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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순위' 배제성, 하위 라운드 선수들의 희망

[KBO리그] 31일 한화전 6이닝 무실점 호투 포함 최근 4연승 질주, kt 공동 5위 도약

19.09.01 16:29최종업데이트19.09.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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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한화의 3연승 도전을 저지하며 공동 5위로 도약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3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6-1로 승리했다. kt는 이날 키움 히어로즈에게 3-9로 패한 NC 다이노스와의 승차를 없애고 공동 5위로 순위가 상승하며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을 향한 꿈을 키웠다(62승2무62패).

kt는 3회 2사 3루에서 좌전적시타로 결승타를 때린 김민혁이 3안타 경기를 만들며 승리의 주역이 된 가운데 유한준이 3안타, 강백호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7회 무사 1,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셋업맨 주권이 시즌 24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 시즌 kt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선발 배제성은 6이닝 무실점 호투로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리며 시즌 8승째를 따냈다.

장시환-오태곤 트레이드 때 '옵션'으로 kt 유니폼 입은 무명 투수
 

올 시즌 선발로 전향해 호투를 펼치고 있는 KT 위즈의 배제성 ⓒ kt wiz


kt 입장에서 우완 투수 장시환(롯데 자이언츠)은 '계륵' 같은 존재였다. 2015년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앞세워 7승5패12세이브 평균자책점3.98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장시환은 이듬해 고질적인 제구 불안에 시달리며 3승12패6세이브3홀드6.33으로 부진했다. 2016년 김재윤이라는 새로운 마무리가 등장한 kt에서 선발로도, 셋업맨으로도 활용하기 불안한 장시환은 1년 만에 '잉여전력'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최상위로 꼽히는 장시환의 강속구는 매력적인 무기였고 윤길현-손승락 앞에 등판할 불펜 투수가 마땅치 않았던 롯데에서는 2017년 4월 내야수 오태곤을 내주고 장시환을 영입했다. 바로 이 장시환과 오태곤의 트레이드 때 카드를 맞추기 위해 롯데에서 kt로 이적한 선수가 바로 1군 경력이 전무한 3년 차 우완 배제성이었다.

배제성은 성남고 시절 공식 경기에서 9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였고 그나마 3학년 때는 등판 경험이 없었던 무명투수였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9라운드(전체88순위)로 롯데에 지명된 배제성은 프로지명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수준의 보잘 것 없는 선수였다. 고교야구를 좋아하는 야구팬들에게도 낯선 이름이었던 배제성의 깜짝 지명에 롯데 팬들은 실망했었다. 

배제성은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2015년 6경기4패9.33, 2016년 16경기 2승1패6.46으로 전혀 돋보이는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2017년4월19일 kt와의 트레이드가 성사됐을 때도 롯데팬들은 배제성이 아닌 오태곤의 이적만을 아쉬워했다. 배제성의 성장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지 않은 것은 kt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배제성은 kt 이적 후 곧바로 1군에 등록돼 선발 한 차례를 포함해 21경기에 등판하며 1군에서의 첫 시즌을 치렀다. 하지만 배제성은 승패 없이 8.7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나마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며 순위 경쟁에서 자유로웠던(?) kt 소속이었기에 망정이지 순위 싸움이 치열했던 팀에 있었다면 배제성이 1군에서 20경기 이상 등판 기회를 얻긴 어려웠을 것이다.

생애 첫 풀타임 시즌 kt의 토종 에이스로 성장한 하위 라운드 성공 신화

이적 첫 시즌 1군에서 적지 않은 기회를 얻었던 배제성은 작년 시즌 대부분의 시간을 2군 퓨처스리그에서 보냈다. 그나마 시즌 막판 확대 엔트리 때 1군에 올라와 3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것이 위안거리였다. 물론 간신히 탈꼴찌에 성공한 kt의 무명 불펜투수 배제성의 작은 활약을 주목하는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배제성은 올해도 이대은, 금민철, 김민과의 경쟁에서 밀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은의 초반 부진으로 임시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배제성은 한 경기 만에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가 5월 22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선발 투수로 변신했다. 당시만 해도 2군에 내려간 이대은이 복귀할 때까지 한시적인 보직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지만 6월 12일 1군에 복귀한 이대은이 불펜투수로 변신하면서 배제성은 kt의 붙박이 선발로 자리 잡았다.

'선발 투수' 배제성의 활약은 한 마디로 기대 이상이다. 올 시즌 18경기에 선발 등판한 배제성은 6번의 퀄리티스타트를 포함해 8승9패4.10이라는 매우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kt의 선발 투수 중에서는 외국인 원투펀치 윌리엄 쿠에바스(12승7패3.51)와 라울 알칸타라(11승10패3.98)에 이어 팀 내 다승 3위, 평균자책점 2위(3.86)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물론 토종 선발 투수로 한정하면 배제성의 활약은 팀 내에서 가장 빛난다.

kt가 5할 승률을 회복하며 공동 5위로 뛰어오른 31일 한화전에서도 배제성의 호투는 단연 돋보였다. 배제성은 7회 노아웃 1, 2루의 위기에서 마운드를 내려 올 때까지 한화 타선으로부터 8개의 안타를 허용했지만 도망가지 않는 공격적인 투구로 단 하나의 적시타도 맞지 않고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배제성은 최근 4경기 동안 23.1이닝을 던지며 단 1점만 내주는 호투로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하위 라운드로 지명된 선수들도 "열심히 훈련해서 최대한 빨리 1군 선수로 자리 잡겠습니다"는 각오를 밝힌다. 하지만 하위 라운드 지명 선수 중 풀타임 1군 선수로 성장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따라서 신인 드래프트 88순위 출신으로 올 시즌 kt의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배제성은 하위 라운드 출신 선수들이 '롤모델'로 삼아도 좋을 만큼 모범적인 성공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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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배제성 88순위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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