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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조종하는 '받은글'... 박원순 시장 실종 속보에 오보 남발

아직 수색 중인데... '단독' 또는 '속보' 표시 달고 사망했다 기사 냈다 삭제

등록 2020.07.10 12:28수정 2020.07.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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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신고된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와룡공원 일대에서 1차 수색을 마친 경찰이 수색을 하며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9일 실종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0시 1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 실종 사실이 언론 보도로 처음 알려진 9일 오후 6시경부터 약 6시간 동안 일부 언론들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온갖 오보를 쏟아냈다. 대부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떠도는 이른바 '받은글(속칭 '찌라시')'에 의존한 기사였다.

경찰이 수색 중인데도 박 시장 시신이 발견됐다거나, 섣불리 사망 원인을 단정하는 보도가 대표적이었다.

속보 경쟁에 팩트체크 무시

<월간조선>은 이날 오후 6시 45분쯤 '[속보] 박원순 시장 시신 발견 / 성균관대 부근에서 발견'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어 오후 7시쯤 <충청리뷰> <로톡뉴스> <뉴스렙> <투데이코리아> <뷰어스> 등도 '속보'나 '단독' 표시를 달고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하지만 오후 7시 10시쯤 경찰에서 시신 발견설을 부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월간조선> 등 일부 매체는 기사를 아예 삭제했고, <로톡뉴스>는 기사를 고친 뒤 페이스북에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정확한 팩트체크 후 다시 보도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당시 SNS에는 '받('받은글'이라는 의미... 기자 주) 박원순 시신 성대 후문 와룡공원 근처서 발견'이라는 '받은글'이 떠돌았는데, 언론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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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박원순 시장 수색 작업이 한창이던 9일 오후 7시쯤 <월간조선> 등 일부 언론은 박 시장 시신을 발견했다는 오보를 내보냈다, 경찰이 부인하자 기사를 삭제했다. ⓒ 네이버 갈무리

 
경찰 1차 수색이 한창이었던 이날 오후 8시쯤에는 박 시장 시신이 서울대병원으로 호송됐다는 '받은글'이 떠돌았고, 급기야 의사 매체에서 박 시장이 'DOA(Dead on arrival; '도착시 이미 사망'을 뜻하는 의학용어... 기자 주) 상태'라는 오보도 나왔다.

<청년의사>는 이날 오후 9시30분쯤 '[속보] 실종된 박원순 시장,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중... 사망한 듯'이라는 제목으로 의료계 취재원에게 확인했다면서 박 시장이 이미 'DOA' 상태라고 보도했다. 당시 SNS에는 '받) 박원순 시장 시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중이랍니다', '받) 서울대병원 DOA(Dead on Arrival)'이라는 짤막한 '받은글'이 떠돌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 20분쯤 수색 현장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박 시장을 찾지 못했고 10시 30분부터 2차 수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경찰과 119구조대가 실제 박 시장을 발견해 생사 여부를 확인한 건 그로부터 1시간 30분이 지난 뒤였다.


아울러 일부 언론은 박 시장 실종 사실을 전하면서, 집을 나가기 전 가족들에게 남긴 글을 근거로 '박 시장 연락두절... 딸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말 남겨"'(한국경제) 식으로 사망 원인을 단정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10일 "실종자 사망 사실이 확인되기도 전에 사망 관련 보도 나간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박 시장이 가족에게 남긴 글도 상황이 확인되긴 전까진 '유서'라고 볼 수 없는데 '자살을 암시한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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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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