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생명평화 사상의 뿌리를 찾아: 한학자 기세춘 선생님의 '묵자' 강의

인문예술 한마당 잔치 '서석 고운울림' 열리다

등록 2019.11.01 17:27수정 2019.11.0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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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나무날 서석 인문예술 한마당 잔치 <서석 고운울림>이 열렸습니다. 10월 17일부터 11월 17일까지 서석면 곳곳에서 "옛 슬기를 품고 새 길을 걷는다! 마을이 배움 숲이다!"라는 주제로 주말마다 여러 배움마당이 열리고, 10월 26일 흙날에는 마을 예술가들이 한데 어울리는 서석 문화예술의 날도 열립니다.
   

묵자를 강의하시는 기세춘 선생님 ⓒ 밝은누리

   

삼일학림 한울(강당)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마을 사람들 ⓒ 밝은누리

 
잔치의 첫 배움마당을 열어줄 이야기 손님은 묵점(墨店) 기세춘 선생님이십니다. 기세춘 선생님은 동양철학에서 소외되고 잊힌 사상가 묵자를 알린 한학자로 민주주의와 통일운동에 앞장서 오셨습니다. 어려서부터 한학을 공부한 선생님은 2,000년 동안 잊힌 《묵자》를 우리나라 최초로 완역해 《묵자―천하에 남이란 없다》(1992년)를 펴냈습니다.
 
밝은누리와 삼일학림에서는 지난해 여섯 달에 걸쳐 《묵자》를 읽고 공부했습니다. 서양역사와 사상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왜곡되었던 예수의 모습과 동북아 사회에서 소외되고 잊힌 묵자의 모습이 서로 닮았다는 데 주목한 것입니다. 이 둘의 만남이 21세기 새로운 생명평화문명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정신 바탕이 되리라는 생각에서 묵자를 공부했습니다. 이런 공부의 연장선상에서 기세춘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매주 공부하고 토론했던 책을 쓰신 선생님을 직접 뵈니 반가웠습니다.
 
묵자(BC 470?-390?)는 공민 계급 목수 출신으로 민중 편에 서서 신분차별과 사유재산제를 반대하고 만민이 평등한 세상을 외친 제자백가입니다. 침략전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제자들은 방어 임무를 맡게 하고 자신은 홀로 침략국 군주를 만나 전쟁을 막는 반전평화운동가이기도 했습니다. 묵자는 춘추전국시대 공자와 더불어 공묵(孔墨)이라 일컬어질 만큼 이름 있었으나 유가가 주류사상으로 자리 잡으며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러다 17세기 초 도가의 경전 속에서 《묵자》가 발견되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선생님이 전해주신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그중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천하무인'입니다. 
 
천하무인. 묵자가 한 얘기 중 가장 중요한 얘기가 천하무인이에요. 하늘 아래 남이 없다는 뜻이에요.
 
천하무인은 전쟁과 폭력, 불평등이 난무했던 사회에 반하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내 자식과 남의 자식, 우리나라와 남의 나라를 구분 지으며 전쟁을 일삼는 시대에서 묵자와 그 제자들은 차별 없는 사랑(겸애)을 실천했고, 죽음을 무릅쓰고 전쟁을 막아냈습니다.
 
시대를 거스르는 뜻과 소명으로 새 길을 갔던 묵가들처럼 옛슬기 나누고 공부하며 서석 곳곳에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 나가는 마을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배움이 펼쳐질지 기다려지는 첫 마당이었습니다.
 

고등대학통합 배움터 삼일학림 최철호 교장 ⓒ 밝은누리

 
강원도 홍천 고등대학통합 배움터 삼일학림 최철호 교장 선생님은 앞서 열린 여는 뜻 나눔에서 "새 길을 걸을 때, 우리의 정신과 철학은 옛 성인들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어야 하고, 그 길의 출발점은 마을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철학이나 전통을 가진 곳이든 모든 인류가 똑같이 깨달은 것이 하늘을 공경하고 생명을 사랑한다는 가르침인데, 오늘날 하늘과 땅을 잊은 사람들은 오만하고 위태한 삶을 살아갑니다.

잊어버렸던 하늘을 다시 찾고, 땅과 함께하는 삶의 양식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늘 땅 사람이 더불어 사는 삶의 양식을 만들어가는 방법은 다름 아닌 마을을 되살리는 것입니다. 옛 슬기를 배우며 우리 삶의 뿌리가 더욱 깊어지고, 하늘 땅 어우러져 사는 삶의 양식을 만들어가는 마을이 곳곳에서 되살아나길 바랍니다.
  

서석 고운울림 웹자보 ⓒ 밝은누리

#서석고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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