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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이젠 저도 건물주 됐으면 좋겠어요"

[염치주의] 문화예술 NGO '길스토리' 대표 김남길 "염치 있게 살면 뭐가 좋냐면요..."

등록 2019.11.17 17:49수정 2019.11.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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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한다. 이 단어는 주로 '없다'와 만나 분노로 이어지곤 한다. '염치 있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염치'란 단어가 원래 갖고 있는 사회적 의미를 조명하고자 한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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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배우 김남길에 '염치'를 물었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김남길(39)에 '염치'를 물었다.

인터뷰 전 질문지를 받은 이 배우, 고민했다고 한다. 어떤 인터뷰건 특별한 준비 없이 즉문즉답 해왔는데 이번만큼은 달랐다고 했다. 침대에 누워서 염치에 대해 생각해봤다가, 인터넷 검색창에 '염치'를 찾아보기도 했단다.

만나자마자 "주제가 어려웠다"며 손사래 쳤다.

"후배들한테 '대사에 치이지마'라고 조언하는데 제가 염치에 치였어요. 모르는 단어 같더라고요. 단어 안에 갇힌 느낌? '염치 없는 놈' 이렇게 쓰이니까... 그런데 단어 뜻이 참 예뻐요. 염치 있는 사람은, 남한테 피해 안 주고 부끄러움을 알고 개념 있게 사는 사람인 거잖아요."   

'염치'라는 단어를 두고 한참을 헤맸다기에 '염치없는 사람' 얘기부터 꺼내봤다.

- 다른 인터뷰를 보니,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내린 다음에 타야 하는데 그냥 타버리고 그런 거 싫어하시던데요.
"맞아요. 전 들으라고 얘기해요. '개념이 없어.' 그래도 그런 분들은 눈 하나 깜짝 안 해요. 부끄럽다고 생각을 안 하는 거죠. 전 그런 게 너무 싫거든요. 예전에 모닝 몰 때 아파트 주차장에 누가 두 칸을 다 차지하고 주차해 놓으면 바로 그 옆에 딱 붙여서 대놔요. 절대 운전석으로 못 타게. 이건 개념이 없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거거든요. 염치 있게 행동하는 게 별 게 아니잖아요, 기본에만 충실하면 되는 건데. 삶 안에 녹아 있는 게 염치 같아요."

그렇게 입이 트였다. 물꼬를 튼 후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인터뷰에서 나온 결론은 하나였다. 그에게 염치란 결국 "스스로 쪽팔리지 않게 살자"였다. 

"길스토리 계속하는 이유? 돈 없다고 그만두면 창피하잖아요"

배우 김남길에게 인터뷰를 청한 건, 'NGO대표'라는 직함을 함께 갖고 있어서였다.

그는 2012년 3월 김남길의 소셜 브랜드 '길스토리'를 세운 후, 2013년 4월 문화예술 NGO '길스토리'를 공식 출범시켰다. 100여 명의 프로보노(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가 함께하는 길스토리는 '예술이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는 있다'는 생각 아래 문화예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우리의 아름다운 '길'을 찾아 그 길에 담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겠다"며 성북동, 한양도성 등을 걷고 이를 콘텐츠로 만들었다.

2016년 인터뷰에서, NGO 대표로서 그는 "잃어버린 인간성 회복,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꿈꾼다고 했다. 배우 김남길로 한 인터뷰에서는 말버릇처럼 "쪽팔리지 말자"고 했다. 그 말은 결국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니, 그 안에 '염치'가 숨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연일 상종가를 달리는 배우가 '함께 잘 사는 걸' 꿈꾼다니, 그 또한 기대에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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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베우 김남길과의 인터뷰가 지난 5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지난 5일 만난 김남길 길스토리 대표는 말했다.

"제가 무슨 결벽증 있는 거처럼 그래요. 주변에서는 '너 그러면 돈 못 벌어'라고 하죠. 그래도 '괜찮아, 내가 선택한 삶이고 내가 추구하는 바야, 돈보다 중요한 게 많아' 그러다가도 '아, 염치 있게 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또 그래요, 하하하. 귀가 얇아요. 이번에 쎈터뷰(tvN에서 방영중인 토크쇼, 10월 28일 방송) 나갔더니 돈 벌어서 건물 사는 연예인보다 (길스토리 하는 김남길이) 백배 낫다 댓글이 막 달렸더라고요. 이젠 건물도 못 사겠네요, 하하하."

그러면서 또 "이젠 저도 건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도움 받은 사람들한테 베풀고 싶은 게 이유라고 했다.

"제가 진짜 어려울 때 치료해준 치과 선생님이나, 저 도와주신 분들한테 '건물 사면 월세 안 받고 사무실 줄게요' 막 그랬어요. 100명은 돼요. 롯데 월드타워를 내가 가져야 하는데, 하하하. 도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어요. 길스토리 사옥 짓고 길스토리 분들 월급 주면서 '이 일만해' 그러고 싶어요."
 

그는 억대의 사비를 털어 '길스토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를 묻자 "돈 없다고 그만두면 쪽팔리잖아요"란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제가 번 돈으로 하는 게 제일 떳떳하죠. 억지로 남의 돈 쓰면 100% 탈나요. 주변에서는 '그만해, 직원 월급 나가고 운영비 나가는데, 돈 없다면서 왜 이렇게 오래해' 그래요. 저는 꿈을 광고하는 편이에요. 말이 씨가 되잖아요. 좋은 얘기는 떠벌려야죠. 그래서 '길스토리' 한다고 막 얘기했는데, 중간에 그만두면 그렇잖아요. 팬들한테 쪽팔리면 안 되잖아요."

'재능기부'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프로보노들이 직업적 재능을 발휘해서 도와주면 그에 합당한 페이를 지불해요. 다는 아니어도 70~80%라도요. 전문성이 쓰일 때는 지불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에요. 재능을 왜 기부해, 재능에는 돈을 줘야죠."

"위에 있는 사람이 더 염치 있게 살아야죠, 그러라고 그 위치에 있는 거예요"

배우로서 그의 염치도 유사하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대강 대강 하지 말자"다. 이를테면 '최선을 다하자'.

이는 '주인공'으로서 역할론으로도 이어진다.

"저도 스태프도 해보고 조감독도 해봤어요. 대접 못 받는 사람들의 서러움을 아니까, 현장 가면 연출부 막내한테 '이 장면 어땠어' 꼭 물어봐요. 소속감을 주는 거죠. '나도 이 영화 인물 중 하나구나'를 심어주고 싶어요. 대접해주고 싶어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꿈을 이어갈지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 저 사람 다 아우르라고 주인공 시켜주는 거라고 봐요, 전."

부끄럽지 않은 배우이고자 "내 자신에게 떳떳한 연기"를 위해 애쓰고, 작품을 아우르는 '주인공'으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내 스태프들을 챙긴다"고 했다. 그리곤 덧붙였다.

"염치라는 건 다 '관계'에서 오는 거잖아요. 염치는 위에 사람들이 더 가져야죠. 공직자·공인은 더더군다나 그렇고요. 염치 있으라고 그 위치에 있는 거예요." 
 

<열혈 사제> 김해일(김남길) ⓒ SBS

 
이야기는 자연스레 그가 최근에 만난 '윗분들', 국회의원 얘기로 옮겨갔다. (그는 지난 7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71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국민대표 자격으로 헌법을 낭독했다.)

"헌법 낭독하는데, 읽다보니 머리끝까지 닭살이 돋더라고요. 이게 딱 국회의원들한테 전하는 메시지 같은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 담담하게 읽었는데 뒤로 갈수록 '자, 들어라' 이 느낌이랄까. 그 날 국회의장님이 '안팎으로 위험하다, 분열 있으면 안 된다' 그런 기본적인 얘기를 하셨는데, 저 같은 딴따라가 읽어도 헌법은 '기본'을 얘기하고 있더라고요. 그 자리에 계신 분들이 염치가 있어야 하잖아요. 국민 전체가 살기 좋은 나라 만들어야지 만날 싸우라고 거기 계신 거 아니잖아요. 높이 계신 분들이 염치 있게 해야, '아 우리도 따라가 보자' 할 거 아니에요. 그런 게 영향력이잖아요."

"저도 염치 없게 살았어요"... 김남길의 자기고백

그런 그도 "과거엔 염치 없게 행동했던 적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길스토리'를 시작하면서 그는 점점 더 염치 있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과거의 김남길'이 그에게는 기준점이 된다. '길스토리'는 물러나지 않게 하는 마지노선이다.
 
"과거의 나는 이기적이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기도 했어요. 제가 헌법 낭독한다니 친한 친구가 '너 같은 놈이 헌법 읽는 게 모순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정직한 놈, 크크크. 그런데 헌법을 읽고 (감동받아) 눈물 날 거 같았는데, 앞으로라도 위법하지 말아야지 생각하지 않을까요? 전 '과거의 나' 때문에, 더 그러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요. 내 자신에 대해서는 더 조심스러워지고 작아지고 좁아져요. 자기검열이라고 해야 하나. 제가 떳떳하려고요.

길스토리를 하면서 부끄러움을 알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길스토리를 안 했으면 조금 더 이기적이었을 텐데, 이제는 공동의 이익에 좋은 일이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하게 돼요. 변하려고 노력하면 변할 수 있구나 그게 맞다 싶은 게, 제가 변했으니까요."


다른 누구가 아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아니까" 그렇다고 했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감도가 높고, 그러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제 돈을 까먹고 있고, 연예계에서는 '유별나다' 소리를 듣게 됐다.

그럼에도 염치 있게 사는 게 좋을까.

"사실 제 마음이 편해요. 혼자 뿌듯해요. 내가 그래도 좋은 쪽으로 조금씩 변하려고 한다는 걸 감지하게 되거든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가 건물 주는 것도 아니고 크크크, 그렇지만 후회는 없으니까요. 미련은 남아도 후회는 없게!

아, 그런데 오늘 인터뷰 진짜 어렵네요. 이제껏 염치 없게 행동한 게 많은데 염치에 대해 얘기하려니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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