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고 등산해 봤습니다

코로나 19의 시대, 마스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등록 2020.09.14 09:42수정 2020.09.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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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 형제봉에서 파란 가을 하늘, 푸른 숲, 도시의 아파트 ⓒ 박희주


컨디션이 퍽 좋은 편은 아니었다. 연이어 3일 동안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것 같다. 특별한 고민 거리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보다가 보통의 자야 할 시간을 놓쳤던 것이다. 그 핑계로 예정하고 있던 산행을 위해 집을 나서야 하느냐, 아니면 주저앉아야 하느냐를 두고 잠시 고민을 하였다.


사과 두 개를 물로 씻어 백팩에 넣으면서 나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길을 나서자 찌뿌둥하던 머리도, 복잡하게 뒤엉켜 버렸던 생각들도 다 사라지고 만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제일 크겠지만, 일요일 7시 30분은 이른 시간인가 보다. 차량들의 행렬은 짤막하면서 얇았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 한산하였다. 

2주 전은 가벼운 산책으로, 그리고 지난주는 3시간짜리 등산으로 무릎에서 시큰거리던 증상은 없어졌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지난 4년 동안 마음 놓고 등산도 할 수 없었으니, 산으로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횡재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좀 더 긴 등산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일었다. 

어딘가 목적을 두고 걷는 것과 단순히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겠다는 생각만으로 걷는 걸음은 몸이 반응하는 것부터 사뭇 다르다. 어딘가 가야할 데를 두고 걸을 때는 가야할 곳까지 도착해야 하는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또는 가야할 장소에서 만나야 하는 사람과의 용건에 대한 생각에 몰두하느라 '걷는다'는 것을 잊게 된다.

시간과 용건에 대한 생각으로 쏠려 다른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뇌의 탓일 것이다. 그런 반면, 생각을 한 곳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고,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어떤 목적의식 같은 것도 없는 등산은 자연스럽게 걸음에 집중이 되고, 호흡에 집중이 된다. 
 

광교산에서 본 광교신도시 파란 가을하늘, 푸른색 자연 속의 광교신도시 아파트단지. 비가 온 뒤의 솔잎의 색이 쨍하다. ⓒ 박희주

 
어떤 목적이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의식적으로 해야 하는 집중은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만, 등산으로 걷는다는 것은 몸의 한계나 몸의 반응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반복적인 동작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집중이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다. 이런 이유에서 등산이나, 수영, 달리기와 같은 단순 반복적인 유산소 운동에 갈증을 느끼는 것 같다. 

집에서 나서기 전에 새 마스크를 걸이(스트랩)에 갈아 끼웠다. 마스크걸이는 여러모로 편리하다. 마스크를 벗고 집에서 책을 보다가 폐박스나 폐지를 들고 무심코 나갈 때면 어김없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되돌아오곤 했다. 


마스크를 벗은 채 집밖으로 나서는 것이기에 코로나19의 감염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자신에게도 문제이지만 다른 이에게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바야흐로 마스크 착용은 외출의 기본적인 에티켓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마스크걸이를 구입하고부터 그런 실수(?)는 범하지 않는다. 
 

가을하늘 광교산 혀제봉에서 서해쪽으로 바라본 풍경. 서해가 보일 듯하다. ⓒ 박희주

 
산에 오를라치면 항상 마주하는 것이 오르막인데, 지난 두 주간 마스크를 쓰고 오르막을 올라본 짧은 경험으로 새 마스크를 써야 무난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다는 것과 조금 긴 산행의 경우 여분의 새 마스크를 두어 개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땀에 젖게 된 마스크이거나, 며칠이 지나 팽팽함을 잃은 마스크는  숨을 들이킬 때 마스크의 면이 입과 코를 막아 숨쉬기가 몹시 어려워진다. 2주일 전 산행에서 쓰던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을 오르다가 들이키는 숨에 마스크의 면이 입과 코를 막아 숨쉬기가 어려웠다. 다가오는 사람들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얼른 마스크를 벗고 심호흡을 하였던 적도 있었는데, 그 몇 초가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지난주에는 새 마스크를 썼는데, 산을 오르내릴 때 숨쉬기가 조금 불편할 뿐 마스크면이 팽팽하여 입과 코를 막지 않으니 등산 내내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마스크를 벗는 불상사(?)를 피하려고, 출발할 때부터 평소보다 걸음의 속도를 줄여서 호흡이 지나치게 가빠지는 것을 피하려고 했지만 말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오르막 지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오르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힘든 사연이야 짐작도 되고 이해도 하지만, 나와 남을 위해 삼가 해야 할 일임에는 분명하다. 코로나19로 세상살이가 완전히 바뀌었는데, 건강을 위해 취미로 등산하는 것에도 예외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자신의 편리함을 꾀함으로써 다른 이에게 불안감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의 말을 빌자면 이런 상황이 2~3년은 더 갈 수도 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불편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마스크착용을 일상의 필수로 여겨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시원한 바람도 간간히 부는 날,  3시간여의 산행은 꿀맛이었고, 몸에는 멋진 선물이었다.
#마스크 #등산 #광교산 #형제봉 #마스크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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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으며, 특히 분단과 관련한 내용을 많이 찍고 있습니다. 또한 문화재단에 근무하다 보니 문화예술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여러가지 행사나 문화현상들에 대해서도 사진작업을 병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문화, 예술 현장을 취재하여 알리고 싶어 가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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