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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장교 시절에 면관된 사유

[[김삼웅의 인물열전] 박정희를 쏘다, 김재규장군 평전 / 8회] 공산주의자였던 연대장에게 포섭되지 않고 오히려 충고하다

등록 2020.05.01 17:42수정 2020.05.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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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장군 보안의 전문가인 전 보안사령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장군. 뒤의 '보안완벽' 휘호가 김 장군이 보안 전문가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 남산의 부장, 김충식 저

김재규의 초임 장교 시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대전의 2연대에서 소위로 근무 중 '명예 면관(免官)' 조치로 군복을 벗은 것이다. 10ㆍ26거사 후 '항소이유서'에서 스스로 밝힌 면관 이유를 들어보자.

변호사 : 정상에 관하여 몇 가지 묻겠습니다. 육사 2기로 임관했다는데, 그 때 군번과 성적을 말씀해주세요.
김재규 : 군번은 10177, 196명 졸업에 14등이었습니다.

변호사 : 그 때 소위로 임관하셔서 첫 근무지와 보직은?
김재규 : 1947년 12월 14일 소위로 임관해서 대전에 있는 제2연대 중대장 대리로 보직받았습니다.

변호사 : 소위 때 중대장 대리를 했나요?
김재규 : 제가 대전에 가는 14명 동기생을 인솔해 갔습니다. 그 때는 장교가 모자랐기 때문에 선임장교인 저에게도 소대장을 시키지 않고 바로 중대장대리 명령이 났습니다.

변호사 : 중대장 대리 다음에 뭐 하셨어요?
김재규 : 연대 정보주임을 했습니다.

변호사 : 그 당시, 정보주임은 당시에 CIC(육군 특무부대) 기능이라든지 다른 기능이 없어서, 정보관계는 총망라하는 임무를 하셨다는데 사실입니까?
김재규 : 그렇습니다. 그 때는 아직 CIC 기능이 편성되기 전이기 때문에 연대 정보주임은 CIC 기능도 같이 수행했습니다.


변호사 : 연대 정보주임 근무 당시 연대장이 누구였나요?
김재규 : 김종석이라는 공산주의자인데, 남로당이었습니다. 그 후 처형됐습니다.

변호사 : 나중에 공산주의자로 노출된 사람이라서 피고인과는 암투가 시작되었고, 급기야는 그 사람 때문에 연대장이 쫓아내서 47년 6월 1일 명예면관이 되어서 군을 떠나셨어요? 제가 알기로는 군에 쭉 계신 줄 알았는데 소위 때 떠나셨네요?
김재규 : 예, 육군 중위로 진급하는 날 군을 떠났습니다. 사유는 연대장 김종석은 대단히 머리도 명석하고 그런 분이었지만, 이분이 공산주의자였는데, 제가 육사 2기 중 선임장교였기 때문에 저를 포섭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제가 포섭되지 않고 거꾸로 연대장께 충고했습니다. 연대장께서 만나는 사람이 전부 좌익계열 사람들인데, 우리 국방경비대는 불편부당해야 하지 않느냐고 충고했습니다. 연대장은 그 때만 해도 자기 신분을 은닉하고 있었습니다. 자기는 카톨릭 신자고 한민당(해방직후 우익 민족진영의 최대 정당으로 송진우 김성수 선생이 창당했다) 당원이라고 하고, 사무실에는 항상 십자가를 걸어놓고 있었는데, 그러나 저에게 자기 신분이 탄로됐다는 것을 알고 그 때부터 저를 기피하기 시작했고, 대전에서 군경축구시합에 충돌사건이 생겼습니다. 사건 당일날, 제가 일직사령을 했기 때문에 그 책임을 지고 명예면관이라는 이름으로 군대를 그만 두었습니다. 그 날 일직사령은 사실은 저희 동기생인 박노규였는데, 위경련이 일어나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저는 오후 2시에 그 일직완장을 명령 없이 대신 찼는데 그것이 원인이 되어서 그로부터 2시간 후에 생긴 사고로 군대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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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올해의 시민기자 특별상 수상자인 김재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가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기대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대담을 갖고 '박정희 권련 평가'에 대해 확실한 근거로 글쓰기를 하고 있다며 계엄사 군사법정의 문답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를 보여주고 있다. ⓒ 유성호

 
변호사 : 군을 떠난 후에 김천중학교, 대륜중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 2년 있었다는데 사실입니까?
김재규 : 그렇습니다.

변호사 : 이 때 박선호가 제자였나요?
김재규 : 제 기억으로는 그 때 박선호의 담임을 했던 것으로 압니다.

변호사 : 박선호가 그 때부터 피고인을 존경해왔다고 해서 참고로 물었습니다. 그 후 당시 연대장이 빨갱이라는 것이 밝혀져서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사실입니까?
김재규 : 그렇습니다.

변호사 : 그래서 피고인이, 그 때 억울하게 군에서 쫓겨났구나 해서 다시 군에 복귀했다는데?
김재규 : 예, 연대장은 그 후에 남로당 당원이라는 것이 밝혀져서 사형됐습니다. 그 후, 그 때 그만 둔 저의 경우가 억울하다고 해서 육군 본부 인사국에서 제게 복직권고가 왔습니다. 그래서 군을 떠나서 근 2년 약간 넘었다고 생각됩니다만, 다시 군에 복직하게 됐습니다. (주석 4)


주석
4> 김재홍, 『대통령의 밤과 여자, 박정희 살해사건 비공개진술 전(全) 녹음 최초 정리(하)』, 204~206쪽, 동아일보사, 1994.(이후 '비공개 진술' 표기)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박정희를 쏘다, 김재규장군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재규 #김재규장군평전 #박선호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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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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