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 고운울림] 생태적 삶, 생명살림 구현하는 마을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자연 그대로 먹어라> 장영란 농부 모셔배움

등록 2019.11.01 17:41수정 2019.11.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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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 불날, 서석 인문예술 한마당 잔치 <서석 고운울림> 네 번째 강의로 『자연 그대로 먹어라』 저자 장영란 농부님 모시고 생명을 살리는 농사와 제철밥상, 건강한 삶 이야기'를 주제로 공부했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하늘땅살이 하게 하는가?

장영란 농부님은 스물한 번째 하늘땅살이를 하시면서 문득 '내가 왜 계속 하늘땅살이를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드셨다고 합니다. 20년 넘게 하늘땅살이를 할 거라고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농부님이 질문을 풀어내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신 곳은 바로 '처음 귀농하러 시골로 내려온 순간'이었습니다. 40년간 하늘땅살이를 이어오셨다는 마을 이장님께서 논에 서서 멋쩍게 웃으며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강의하시는 장영란 님 ⓒ 밝은누리

 
"3~4년만 지나면 농사를 잘 지을 줄 알았는데, 40년이 넘어도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농사인 것 같아요."
 
농부님도 참깨와 물봉선의 싹을 구분하지 못하고, 현미와 백미가 다른 씨앗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년에 한 번밖에 지을 수 없는 하늘땅살이, 따라서 되풀이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 또한 굉장히 느리지만 모르는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맛이 참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농부님도 20년 넘도록 하늘땅살이를 이어오신 것입니다.
 
벼꽃 한 송이에 쌀 한 톨, 밥 한 그릇에 벼꽃 한 다발

농부님이 하늘땅살이에 대한 공부를 5-6년간 이어가던 즈음,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늘땅살이 하는 삶을 알려주고 싶어 책을 쓰기 시작하셨습니다. 하지만 출판사도, 읽는 이들도 수확한 작물에 대한 '요리법'이나 '음식'에만 관심이 있지 내가 먹는 밥이 어떻게, 어떤 과정을 통해 내 앞에까지 올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마주친 벼꽃을 보고, '벼꽃 한 송이에 쌀 한 톨, 밥 한 그릇에 벼꽃 한 다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셨습니다. 그 때부터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하늘땅살이 이야기를 꽃 이야기로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꽃에 대한 공부로 새롭게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키우고 있는 작물들이 무슨 과인지, 서로 얼마나 가까운지, 원산지는 어디인지 알 수 있게 되셨습니다. 꽃 공부는 자연스럽게 식물학 공부로 이어졌고, 공부를 통해 직접 기르시는 작물들의 정체를 하나씩 알게되셨습니다. 식물학이 이론이 아닌 실제로 다가오는 것을 경험하신 것입니다. 이때부터 하늘땅살이 해서 나오는 작물들을 "밥꽃"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벼꽃 한 송이에 쌀 한 톨, 밥 한 그릇에 벼꽃 한 다발 ⓒ 밝은누리

 
"밥꽃은 생명이에요. 우리 인류가 먹고 살고 문명화를 이룰 수 있었던 건 밥꽃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 생명을 생각한다면, 밥꽃에 대해서 더 애정과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싶어요."
 
토종과일나무 살리기

작물을 심고 거두고 갈무리하는 과정을 몇 십 번 되풀이 하며 슬슬 지겹다는 생각이 들 즈음, 논 한 켠에 절로 자란 토종 보리수나무 한그루가 농부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부터 토종과일나무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드셨다고 합니다. 정부에도 토종과일나무를 보존하는 기관이 있어 가보았더니, 우리나라에서 1000년 역사를 가진 토종나무들보다 외래종들이 훨씬 많이 보존돼 있었습니다. 이유는 사람들이 토종에 관심 갖기보다는 외래종이나, 열매가 크고 실하게 달리는 개량종을 더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량종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며 대를 이을 힘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농부님은 토종나무를 기르는 농장에도 가보시고, 천연기념물 과일나무를 찾으러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셨다고 합니다. 우리 역사를 지키고, 나무 스스로 번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우리 땅과 흙을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농부님은 우리 민족에게 농사보다 더 공유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게 나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이전에는 마을마다 마을을 지켜주는 나무나 마을 숲이 있었고 그런 것들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삶에 '반려나무'가 한 그루 있다면, 그 나무가 나에게 참 고향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마을에서 함께 일구어가는 하늘땅살이의 중요성 곱씹으며 ⓒ 밝은누리

 
"산책길에 오래된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 나무가 내 나무예요. 그래서 저는 지나갈 때마다 그 소나무를 꼭 안고 가요. 그 소나무를 안으면서 기도합니다. ⋯ 어딘가 멀리 갔다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바뀌어 있을 수 있지만 나무와 숲은 항상 그대로 있어주잖아요. 여러분들도 내 나무를 하나씩 정해서, 사랑해주시면 좋겠어요."
 
장영란 농부님과의 만남 통해 하늘땅살이 하는 삶의 가치를 새롭게 공부하고 되새기는 알찬 시간 보냈습니다. 마을에서 함께 일구어가는 하늘땅살이의 중요성 곱씹으며 저마다 하늘땅살이하는 이유와, 앞으로 어떻게 '밥꽃'들을 만나갈지 생각해보는 좋은 나눔의 자리였습니다.
 
오늘의 배움을 바탕으로 생태적 삶과 생명살림을 구현하는 마을로 한걸음 더 깊게 내딛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서석고운울림 웹자보 ⓒ 밝은누리

 
 
#서석고운울림 #장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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