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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총선 참패가 '의대 증원' 심판?" 의협 주장 따져보니

[여론조사 분석] 진보-중도층, '정부안'보다 '중재안' 선택... "의협의 적반하장, 아전인수 해석" 비판

등록 2024.04.17 15:01수정 2024.04.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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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전공의 1,300여명이 참여한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총선이 여당 참패로 끝나자, 전공의들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하는 등 의사 단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 중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지난 12일 22대 총선 결과에 대한 브리핑에서 "현명한 우리 국민은 투표를 통해 의료개혁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있는 포퓰리즘 정책인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의료계와 함께 발전적인 의료 개혁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정부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들어, 대한민국 의료를 파국으로 몰아 가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에 나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2월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안을 발표했을 때, 해당 정책 추진의 명분은 바로 국민 찬성 여론이었다"면서 "무엇보다 정부가 보여준 쇼에 불과한 대화 시도와 수시로 입장을 바꾸는 일관성 없는 태도로 인해,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 추진의 목적이 의료 개혁이 아니라 총선용 포퓰리즘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진짜 여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회의에서 "선거 때문에 국정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게 될 수도 있다"면서 의대 정원 2천 명 확대 등 의료 개혁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총선 결과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 있어 특정 정책에 대한 심판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의대 정원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봤다. 

의대 증원 발표 직후 윤석열 지지도 반등했지만... '2천 명 고수'에 피로감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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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한국갤럽 조사에서 29%까지 떨어졌던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률은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발표 이후 33%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2월 마지막 주에는 거의 8개월 만에 직무 긍정률이 40%에 육박했다. 대통령 긍정 평가 이유가 ‘의대 정원 확대’라는 응답도 2월 셋째주 2%에서 출발해 3월 첫째주에는 28%까지 올랐다. ⓒ 김시연

 
<오마이뉴스>는 지난 2월 6일 정부의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계획 발표 이후 주요 언론사에서 진행한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여론 조사 추이를 비교 분석했다.

한국갤럽에서 지난 2월 13~15일(2월 3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답변이 76%로,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16%)는 답변을 크게 앞섰다. 이때만 해도 보수, 진보, 중도는 물론 여야 정당 지지자 사이에도 이견이 없었다.

더불어 새해 들어 29%까지 떨어졌던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률도 33%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2월 마지막 주에는 거의 8개월 만에 직무 긍정률이 40%에 육박했다. 대통령 긍정 평가 이유가 '의대 정원 확대'라는 응답도 2월 셋째주 2%에서 출발해 3월 첫째주에는 28%까지 올랐다.

하지만 전공의와 의대생이 의대 증원에 맞서 집단 사직서와 휴학계를 제출하고, 정부의 압박에도 의료 공백이 확대되자 여론에도 조금씩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 3월 2일과 3일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적정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2천 명은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48%로 가장 많았지만, '2천 명보다는 적게 늘려야 한다'는 응답도 36%로 나타났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지층(35% vs. 47%)이나 대통령 직무 부정 평가층(35% vs. 47%)에서는 증원 규모 축소 응답 비율이 좀 더 높았다. 다만 의대 정원을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이어 지난 3월 8일과 9일 <한겨레>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유권자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의사 집단 행동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해 원래 계획대로 의대 정원 2천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답변이 53%로 절반이 넘었고, '증원 규모 축소'는 34%, '증원 계획 취소'는 7%에 그쳤다.

비슷한 시기인 3월 9~10일 MBC에서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전국 단위 조사에서는 '2천명이 적절하다'(35%)와 '2천명보다 더 늘려야 한다'(23%)를 합쳐 2천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58%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탈 전공의에게 행정 처분을 통지하고 의대생 집단 유급 사태와 의대교수 사직서 제출 예고 등으로 의정 갈등이 고조된 3월 12~14일(3월 2주) 한국갤럽에서 진행한 두 번째 조사에서는 '정부안대로 추진' 47%와 '규모·시기 조정 중재안 마련' 41%로 차이가 좁혀졌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정부안이 우세했던 '중도'에서도 45% 동률을 기록했다.

특히 정부가 의사계 반발·의료 공백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38%)보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49%)이 더 많았다. 이때부터 대통령 직무 평가 긍정률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사전투표 1주일 정도 앞두고 '중재안' 여론이 '정부안'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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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계획 발표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정부안 찬성 여론이 가장 높았지만, 점차 중재안에 힘이 실렸고 3월 마지막 주에는 중재안이 정부안을 넘어서는 여론조사 결과로 이어졌다. ⓒ 김시연

 
급기야 사전투표를 불과 1주일 앞둔 지난 3월 28~29일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증원하되 규모, 시기를 조정하는 중재안'이 57.2%로, '정부안'(28.5%)을 크게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 조사에서는 '진보층'(71.9% vs. 14.8%)뿐 아니라 '중도층'에서도 66.4% vs. 24.8%로 중재안이 정부안을 크게 앞섰다. 정당 지지층별로도 국민의힘과, 자유통일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에서 '중재안'이 우세했다.

결국 의대 정원 확대 계획 발표 직후만 해도 보수와 진보, 중도 가릴 것 없이 정부안에 힘을 실어줬으나, 이후 정부가 의사들의 반발과 의료 공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국민 불편만 초래하면서 정부안도 점점 힘을 잃었다. 다만 정부안을 전폭 지지했던 여론이 증원 규모나 시기를 조정하는 중재안으로 옮겨갔을 뿐이고, 현행 정원 유지를 요구하는 의협 쪽 주장에 동조하는 응답 비율은 오히려 10% 아래로 줄어들었다.

경실련 "의대 증원 심판 해석은 의협의 적반하장"... '아전인수' 지적도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정책과 이번 총선 결과가 어떤 인과 관계가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초반에는 의대 정원 증가에 대한 국민 (찬성) 여론이 76%로 높았지만, 3월 중에 나왔던 여론조사에서는 증원을 하더라도 지금같이 2천 명을 무리하게 증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여론이 오히려 높았던 결과도 있었다"면서 "(정부가) 증원에 대한 비전문가적인 입장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건 무리이고, '2천 명'이 어디에서 근거했는지 의사 단체에서 계속 문제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가 끝나고 나서 대부분 평가가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이 굉장히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닌가"라면서 "그(무리한 정책) 내용 중에 의대 정원 확대, 의료개혁 패키지 등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런 정책을 무리하게 계속 추진하는 것은 그런 국민의 뜻과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5일 논평에서 "총선 결과를 의대 증원에 대한 민심으로 해석하고 증원 저지를 위해 '원팀'으로 결속하는 의료계의 행태에 기가 찰 따름"이라면서 "여당의 총선 대패는 윤 대통령의 불통과 미숙한 국정운영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의료계의 해석은 특권 지키려다 지금의 의료대란을 만든 당사자의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16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결과가 의대 증원안 자체에 대한 심판이라는 의협 주장은 아전인수"라면서 "정부가 의대 증원 협상을 하면서 국민의 피로도나 불편을 조기 종식하려는 노력보다는 의사 때리기만 하는 무능을 심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 정서는 이미 의사 증원에 합의했고, 정부가 이해당사자인 의사들의 저항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국민 피해나 피로 없이 점진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랐다"면서 "대통령이 '의사 카르텔'과 타협하지 않겠다면서 2천 명 증원만 고수하면서 국민도 '총선용 정치쇼'라는 본질을 깨닫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한국갤럽 자체조사. 전국 유권자 약 1000명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 *연합뉴스·연합뉴스TV, 메트릭스 의뢰. 전국 1000명 무선전화면접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한겨레, 글로벌리서치 의뢰.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1008명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MBC, 코리아리서치 의뢰. 전국 1000명 전화면접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P('증원 규모 2000명 적절' 35%, '2000명보다 더 늘려야' 23% 합산). *동아일보, 리서치앤리서치 의뢰. 전국 1004명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각 언론사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의대정원확대 #22대총선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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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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