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유족 '동영아빠'는 참사6년 지난 지금도 전국을 돈다

[인터뷰] 단원고 희생자의 아버지 김재만씨 "사참위 연장보다 진상규명 중요해"

등록 2020.09.10 11:17수정 2020.09.1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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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길거리 피켓팅을 하고 있는 동영아빠 김재만씨. ⓒ 공순주

 
세월호 참사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가 6개월 남았다. 이런 가운데 일부 유가족은 청와대 앞 1인시위에 나선 상황이다(관련 기사: 문 대통령 손글씨 가슴에 단 세월호 경빈 엄마의 한숨). 이런 가운데 유가족 중 한 명을 만났다. 

- 아버님 소개 좀 해주세요.
"단원고 2학년 6반 고 김동영군 아버지 김재만입니다."

-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뭐... 항상 똑같지요. 계절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직장생활도 즐거운지 모르고, 답답하고 암울합니다."

- 세월호참사(2014.4.16.)가 발생한 지도 시간이 꽤 지났잖아요? 진상규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벌써 6년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1700만 촛불이 정권을 바꿨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도 훌쩍 3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네요. 후보 시절부터 약속하고 대통령에 취임하면서도 진상규명을 약속했는데, 그런데 여전히 그 자리에요. 문재인 대통령이 가족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강력한 조사기구를 만들어 한 점의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호언장담하셨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사참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와 검찰 뒤에 숨어 보이지가 않아요.

지금 검찰 특별수사단 수사 행태를 보세요.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수사를 하겠다는 말 역시 가족들과 시민들을 기만한 거라 생각해요. 여론몰이만 한 거지요. 고작 검사 8명에 수사관 몇 명으로 세월호참사 관련한 정부 기관들을 수사할 수 있다고 믿는 시민들은 없을 겁니다. 2014년 세월호참사를 은폐, 축소 수사한 검찰도 수사 대상인 건 아시죠? 그렇게 해야 검찰도 개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사참위는 뭐 1기 특조위에서 봐서 알겠지만, 진상규명이나 관련자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걸 모두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러니 하루하루가 답답합니다."

- 왜 진상규명이 안 된다고 생각하세요?
"아직도 방해 세력이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6년 5개월의 세월 동안, 정권까지 바꾸고 대통령 임기 중 3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밝혀진 게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무엇이 두렵고 무엇을 숨기고 있기에 이렇게까지 밝혀지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에요."

-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문 대통령에게 검찰특별수사단뒤에, 사참위 뒤에 숨지 마시고 밖으로 나오시라고 하고 싶어요. 세월호학살사건의 진상규명은 대통령 의지가 반드시 있어야 밝혀낼 수 있으니까요. 지금 당장 세월호참사의 철저한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이 누구인지 밝혀내라는 지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여당에서 법안 발의를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공소시효 연장, 사참위 조사 기간 연장, 그런데 자꾸 연장만 한다고 해서 진상이 밝혀지는 게 아니잖아요?


진상을 밝히는 게 중요한데, 진상규명도 할 수 없는 사참위 조사 기간을 연장하면 무엇을 하겠어요. 설령 특검을 한다 한들 국가정보원이나 국방부, 국가안보실 등등 권력기관은 수사할 수도 없는데 언제까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이대로 방치하고 계실 건지 정말 묻고 싶습니다."
 

.청와대앞에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김재만씨. ⓒ 공순주

 
- 9월5일 경북 구미서 있었던 4.16세월호 사건 기록연구 북콘서트에 수현아빠와 함께 참여하셨는데, 이 책에 대해서 사참위가 인쇄 및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했어요(사참위 측은 박씨 저서에 일부 비공개 자료·조사자 신원이 기재됐다며, 향후 조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단 이유로 이를 신청했다-편집자 주). 어떻게 생각하세요?
"놀랐지요. 정작 사참위는 제대로 한 게 없는데, 죽자고 진상규명에 매달린 유가족이 6년 넘게 분석하고 고민해서 내놓은 책을 판매하지 못하게 한다는 게 기가 막혔지요. 사참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수현 아빠가 많이 알려주기도 하고, 어느 부분을 조사해야 하는지 그런 부분까지 알려줬어요. 수현 아빠가 알아낸 자료 지원도 해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감사함은 다 까먹고, 자문위에서 해촉하고, 소송하고. 도대체 사참위의 존재 이유가 뭔가 싶더라고요. 올해 12월 11일이면 사참위 조사가 끝나잖아요? 그런데 1기 특조위 자료나, 정부 기관에서 자발적으로 내준 자료와 수현 아빠가 알려준 부분을 빼면 스스로 알아낸 게 얼마나 되겠어요?

조사기간 2년 가까운 지금까지 청문회 한 번 열지 못했잖아요. 세월호 관련 자료검토도 다 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나마 진상을 알릴 수 있는 책을 사람들이 읽지 못하게 막는 건 말이 안 되지요. 여덟 번인가 기자회견 한 것도 1기 특조위 때나 이전에 이미 나와 있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가처분신청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시민들 반응 보세요. 사참위가 가처분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니까 서로들 빨리 책 구입해야겠다고 말하잖아요. 사참위가 이래선 안 됩니다."

- 얼마 전 이탄희 의원 등이 '사참법 개정안'을 낸 건 알고 계시죠?
"뉴스를 통해 내용을 알고 있죠. 그런데, 여당은 머릿수 놀음 그만하시고 법 개정을 하려면 세월호학살사건의 진상을 온전히 밝혀야 한다는 심정으로 강력한 내용의 법개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걸 명심해줬으면 좋겠어요. 또한 여당 내의 세월호TF 의원님들 몇 분 계시는데 제발 대통령께 진언을 하십시오. 반드시 온전하고 완전하게 진상규명을 원한다면 약속 이행하시라고..."

- 지금 가족들의 이렇다 할 진상규명 활동이 보이진 않는데, 가족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4.16가족 협의회는 초심으로 돌아가 분노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내 아이의 억울한 죽음 내가 밝혀야 한다고 수없이 말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죽었는데, 그 부모들마저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은 누가 밝혀주겠습니까? 문재인대통령에게 제대로 진상을 밝히라고 소리 지르고 발악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9월5일 4.16세월호 사건 기록연구 구미북콘서트에 함께한 동영아빠 김재만씨. ⓒ 공순주

 
-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행동하는 시민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전국에 계시는 깨어 있는 시민 여러분, 자원봉사자 여러분, 지금 이 시간에도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각지에서 피케팅과 서명전, 기억 물품 나눔에 애써주심에 심심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요즘 너나 할 것 없이, 코로나19로 생활반경도 줄고 너무도 답답하실 텐데, 조금만 더 힘내시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동영아빠 김재만씨는 지금도 시민들이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하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 함께 행동하고 있다. 세월호참사 잔여 공소시효 6개월. 세월호참사의 진실마저 이대로 침몰하도록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참사진상규명골타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문재인대통령 책임과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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