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법원 로고 ⓒ 박정훈
1970년대 발생한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최근 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국가보안법 등 이 사건으로 처벌받은 고 송우웅(78)씨의 범죄 혐의를 다시 따져보고, 과거 수사기관에 의한 불법 체포와 감금 등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부(재판장 김미리)는 1970년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고 송우웅씨에 대해 유가족이 제기한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인 (옛)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이 사건 제1, 2 구속과 관련하여 피고인(고 송우웅)을 불법체포·감금함으로써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였다"라며 "(옛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각 범죄의 공소시효가 모두 지나 형사소송법 제 422조에서 정하는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재심사유에 있다"라고 밝혔다.
재심 결정문에 따르면 고 송우웅씨는 지난 1971년 11월, 서울 소공동 소재 한일은행 본점 앞에서 옛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체포됐다. 이후 그는 서울 세운상가에 있는 중앙정보부 안가와 서울 용산구 소재 한강 아파트에 있는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구금돼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고 송우웅씨는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게 정아무개씨에 대한 공작과 첩보 수집에 협조하기로 약속, 1972년에 월간 스포츠한국에 취재기자로 입사해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게 정아무개씨의 동향을 일일 보고했다.
그러던 중 1972년 고 송우웅씨는 다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재조사를 받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유가족은 재심 청구 사유서에서 "피고인(고 송우웅)은 중앙정보부 안가에 불법적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정아무개에 대한 공작에 협조할 것을 강요당했고, 그에 따라 중앙정보부의 수사에 협조했다"라며 "위와 같은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행위는 불법 체포 및 감금, 직권남용, 가혹행위 등의 범죄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청구인의 변호를 맡은 최정규 변호사는 "해당 사건은 진실화해위원회(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접수됐으나 신청 기간이 초과해 안타깝게 진실규명 대상이 못 됐다"라면서 "다행히 당시 (옛) 중앙정보부의 불법 체포와 감금 등을 확인하는 조사 결과보고서가 남아 재심을 신청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유가족을 도와 이 사건을 지원해온 시민단체 '지금여기에' 변상철 사무국장은 "이 사건은 과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증거가 부족해 기각된 게 아니라 신청 접수 기간을 초과해 진실 규명되지 못했다"라면서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조작된 간첩 사건으로 피해를 보고 있으며, 그 가족들도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 사건이 진실화해위원회가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회공동체 회복을 위해서라도 과거사를 정리해야 한다"라며 "국가와 국회가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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