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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호 출범 1년... 모든 준비 제대로 했을까

한국,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 본격 돌입

19.09.08 15:13최종업데이트19.09.0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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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는 끝났다. 벤투 호가 출범한 이후 약 1년 동안 쉴새 없이 달려왔다. 이제 실전만 남겨두고 있다. 본격적으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항해에 돌입한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오는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각) 투르크메니스탄의 아시가바트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을 갖는다. 

투르크메니스탄, 북한, 레바논, 스리랑카와 H조에 속한 한국은 최종예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조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벤투호는 지금까지 총 17경기를 치르며, 10승 6무 1패를 기록했다. 지난 1년 동안 벤투 호가 걸어온 발자취를 짚어봤다. 

데뷔전부터 자신의 색깔 구현

벤투 감독은 지난해 8월 한국 A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했다. 첫 번째 시험무대는 지난해 9월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이었다. 이날 벤투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경기 초반부터 높은 볼 점유율로 지배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전술적 특징은 중앙 미드필더의 움직임이었다. 더블 볼란치 기성용과 정우영이 번갈아 가며 수비라인까지 내려와서 빌드업을 맡았다. 그리고 좌우 풀백 홍철과 이용은 적극적으로 높은 지점에 위치하며 공격에 가담했다. 2선에 위치한 손흥민-남태희-이재성은 상대 최종 수비라인으로 근접했다. 좌우 측면 수비 배후 공간으로 기성용과 정우영이 롱패스를 공급하면 공격수들이 타이밍에 맞게 침투하는 형태의 전술이 운용됐다.

상대 진영에서는 세밀하고 빠른 패스로 풀어나갔다. 2선 공격수들의 활발한 스위칭과 좌우 풀백의 침투로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좌우 윙어들이 중앙으로 좁혀오면서 풀백들이 측면 공간을 메꾼 뒤 크로스를 올리는 장면도 자주 연출됐다.

코스타리카전에서 2-0으로 승리한 한국은 4일 뒤 열린 강호 칠레전에서 0-0으로 비기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한 달 뒤 남미의 우루과이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며, 지긋지긋한 우루과이전 징크스를 깨뜨렸다. 파나마전에서 2-2로 무승부에 그쳤지만 무패 행진을 내달리며 청신호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A매치는 안방이 아닌 호주에서 열렸다. 당시 손흥민은 차출되지 않았다. 손흥민이 없는 상황에서도 호주 원정 평가전에서 1-1로 비겼고, 우즈베키스탄에 4-0 대승을 거두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 냈다.

벤투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경험 많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한 '젊은 피'를 수혈하며 신구조화를 이뤄냈다. 부임 초기에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부분적인 실험을 이어나갔다.

충격의 아시안컵 8강 탈락

벤투 호는 59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했다. 출범 이후 무패 가도를 질주하며 승승장구했다. 능동적으로 경기를 지배하며 결과마저 잡아낸 벤투 호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고, 지난 1월 아랍 에미리트에서 개최된 2019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자신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0-0으로 비기며 불안감을 보였다.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을 맞아 겨우 1-0 승리에 그쳤다. 1진이 다소 빠진 중국전에서는 2-0으로 승리하며 조1위로 16강에 올랐다. 토너먼트부터 가시밭길이었다. 바레인과 연장 접전 끝에 3-1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한 벤투 호는 카타르에 0-1로 덜미를 잡혀 우승 꿈을 일찌감치 접어야 했다.

상대에 따른 맞춤 전략은 없었다. 언제나 같은 전술과 같은 포메이션을 구사한 벤투 감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대부분 한국보다 약한 상대들이었기에 상대 팀들은 내려앉은 채 수비에 치중하는 무승부 전략으로 나왔다.

벤투 감독은 모험을 최대한 자제했다. 더블 볼란치를 내세우는 안정 지향형 4-2-3-1 포메이션으로 임했다. 중앙 미드필더 2명이 후방으로 쳐지면서 언제나 공격 숫자 부족 현상을 겪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1명으로 줄이고 공격 숫자를 늘리는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이고 능동적인 경기 운영 전술을 가동했지만 정작 공격 숫자를 늘리면서 다득점을 노리기보단 실점을 최소화하는 데 무게중심을 실었다. 결국 8강에서 카타르의 선수비 후역습에 무너지는 참사를 당했다.

 4-1-3-2 포메이션과 플랜 B 스리백 실험

벤투 감독은 3월 A매치에서 다른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볼리비아, 콜롬비아와의 2연전에서 4-2-3-1 대신 4-1-3-2를 꺼내들었다. 원톱이 아닌 투톱으로 변화했으며,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미드필드 구성이었다. 일자로 늘어선 형태가 아닌 다이아몬드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볼리비아에 1-0승으로 승리한 벤투 호는 강호 콜롬비아마저 2-1로 격파했다. 빠르고 속도감 있는 공격이 빛났다. 콜롬비아전에서는 평소 볼 점유율과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간결하고, 과감하면서 직선적인 공격을 전개했다.

벤투 호 체제에서 무득점으로 침묵하던 손흥민이 2선이 아닌 전방 투톱으로 올라가면서 득점을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다. 손흥민과 황의조는 환상의 호홉을 과시하며 콜롬비아전 승리를 합작했다. 처음으로 벤투 호에 호출된 권창훈의 발견도 큰 수확이었다.

6월에는 호주, 이란과 평가전을 치렀다. 벤투 감독은 호주전에서 3-5-2를 가동하며 플랜 B에 대한 실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1-0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스리백 전술은 매우 답답했다.

다시 플랜 A로 돌아온 4-1-3-2 포메이션으로 임한 이란전은 우수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다시금 희망을 봤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는 원 볼란치에서 합격점을 이끌어 냈다.

벤투호는 지난 5일 열린 조지아를 상대로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렀다. 벤투 감독은 다시 한 번 실험을 강행했다. 3-5-2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윙백 황희찬이 좀 더 전진 배치되는 비대칭 스리백 전술을 구사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강인, 구성윤이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그동안 출전하지 못한 박지수, 이정협, 권경원 등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후반에는 이동경이 교체 투입돼 A매치에 데뷔했으며, 김보경도 벤투 감독 밑에서 처음으로 실전 경기에 테스트를 받았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전술 탓에 선수들은 우왕좌왕했다.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공수 간격은 크게 벌어졌다. 윙백으로 출전한 황희찬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탓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위안이라면 황의조가 멀티골을 터뜨리며, A매치 3경기 연속골을 이어 가는데 있다. 황의조는 벤투 호에서 체제에서 팀 내 최다골(9골)을 기록 중이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순항하려면 황의조의 발끝이 중요하다.
 
벤투호는 조지아와 2-2로 비기며 아쉬움을 남겼으나 결과보단 실험에 초점을 맞춘 경기였다. 카타르전 패배 이후 3월 A매치부터 5경기 연속 무패 행진(3승 2무)을 보이고 있는 벤투호가 오는 11일 투르크메니스탄전엔 어떤 모습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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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카타르 벤투 아시안컵 월드컵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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