2호는 조합소유형으로 조합이 토지와 주택의 수익권, 처분을 갖고 조합원이 사용권을 갖는 형태이며, 3, 4호는 공공토지 임대형으로 조합이 공공에 토지임대료를 지불하고 주택의 수익권, 처분권을 갖고 조합원은 사용권을 갖는 형태이다.

함께주택은 현재 3호까지 지어졌으며 4호는 건축 중이고, 5, 6호는 건설 계획 중에 있다. "집을 함께 짓는 과정에서 쌓이는 경험이 주택을 유지, 관리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함께주택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김명훈씨는 밝혔다.

마을에 자리 잡은 청년 공동체방
  
밝은누리 인수마을 비혼 여성/남성 공동체방은 공동 주택 형태가 아닌 기존 주택을 임대하여 이웃 주민과 어울리며 지낸다. 현재 인수마을에는 여성 공동체방 다섯, 남성 공동체방 두 곳이 있다.

여성 공동체방에서 지내는 배지은씨는 부동산 주거 문제가 청년 때만 있는 것은 아니며, 부동산 외에 결혼, 출산 육아 등 새로운 상황과 문제들을 청년 시기 이후에 마주하게 되므로 삶의 든든한 관계망인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것이 밝은누리 여성/남성 공동체방이 마을 토대 안에 자리를 잡은 이유이다.
 

인수마을 공동체방은 마을에 터해 있음을 설명하는 배지은 씨. ⓒ 인수마을



인수마을 공동체방은 '집은 잘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역세권이 아닌 곳에 터전을 마련한다. 주거와 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독립된 주체로 책임 있게 마련하되 서로 형편 살피며 배려하여 각자 정황에 맞게 책정한다. 마을 중심에는 마을 밥상이 있다.

마을 밥상에서 점심, 저녁밥을 함께 먹으며 상품화된 먹거리,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등 지금의 식문화에 문제의식을 갖고, 농민들을 살리며, 여러 사람과 교제한다. 혼삶, 혼밥이 일상화된 이때 밥상지기가 정성스레 마련한 밥을 먹고, 귀여운 마을 조카도 보고, 밥상에서 나누는 대화만으로 하루의 때를 씻고 힘을 낼 수 있다.
   
"우리에겐 집뿐 아니라 서로 지켜줄 터전이 필요해요. 세상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자립, 자족할 수 있는 두터운 관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이 정한 기준 때문에 불안했는데 욕망을 다스리고 분별하는 능력을 함께 공부하면서 스스로 기준을 다시 세우기도 하고 관계적 삶을 통해 욕망의 전환을 만들어 냅니다. 마을을 통해 부동산 등 모든 문제에 종속되지 않는 안전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함께 살기 전 실험을 시도하다
   
오늘공동체 은공1호는 50명 정도가 거주하는 주택이다. 땅과 건물은 오늘공동체의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사는 사람들은 영구임대로 전세나 월세로 지낸다. 2000년에 공동체가 먼저 시작되었고, 은공1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세난과 잦은 이사 상황에서 같이 살고 싶다는 이유에서 짓게 되었다.

사례를 발표한 정현아씨는 은공1호 이전의 연합 가족, 단체 여행, 격일에서 매일로 바뀐 공동체 식사, 유치원 방과후학교와 초등방과후학교 등 여러 실험이 이러한 주거 형태를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은공1호에 함께 살면서 축제와 음악회 등 여러 활동이 많아졌고, 60~70개의 동아리가 활동 중이라고 한다. 창업하려는 이들에게는 공동체 기금으로 지원하며, 수입의 10%를 모아 공동체 차원에서 무상 의료, 반액 학비, 실업급여 등을 지원한다. 주민자치회 활동 등 이웃 주민과 연대도 하고 있다. 함께 살면서 좋은 것은 관계와 일상이 풍성해지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것이라고 한다.
   

은공1호 건립 전 함께 사는 실험들이 있었음을 소개하는 사진. ⓒ 인수마을

    
"은공1호를 지을 때부터 2호를 건립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은 땅값이 너무 올라서 좋은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이 대부분 30~40대, 50대인데 실버 코하우징도 생각하고 있고,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가치에서 그룹홈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은공1호를 지을 때는 혐오 시설 들어오는 것 아닌가 주민들이 거부감 있었는데 만 3~4년이 지난 지금은 이웃들과 인사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 함께 사는 삶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정기적 모임이 있는지, 함께하는 공부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건물을 지을 때 재원 마련은 어떻게 했는지, 공간 청소는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는지 등 현실적인 생활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부동산 광풍이라 할 현실에서 당장 필요한 지식을 세 번째 강의에서 배웠다면, 네 번째 강의에서는 함께 살며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본 시간이었다.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하는 이때 부동산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부동산을 넘어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갈 든든한 관계가 절실함이 확인된다.

부동산 문제는 단순히 사는 공간 마련을 넘어, 누구와 어떤 삶을 꾸릴 것인지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공부 웹자보 ⓒ 인수마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밝은누리 누리집(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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