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헌재 "교사 정치단체 활동 금지는 위헌", 결정문 분석해보니...

정당 가입 금지는 '합헌' 나왔지만... 교사의 '정치기본권' 넓어졌다

등록 2020.04.24 15:22수정 2020.04.24 15:22
0
원고료로 응원
 
a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2020년 4월 23일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초·중등학교의 교육공무원이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과 초·중등교육법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 중, "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2항 제2호의 교육공무원 가운데 초·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 교원은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라는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이다. 

우선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중요하게 짚어봐야 할 내용 가운데 첫째, '정치'의 영역에 대한 법리 해석이다. 헌재의 결정문에서도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구성원의 모든 사회적 활동은 '정치'와 관련된다. 특히 단체는 국가 정책에 찬성·반대하거나,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주장과 우연히 일치하기만 하여도 정치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


결정문에서도 '정치' 영역이 갖는 포괄성을 인식하고 있다. 정치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적용되는 개념이고, 뭔가 꼬이고 얽힌 걸 바르게 펴는 것이라 정리했던 공자의 언급을 차치하고서라도 삶의 모든 영역이 정치 아니겠는가. 우선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정치의 영역이 얼마나 협소했던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이라는 위 조항의 입법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정치적 중립성' 자체가 다원적인 해석이 가능한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일치된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판단 주체가 법 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위 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위배 되어 나머지 청구인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

둘째,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판단이다. 교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학교에서, 교실에서, 혹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제약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특정 정치 편향을 드러내거나 강요하지 않는 게 정치적 중립의 핵심이다. 

모든 교원에게는 종교의 자유가 허용된다. 그렇다고 교사들이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하는가. 아니면 자신이 믿는 종교만을 편향적으로 드러내거나 학생들에게 강요하는가. 그렇지 않다. 마찬가지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허용된다고 해서, 특정한 정당이나 편향성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이런 우려는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감시와 통제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충분히 담보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초중등학교 교원이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교사의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없음에도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서 볼 때, 수단도 적합하지 않고 침해의 정도 역시 심각한 지경이라는 인식을 아래와 같이 결정문에 적시했다.
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2항 제2호의 교육공무원 가운데 초·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의 교원(이하 '교원'이라 한다)의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그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결성 관여행위 및 가입행위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점에서도 수단의 적합성 및 침해의 최소성을 인정할 수 없다. 

셋째, 교원의 정치기본권 허용 범주이다. 교사로부터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지 않는 교육을 받을 기회가 보장된다면 충분하다는 결정이다.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만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 그 외의 시간과 공간에서는 정치적 자유권을 행사해도 중립 의무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원으로부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가 보장되는 이상, 교원이 기본권 주체로서 정치적 자유권을 행사한다고 하여 교육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거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볼 수 없다. 교원이 사인의 지위에서 정치적 자유권을 행사하게 되면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게 된다는 논리적 혹은 경험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그 지위를 이용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감시와 통제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충분히 담보될 수 있다. 

넷째, 교원의 정치적 중립 요구가 만든 법익의 균형성 상실과 과잉금지원칙 위배 문제이다. 교사에게 정치적 중립을 과도하게 요구하다 보니 법이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의 균형성이 훼손되고 과도한 금지와 규제로 입법 취지를 훼손시켰다는 결정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위 조항이 교원에 대하여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명백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반면, 그로 인하여 교원이 받게 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한 제약과 민주적 의사 형성과정의 개방성과 이를 통한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공익에 발생하는 피해는 매우 크므로, 위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나머지 청구인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섯째, 평등권 침해와 관련한 결정이다. 정당 가입과 활동이 위헌이라는 판단해서 소수의견을 제시한 내용 가운데서도 의미 있는 결정문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교원이 교단에서가 아닌 시공간에서 정치적 자유를 행사한다고, 직무를 수행함에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는 점은 대학교수들과 같다는 논리는 대단히 합리적 결정이다.

아울러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은 초중고교에서 이뤄지는 것이니 정당을 설립하거나 가입하고 정당 활동을 하는 건 대학교수들과 달리 차별하는 것이므로 합리적이지 않다는 결론이다. 그런 취지에서 '정당' 가입과 활동을 금지한 법률이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의견인 셈이다. 
 
교원이 사인으로서 정치적 자유권을 행사하게 되면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게 된다고 볼 수 없는 점은 대학 교원과 동일하다.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은 초·중등학교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직무의 본질이나 내용을 고려하더라도 정당의 설립·가입과 관련하여 대학 교원과 교원을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당법 조항 및 국가공무원법 조항 중 '정당'에 관한 부분은 나머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여섯째, 그렇다면 50만 교원과 수백 만에 이르는 그 가족들이 이제부터 할 수 있는 건 무언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대단히 아쉽다. 그러나 달리 보면 교사 정치기본권의 물꼬를 터준 셈이다. 얼마만큼 열어젖히는가는 철저하게 교사들의 몫이다. 열린 공간으로 하나 둘씩 정치기본권을 과감하게 행사하는 주체들이 정치 현장에 많아져야 한다. 

일곱째, 무엇을 꿈꿀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등에 보장된 고용 휴직을 통해 국회를 포함한 다양한 국가 기관에서 정치 활동이 가능해졌다. 정당 가입과 정당 활동은 여전히 족쇄로 작용하지만,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의 정치 활동은 활짝 열렸다. 정당 가입이 필수 조건이 아니라면 그 어떤 국가 기관에서 일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교사의 정치 활동 영역은 무한대로 펼쳐졌다.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보를 위해 투쟁해 온 시간을 돌아볼 때, 우리가 물러설 땅은 한 치도 없다는 신념으로 교사의 정치기본권 확립을 위해 신발 끈을 고쳐 묶어야 한다. 이제 다시 출발점에 섰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보다가 문득 시 한 편이 생각났다. 이번 결정으로 마음 상하셨을 분들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듯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에듀인 뉴스 인터넷 판에도 개재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AD

AD

인기기사

  1. 1 굴·바지락·게에서 나온 '하얀 물체'... 인간도 위험
  2. 2 11~15살 학생 수백 회 강간… 이런 일 가능했던 이유
  3. 3 가사도우미에게 재판서 진 고위공직자... 추악한 사건 전말
  4. 4 박근혜에게 권하는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길'
  5. 5 이번 추석에는 쓰레기를 선물하지 맙시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