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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대선에서 우파는 왜 대패했나

[분석] "쿠데타 논란"과 11개월 동안 이어진 우파 임시정부의 폭정

등록 2020.10.21 09:24수정 2020.10.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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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6일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대선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와 모랄레스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볼리비아, 좌파의 귀환

10월 18일, 작년 대선이 무효가 된 후 코로나 사태로 밀리고 밀리다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대선 일정에 볼리비아 대선이 열렸다. 볼리비아 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선거를 지켜보고 있었다. 누가 대통령을 당선되냐에 따라 볼리비아의 미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시간이 종료된 뒤 출구조사와 비공식 신속 집계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모두 좌파정당 사회주의운동당(MAS)의 루이스 아르세 후보가 결선 없이 1차 선거에서 과반을 득표해 승리하였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고, MAS 측은 승리선언을 하였다. 임시 대통령인 자니네 아녜스와 경쟁 후보였던 카를로스 메사 모두 결과에 승복선언을 하였다. 한국 시각 10월 21일 오전 1시 24분 기준으로 공식 개표율 61.64%에 1위 후보인 루이스 아르세 후보가 50.3%를 득표한 것으로 나오고 있으며, 2위 후보인 카를로스 메사는 31.78%로 나오고 있다.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19석으로 과반을 획득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유권자의 약 88%로 집계되고 있다. 볼리비아 우파는 왜 대패하였는가?

작년 11월의 부정선거 논란 또는 쿠데타 논란

작년 11월 볼리비아는 대선을 치렀다. 3선 대통령이자 원주민 출신 에보 모랄레스가 헌재의 판결로 인해 4선 도전이 가능해진 뒤 출마한 선거였다. 선거 결과는 에보 모랄레스의 당선으로 나왔다. 그러나 우파 야권에서는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불복하였다. OAS(미주기구)는 이 선거를 총체적 부정선거라고 단정지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으며, 모랄레스가 대통령직에서 사퇴하는 2019년 11월 10일까지 이어졌고, 경찰과 군부의 사임 압력을 받고 사퇴하게 된다. 그 뒤 당시 선거용 중립내각에 있던 우파 소속 재무장관이자 상원부의장이었던 자니네 아녜스가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하며 임시 정부를 구성하게 되었다.

모랄레스는 멕시코로 망명길에 오르면서 이번 일은 우파와 군부에 의한 쿠데타라고 반발하였다. MAS 또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쿠데타라고 주장하였다. 부정선거 논란을 떠나서 군부가 선출된 대통령에게 사임 압력을 넣은 것은 쿠데타 논란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이다. 실제로 시간이 지난 뒤 2020년 3월, 개표조작 등 부정선거를 증명할 통계적 증거가 없다는 MIT 공대의 선거 데이터 및 과학 실험실 연구진들의 연구 내용이 워싱턴포스트에 등재되면서 정말 부정선거를 핑계로 한 쿠데타 아니냐는 논란이 증폭되었다. 이는 볼리비아 우파들의 정당성을 흔들게 되었다.

모랄레스가 사퇴하자 이번에는 원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기 시작한다. 반 모랄레스 시위 과정에서 보여준 우파세력들의 인종차별주의와 파시즘적 행보를 목격하였던 것과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모랄레스가 물러나고 백인 중심의 우파가 들어서면 과거처럼 다시 '2등 시민' 대접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이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다. 2006년 이후 모랄레스의 집권기간 동안 천연가스를 국유화 하였고, 천연가스를 통해 얻은 부를 사회로 환원하는 정책이 펼쳐졌다. 볼리비아의 극빈층의 비율은 38%에서 17%까지 줄어들었다. 또한 그동안 정치적으로 배제당해 왔던 원주민들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사회적 하층민이었던 원주민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다.


우파 "임시정부"의 비민주성과 백색테러

원주민들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아녜스는 과거에 원주민 혐오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전적이 있었고 임시정부에서도 그런 성향이 그대로 나타났다. 또 극우파 시위대들은 노동조합 간부와 MAS 당원들을 사냥하듯이 공격하였으며, 원주민을 상징하는 깃발이자 볼리비아의 공동국기인 위팔라를 우파 시위대와 경찰, 군인들이 불태우는 장면들이 방송화면에 나오게 되었다. 우파 시위대를 이끈 사람은 부유층 출신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초라는 사람인데 이 자는 산타크루즈 유니온이라는 극우단체와 연결되어 있는 극우 인사였다.

임시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더 심각해졌는데 미주인권위윈회는 2019년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볼리비아 지역을 방문한 뒤 볼리비아 일부 지역에서 "학살(masacre)"이 일어났다고 표현하면서 아녜스가 이끄는 임시정부의 인권유린을 비판하였다. 이러한 폭력적 탄압은 대선이 이뤄질 때까지 이어졌다.

우파 임시정부는 애초에 대통령이 사퇴할 시 장관 또는 상원의장이 의회의 승인 하에 임시 대통령이 된다는 법 조항 자체를 어겼다. 볼리비아 의회의 허락을 받지 않고 볼리비아 헌재의 유권해석으로 집권했기 때문이다. 존재부터 볼리비아의 법 질서를 어지르고 탄생한 임시정부였고, 그들이 한 것은 원주민들에 대한 국가폭력이었다. 게다가 모랄레스 정권의 긍정적 유산들인 재분배 정책를 축소시키고 천연자원을 민영화 하려는 시도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국가폭력과 모랄레스 이전으로의 회귀정책으로 인해 볼리비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원주민들은 우파 임시정부를 적대시 하게 되었다. 인구의 대다수를 적으로 돌린 우파 임시정부는 이미 스스로 자멸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코로나 사태와 우파들의 자멸

코로나 사태는 볼리비아 우파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선거 일정은 계속 연기되었다. 그러나 우파 후보들은 자신이 단일화 후보가 되어야 한다며 각을 세우기만 했다. 방역은 실패했고, 수 많은 사람들 임시정부 기간에 또 죽었다. 사후 대응은 무능했다. 아녜스가 이끄는 임시정부는 1주일에 한 번씩 비리 스캔들이 터졌고, 보건부 장관이 호흡기 구매 비리를 저질러 사퇴하는 일이 생겼다. 우파 임시정부의 무능과 부패가 끝도 없이 터져나왔으며, 9월 말에는 아녜스 임시정부의 경제장관이 아녜스의 전력회사 민영화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사퇴하는 등 우파들 간에도 서로 손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임시정부는 안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원주민들 뿐 아니라 도시 시민들까지 임시정부에 반발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 임시정부 대통령으라는 권력을 이용해 정식 대통령 까지 노리던 아녜스는 결국 야권 단일화를 명분으로 대선후보에서 사퇴하게 되었다.

우파 임시정부의 실책은 대선 기간에도 일어났다. 국제 선거 감시단의 감시업무를 지속적으로 방해하거나 우파세력들의 테러를 방관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 선거감시단 중 한명인 페데리코 파지 오리 의원이 공항에서 구금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임시정부에 소속되지 않은 우파 대선후보들도 민심의 요구와 전혀 상관없는 민영화나 외자 유치 등의 공약만 이야기할 뿐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 무엇을 할 지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볼리비아 우파들은 결국 선거 결과에서 보듯이 대패하였다. 그들은 자멸한 것이다.

이제 공은 다시 볼리비아 좌파와 원주민들에게 돌아왔다. 루이스 아르세 당선자는 볼리비아의 민주주의와 경제를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11개월 동안 볼리비아는 극심한 좌우갈등, 인종갈등을 겪었다. 좋든 싫든 루이스 아르세는 이를 봉합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비판받고 있는 군부와 경찰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할 것이다. 이 또한 매우 어려운 난관이다. 코로나 사태로 방역과 경제 또한 비상이다. 어려운 길이지만 분명한 것은 볼리비아 우파들이 11개월 동안 보여준 무능과 비인간성, 추태에 비하면 나은 미래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볼리비아 #볼리비아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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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사, 사회복지 관련 글을 쓰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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