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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할인 포기하고 '자가격리 세트' 주문해보렵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한 '연대적 소비'가 필요하다

등록 2020.03.05 16:45수정 2020.03.0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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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뀐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나의 경우, 첫 번째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나도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돌보며 집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위안이다.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보내며 하루 세끼, 하루 세 번의 간식을 챙겨주느라 집에 있으면서도 결코 여유롭지 못하지만, 집 안에서 나름 나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 노력한다.

집에만 있으니 아무래도 택배 주문이 늘고 있다. 부득이할 땐 장을 보러 밖에 나가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인터넷 장보기와 온라인 쇼핑을 적극 병행하고 있다.

그러던 오늘 아침, 블로그 이웃을 맺고 있는 어느 독립서점의 재미난 포스팅을 보게 됐다. 그 독립서점은 얼마 전 3월 서점 운영을 잠시 쉰다는 포스팅을 올렸었다. 나 또한 때가 때인지라 어쩔 수 없겠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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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책방이 공지한 '자가 격리 세트' 온라인 배송 판매 ⓒ 책방동주 블로그

 
이번에 올라온 포스팅은 서점 운영을 잠시 쉬는 대신,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자가격리 세트'를 택배로 발송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책방지기가 주제에 따라 선정한 서너 권의 책을 제목도 모르는 채 구입하는 방식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 자가격리 소설 3종(책방지기가 알아서 골라주는 소설)
- 집에서 미술여행 3종(미술관도 문닫았네, 내방에서 미술여행)
- 어린이 그림동화책 3종 세트(이런 동화책은 다른 서점에 없지, 독립출판 동화책)



'오, 재미있는걸?' 하는 생각과 동시에, 지난 주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했던게 생각이 났다. 그리고 이번 주말 10% 쿠폰을 받아 또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계획까지 세워둔 것이 떠올랐다. 심지어 한 권이라도 무료 배송을 해 주니, 생각날 때 언제든 편히 주문할 수 있는 대형 온라인 서점의 장점들.

한편으로는 그간 뉴스에서 읽어온 보도 내용들이 생각났다. 코로나19로 거리가 한산해졌다는 현장 스케치,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으니 그냥 문을 닫아버린다는 소상공인들의 하소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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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대구시 중구 중앙로 지하상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상가들의 임시 휴점을 알리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 연합뉴스

 
이번 기회에 조금 다른 소비를 해보고자 한다. '한 권도 무료배송'이 아니면 어떤가. 기왕 구입하는 거, 좀 더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 배송료를 내지 않는 방법도 있다. 10% 할인을 받지 못하면 어떤가. 내 이웃이 희망을 가지고 미소지을 수 있다면 저렴하게 구입하지 못한 내 소비가 과연 어리석기만 할까. 지금이야말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연대적 소비가 필요하지 아닐까.

나는 기쁜 마음으로 블로그 이웃인 독립서점에서 '자가격리 세트'를 주문할 계획이다. 평소 좋아하던 소설이 나을까, 아니면 이 참에 미술 책에 도전해볼까. 즐겁고 따뜻한 고민에 빠져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 #대형온라인서점 #독립서점 #독립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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