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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빈 잡고도 비판 받는 KIA 타이거즈, 이유는...

오지환-안치홍-김선빈 이어진 FA시장 도미노, 몸값 거품 줄었어도 수혜자 나온다

20.01.15 14:53최종업데이트20.01.1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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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빈 ⓒ KIA 타이거즈

 
안치홍을 잃은 프로야구 팀 KIA 타이거즈가 김선빈은 지켜냈다.

KIA는 지난 14일 FA(자유계약선수) 김선빈과 4년 총액 4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일 안치홍이 예상을 깨고 전격적인 롯데행을 택하면서 충격에 휩싸였던 KIA는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 김선빈을 잡는 데 성공하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김선빈과 안치홍은 최근 몇 년간 KIA의 키스톤 콤비였다. KIA는 당초 두 선수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협상 과정은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FA 시장 한파에다가 두 선수 모두 지난 시즌 아쉬운 활약을 펼치면서, 구단 측이 시장 분위기를 지나치게 낙관한 측면이 컸다. 올해 FA 대어 중 1호로 계약한 오지환이 4년 40억에 LG 잔류를 선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두 선수의 협상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KIA와 안치홍, 김선빈의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안치홍은 결국 이적을 선택했다. 더구나 롯데와 계약조건이 4년 보장이 아닌 옵트아웃이 포함된 2+2년 계약이라는 점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안치홍의 2년 기준 보장 총액은 26억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KIA를 비난하는 팬들이 많았다.

안치홍 역풍이 불러온 최대의 수혜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김선빈이 됐다. 사실 김선빈도 안치홍과 마찬가지로 FA 협상이 길어지면서 팀을 떠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만일 김선빈마저 놓친다면 여론의 비난은 둘째치고 KIA는 다음 시즌 전력 구상에 치명타를 입게 될 수 있었다.

김선빈이 우수한 내야수이기는 하지만 최근 FA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대박 계약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전망이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시장에 남은 FA 김선빈은 오히려 높은 몸값으로 계약을 마쳤다. 안치홍을 놓친 KIA 구단은 김선빈과 다급하게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결국 안치홍이 떠난 지 약 일주일 만에 전격적으로 계약에 성공했다.

유격수와 2루수 모두 소호할 수 있는 자원, 김선빈

김선빈은 유격수와 2루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안치홍이 떠난 지금 도루왕 박찬호가 풀타임 유격수를 소화할 수 있다면 김선빈에게 2루를 맡는 게 KIA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KIA는 다음 시즌 리빌딩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공수에서 두루 풍부한 경험을 갖춘 김선빈은 내야의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우여곡절 끝에 김선빈을 잔류시켰음에도 KIA 팬들의 반응은 만족보다는 그저 최악을 피했다는 안도감이나 '진작에 이렇게 하지'라는 아쉬움에 더 가깝다. KIA 팬들의 관련 SNS나 야구 관련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김선빈과 계약이 알려진 지금까지도 여전히 구단 프런트를 비판하는 반응으로 가득하다. 확실한 전문성도 융통성도 없는 프런트가 무리한 협상 전략을 고집하다가 선수도 놓치고 구단의 이미지만 떨어뜨렸다는 불만이다. 

김선빈의 계약을 끝으로 올시즌 오지환, 전준우, 안치홍까지 2020 FA시장 최대어 4인방의 행선지가 모두 정해졌다. 현재까지 올 시즌 계약 최고액은 안치홍의 옵션 포함 56억 원이고 남은 FA 선수들 중에서 이 기록을 깰 만한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내야수 자원으로 한정하면 대형 계약이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규모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프로야구는 한때 FA 100억 시대를 돌파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몸값이 치솟았다. 2017년 메이저리그서 복귀한 이대호가 4년 150억 원에 롯데행을 선택한 것을 비롯하여, 최형우도 100억 원에 KIA 유니폼을 입었고, 양의지가 125억 원에 NC, 김현수가 115억 원에 LG를 선택했다, 손아섭, 황재균, 강민호, 민병헌, 윤석민 장원준 등 80-90억대도 수두룩했다.

올시즌에는 이 정도의 대형 계약을 이끌어낼 만한 스타 선수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각 구단들이 협상 과정에서 몸값 거품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도 분명히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사례로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3할-20홈런 타자인 전준우가 총액 34억에 계약했는데 2~3년 전만 되었어도 지금보다 훨씬 좋은 계약조건을 제시받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오지환과 김선빈은 사실상 이번 스토브리그의 승자가 됐다. 두 선수 모두 협상과정은 길고 지루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보여준 성적이나 시장가치에 비하여 오히려 후한 대우를 받은 편에 가깝다. 안치홍이나 전준우처럼 프랜차이즈 선수들에게도 관대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올해 FA시장에서 팀에 잔류하면서도 높은 보장액을 챙긴 두 선수의 사례는, 결국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격언과 함께 끝까지 버티는자가 최후의 승리자라는 진리를 보여주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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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빈기아 안치홍롯데 조계현단장 기아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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