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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만 시끄러운 검사들... 조국의 돌직구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언론이 부추긴 '검란'과 '검사 사표' 국민청원

등록 2020.11.02 17:14수정 2020.11.0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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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출신으로 검찰을 잘 알고, 그래서 검찰개혁 카드를 들고나온 노무현을 좋아하는 검사들은 없었다(...). 특히 검찰로선 가장 예민한 때가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다. 물론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검찰이 달라지거나 하진 않는다. 하지만 검찰 내에 세력들이 바뀐다. 그게 바로 라인이다."

영화 <더 킹> 속 조인성이 연기한 특수부 검사의 내레이션이다. 2009년 '논두렁 시계' 보도와 검찰의 소환 조사를 떠오르게 만든다. 날이 갈수록 검찰개혁의 당위를 역설하는 교본으로 자리매김 중인 이 영화 속 주인공 검사는 지방 검찰청 형사부에서 근무하며 자장면 먹고 야근하면서 고생고생하다 우연한 기회에 전략수사부(특수부)로 영전한다.

그 이후로는 거침이 없다. 정치권력을 깨부수며 부와 권력을 얻은 대신 부정과 부패에 물들어 간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 어느 쪽이 차기 대선을 잡느냐다. 무당을 찾아 굿판을 벌일 정도다. 허나 영화 속 검사들의 수사기법(?)은 현실을 빼다 박았다는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다. 정우성, 조인성이 연기한 영화 속 특수부 검사들의 전략은 이렇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기본이다. 기득권, 고위층의 약점을 틀어잡고는, 자기 유불리에 따라 정권 유력 관계자들을 쥐고 흔든다. 정권재창출에 어떻게든 기여하고자, 혹은 정권교체를 위해 쟁여 놓은 약점과 정보를 적극 활용한다. 인지수사야말로 특수통 검사로서의 능력을 검증받는 바로미터다. 기소와 불기소를 선택적으로 결정하는 기준은 가족을 포함한 사익과 함께 검사동일체와 제 식구 감싸기로 대변되는 조직의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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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킹> 스틸 컷 ⓒ (주)NEW

 
아울러 범죄자의 증언도 조직의 이익과 영전을 위해 조작한다. 이슈를 이슈로 덮기 위해 기자도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언론 플레이를 적극 활용하고, 이 또한 수사 기법의 일환으로 평가 받는다. 검찰 조직에서 흥망성쇠를 경험한 주인공은 끝내 국회에 진출하고자 정치권에 손을 내민다. 이런 디테일을 흥미롭게 그린 <더 킹>을 두고 영화 개봉 당시 임은정 검사는 본인 페이스북에 이런 평을 남긴 바 있다.
 
부패한 정치검사들의 (혹 있다면) '이너써클'에는 제가 들어가 본 적이 없어 알 순 없지만, 저 지경은 아닐 텐데…. 그리 갸웃거리다가도 검찰 출신인 김기춘, 우병우 등을 떠올려보면,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비난받은 숱한 사건들을 되돌아보면, 뭐라 할 말이 없어 관객들과 같이 웃으면서도 씁쓸하네요.

<더 킹>과 정치검사들

<더 킹>의 개봉은 2017년 1월이었다. 맞다. 국정농단 사태가 나라를 뒤흔들던 그때였다. 당시 대표적인 정치검사의 이름은 김기춘, 우병우였다. 그로부터 3년여가 흘렀다. 검찰총장 두 명이 퇴임했고, 지난해 8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한데 국민들에게 회자하는 대표 정치 검사들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영화 속 검사들의 행태는 현실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러난 사실과 제기된 의혹만 놓고 봐도 이 정도다.

우선 라인 문화. 윤석열 라인, 한동훈 라인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지난해 윤 총장은 취임 직후 인사에서 특수통 검사들을 주요 보직에 등용했다. 반면 윤 총장 취임 전 위 기수 선배들은 줄줄이 사표를 냈다. 사문화됐다던 검사동일체 문화도 일부 검사들에겐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듯 보인다.

지난해 지도부를 포함해 야당 의원들이 줄줄이 기소된 패스트트랙 수사는 한없이 늦어진 반면 조국 일가족 수사에 이어 청와대 수사까지 일관성(?)을 보인 이 또한 "중요한 수사는 직접 지휘한다"던 윤 총장이었다. 나경원 전 의원이 자녀 관련 의혹 등으로 시민단체로부터 10번 넘게 고발될 동안 단 한 차례도 피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은 것 역시 윤석열 검찰이었고.

마찬가지로 조국 인사청문회 정국 당시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과 관련된 정보를 입수, 국회에서 까발린 의원들 다수가 검찰 출신 야당 의원들이었다. 인사청문회 당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소환조사 없는 무리한 기소 사실을 인지한 듯, 당시 조국 후보자에게 사퇴를 종용한 이들 역시 이들 야당 의원들이었고.

10년 전 검사 출신 김두식 교수는 <불멸의 신성가족>이라는 저서에서 변호사·검사·판사를 포함한 법조인들의 카르텔을 제목처럼 '불멸의 신성가족'이라 칭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검사들은 '검사 가족'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고 한다. 윤 총장은 이러한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수년 동안 수면 아래 잠겨있던 윤 총장 장모와 아내 관련 의혹 말이다.

'조국처럼 수사하란' 요구가 난무하게 한 것 또한 결과적으로 윤 총장 본인이라 할 수 있다. 총장 가족 사건을 일선 검사가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그 수사를 윤 총장 본인이 지휘해도 되겠느냐는 의문을 근거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합법적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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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박병석 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정혁 변호사, 박경준 변호사, 이헌 변호사. 2020.10.30 ⓒ 연합뉴스

 
검사 가족의 같은 뜻 다른 표현일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은 어떤가.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당사자 중 한 명이자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는 구속 수감된 채널A 이동재 기자와 돈독한 사이임을 자랑하듯 한 달 동안 수십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한 검사는 특수부 시절 언론 플레이에 능하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이 한동훈 검사의 법무부 감찰을 놓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맞서려고 검사장 회의까지 소집하는 열의를 보였다.

최근 정국을 뒤흔든 김봉현 전 라임 회장의 폭로전도 빼놓을 수 없다.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향응을 접대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여야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옵티머스 펀드 사건과 관련해선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 총장이 불기소 처분을 승인한 것을 두고 부실 수사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한데, 과연 이 모든 것이 특수통 검사들만의 문제이고 의혹일까. 연수원 동기가 변호인이라서, 후배 검사가 연루돼서 선택적 기소와 선택적 수사,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일선 검사들의 이름 역시 언론보도를 통해 적잖이 회자하고 있지 않은가. 일부 일선 검사들 역시 검사동일체, 제 식구 감싸기, 검찰 가족 문화에 길들여지고 특권의식과 검찰 무오류 신화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를 검사 본인들이 스스로 증명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부추긴 '검란', 조국의 돌직구

한쪽에선 '디지털 검란'이라며 부추긴다. 소셜 미디어에선 '키보드 연판장'이란 평가절하도 적잖다. 지난달 28일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가 검찰 내부 게시판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이후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연일 '검란'을 부추기는 기사가 쏟아졌다. 언론들은 하루하루 댓글을 단 검사들의 숫자를 세고, 댓글 내용을 실명 보도하며 추 장관과 일선 검사들과의 대립각을 경쟁하듯 부각하는 중이다.

추미애 장관이 페이스북에 이 검사에 대한 촌평을 남기자, 다음날(29일)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인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는 "장관님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은 어떤 것"이냐며 "저 역시 커밍아웃하겠다"라고 나섰다. 일부 언론은 최 검사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라는 사실만을 강조했다. 다음날 또 다른 부장검사 역시 추 장관의 인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최모 씨(최순실) 인사 농단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하필, 김학의 전 차관이,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가 연이틀 7년 만에, 13년 만에 사법부로부터 단죄를 받던 시점이었다. 보다 못했는지, 30일 임은정 검사도 내부 게시판과 페이스북에 "우리 검찰로서는 할 말이 없는 사건"이라며 장문의 글을 통해 자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일부 일선 검사들은 "정치 검찰" 운운하는 비판의 댓글을 달았다.

실제 서명한 연판장도 아닌 인터넷 댓글로 의견을 표명 중인 일부 검사들의 행태가 일반 국민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검사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거론하고 '(판사 출신이자) 정치인 출신 장관'을 비판하려면, 국정감사에 출석해 공직자 윤리 위반에 가까운 하극상 발언이나 정치적인 언행을 이어간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이 먼저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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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0.10.29 ⓒ 연합뉴스

   
어디 그뿐인가. 앞서 거론한 대로, 취임 이후 윤 총장의 행보 자체가 지극히 정치적이었다. '정치가 검찰을 덮은 것'이 아니라 '정치검사가 검찰을 덮은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노무현을 좋아하는 검사들은 없었다"던 <더 킹> 속 대사처럼, 왜 하필 검찰개혁을 들고나온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만 검사들이 반기를 들고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는지 검사들이 스스로 답해야 하지 않겠는가.

조국 전 장관이 1일 페이스북에 이에 대해 대신 답했다. 조 전 장관은 최근 조명된 이명박씨의 BBK 사건, 김학의 전 차관의 성폭력 사건, 성폭력 범죄 당사자인 진동균 검사에 대한 검찰의 과거 사직 처리를 열거한 뒤 검사들이 당시엔 왜 침묵했는지 묻고는 이런 자답을 남겼다. 
 
이상의 사건에 대하여 시민들의 비판이 쌓이고 쌓여 진실이 드러나고 마침내 유죄판결이 난 지금, 자성의 글이나 당시 수사책임자 및 지휘라인에 대한 비판은 왜 하나도 없나요? 지금도 위 결정 모두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고 있나요? 검찰은 무오류의 조직이라는 신화를 여전히 신봉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상의 세 사건 외에도 많은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다 밝혀야 합니다.

한편, 과거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 또는 민정수석이 비공식적 방법으로 내린 수많은 수사지휘에 대해서는 반발하기는커녕 "대선배의 지도편달"이라며 공손히 받들었지요? 왜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비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교정하기 위해 공식적 지휘를 했을 때만 '검란'이 운운되는 것인가요?

돌이켜 보라. 윤 총장이 "쿨했다"고 표현한 MB 정부 시절, 김기춘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하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던 박근혜 정부 시절 검란 보도가 있었는지를.

조 전 장관만이 아니었다.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논란에 대해 "검찰 출신이 법무부 장관할 때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지휘감독권 행사할 필요도 없었다"라고 꼬집은 바 있다.

아울러 이러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두고 조 전 장관은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기소' 외, '선택적 순종'과 '선택적 반발'의 행태"라 표현했다. 일선 검사였던 <더 킹>의 조인성이 그랬다. 영전과 사익을 위해 조직문화에 순응했고, 부정과 부패를 눈감았으며, 그러한 침묵 자체가 (정치)검사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언론이 '검란'의 주체라 띄우고 있는 검사들은 과연 이와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정치인 총장이 검찰을 정치로 덮어 망치고 있습니다. 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정치검찰이 이제는 아예 대놓고 정치를 하기 시작합니다. 감찰 중에 대전 방문해 정치하고, 그를 추종하는 정치검찰들이 언론을 이용해 오히려 검찰개혁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자성의 목소리는 없이 오히려 정치인 총장을 위해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아주십시오. 검찰개혁의 시작은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는 일부터 시작입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란 청원 내용이다. 채 사흘도 못 돼 청원 수가 32만 명을 넘었다(2일 오후 2시 현재 324,793명)했다.

이렇게 검찰 개혁에 공감하는 국민이 정치 검찰들의 퇴출을 요구하는 중이다. MB를, 김학의를 기소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국민 여론의 힘이었다. 법률에 의해 제한된, 현재 전체 검사의 수가 2200여 명이다. 이러한 여론 앞에, 고작 전체 검사 중 10분의 1이 게시글도 아닌 댓글을 단 것을 두고 '검란'이라 부추기는 언론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요, 의도가 의심되는 침소봉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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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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