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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홍 놓친 KIA에게 쏟아진 비판... "대체 왜 놓쳤나"

[주장] 얼어붙은 FA 시장, KIA의 지나친 낙관론?

20.01.08 14:58최종업데이트20.01.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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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안치홍의 롯데행은 2020년 스토브리그의 최대 이슈였다. 안치홍은 지난 6일 롯데와 2+2년에 총액 56억 원에 이르는 FA 계약을 체결했다. 보장액은 2년 20억이고 2년뒤에는 '옵트 아웃'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 FA 시장에서는 보기드문 계약 형태였다.

안치홍은 2009년 데뷔 이래 지난 시즌까지 기아 타이거즈의 유니폼만을 입으며 두 번의 우승(2009, 2017)을 함께한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하여 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매우 높았다. 나이를 감안할 때 아직 4~5년은 충분히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기에 앞으로도 당분간 KBO리그를 대표할 내야수로 꼽혔다.

전문가와 팬들은 대부분 안치홍이 올해 FA 최대어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기아 구단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안치홍이 이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적이 없는데다, 기아 구단 입장에서도 안치홍은 공수에 걸쳐 반드시 필요한 전력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FA 거품이 줄어든 시장의 얼어붙은 분위기도 무리한 이적보다는 안정적인 잔류 가능성에 무게를 싣게 했다.

하지만 안치홍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인 롯데행을 선택했다. 올해 대형 FA 중 최초로 팀을 이적한 사례인 데다, 역대 기아 FA 출신중 롯데로 이적한 경우도 안치홍이 처음이다. 여기에 국내 FA 규정상 4년 보장계약이 아닌, 옵트아웃을 포함한 2+2년이라는 유례 없는 형태의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FA 규정상 옵트 아웃을 단행할 경우 남은 2년은 FA 자격을 인정 받지 못한다. 물론 총액 규모 면에서는 역대 KBO리그 내야수 중 손꼽힐 만한 대형 계약임에 틀림없지만, 보장액과 계약기간 면에서는 선수가 상당한 위험 부담도 감수한 계약이다.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안치홍 ⓒ 롯데자이언츠

 
여기서 팬들의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안치홍 정도 되는 선수가 굳이 이런 모험적인 계약을 선택하면서까지 왜 기아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궁금증이다. 기아는 10년 이상 몸 담았던 친정팀이고 안치홍은 팀에 남았더라면 자연스럽게 구단의 차세대 리더이자 레전드로 가는 길을 예약해놓은 상태였다.

안치홍이 롯데와 계약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기아 구단은 팬들의 비판에 휩싸였다. 만일 금전적으로 경쟁이 안 되는 상황이거나, 처음부터 선수와 계약 의지가 없었다면 납득이 가지만 안치홍은 어떤 경우에도 해당이 되지 않는 사례였다. 비록 지난 시즌 다소 부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아 입장에서 안치홍은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였고, 내야에 마땅한 대안도 없는 실정이었다. 모든 면에서 기아가 협상에 훨씬 유리한 조건이었음에도 2019시즌이 끝난 후 두 달이 넘게 시간을 허비하다가 하루아침에 내야의 핵심전력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를 빼앗긴 것이다. 팬들이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아 구단이 안치홍과 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정황상 롯데 구단과 총액에서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세간의 예상이다. 

문제는 돈보다도 협상 전략과 태도의 문제였다. 프로 선수들은 구단과 협상 과정에서 흔히 '자존심을 지켜달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여기서 흔한 오해와 달리 '자존심=돈'만을 꼭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단이 얼마나 나를 진심으로 필요로 하는가.' 혹은 '팀의 핵심선수로서 얼마나 예우를 받고 있는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야구도 협상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 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정성이 중요하다.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할 때 기아는 안치홍을 잡으려는 의지가 약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침체된 FA 시장의 분위기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구단에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이끌어가기 위하여 느긋하게 협상을 지연하는 전략을 펼치다가 오히려 부메랑을 맞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안치홍의 이탈은 팀 내 또다른 대형 FA인 김선빈의 거취와 계약조건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선빈도 기아 구단과의 협상이 정체된 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기아가 안치홍을 잃은 가운데 만일 김선빈마저 또 놓치게 된다면 그야말로 내야진 운용과 팀 리빌딩의 중추를 잃는 핵폭탄을 뒤집어 쓰게 되는 셈이다. 가뜩이나 구단 프런트의 행보에 대하여 팬들의 불만이 높아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

이쯤되면 조계현 단장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진이 FA 협상 전략이나 자팀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내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팀에 오랫동안 공헌한 프랜차이즈스타나 내부 FA를 '홀대'하는 듯한 모양새가 나오는건 장기적으로 팀의 이미지 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기아는 예전에도 이종범, 장성호, 임창용 등 팀에 오랫동안 공헌한 간판 선수들을 이적하거나 은퇴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잡음이 벌어진 바 있다. 

몸값 거품을 줄이고 합리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는 좋다. 하지만 선수는 기계가 아니라 감정이 있는 사람이기에 신뢰와 배려도 필요하다. 기아 구단이 올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빈대잡으려다가 초가삼간까지 태우는 어설픈 우를 더이상 범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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