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음악관, 친일파가 만든 '선구자' 흔적 모두 지운다

창원시, '용두레 우물' '일송 기증석' 처리 방안 밝혀... 시민단체, 임시 폐쇄 등 요구

등록 2019.08.09 17:51수정 2019.08.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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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용두레 우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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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일송 기증석'. ⓒ 윤성효

 
창원시립 마산음악관 안팎에 있는 가곡 '선구자'와 관련된 모든 흔적이 지워질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는 음악관 뜰에 있는 '용두레 우물' 형태 조형물을 없애고, '일송 기증석'은 창원시의회와 협의해 처리하기로 했다.

가곡 <선구자>는 윤해영(1909~?) 작사, 조두남(1912~1984) 작곡의 노래다. 윤해영·조두남 모두 친일 행적이 뚜렷하고,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선구자>는 처음에 '룡정의 노래'였다. 이 노랫말에 등장하는 '선구자'는 독립군이 아니라 실제로는 독립운동가를 잡던 간도특설대 등을 가리킨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곳 음악관은 2003년 5월 '조두남 기념관'으로 문을 열었다가 조두남의 친일행적이 드러나면서 2004년 7월 '마산음악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창원시는 올해 5월 예산 1억원을 들여 음악관 내부 전시물을 리모델링했는데, <선구자> 악보가 2군데나 전시되어 있었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오마이뉴스> 보도 후, 열린사회희망연대와 적폐청산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의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졌다. 창원시는 지난 7일 음악관 내부에 전시되어 있던 조두남 흉상과 밀랍인형, <선구자> 악보를 철거했다.

음악관 뜰에는 '조두남 기념관' 개관 당시 <선구자> 노랫말에 나오는 '용두레 우물'과 정자인 '일송정', 소나무 '일송', '일송 기증석'이 있었고, 노랫말을 새겨 놓은 돌비도 있었다.


조두남·윤해영의 친일 행적이 드러난 뒤인 2004년 11월 옛 마산시는 명칭을 '마산음악관'으로 바꾸면서, 돌비에 새겨져 있던 노랫말을 지우고, 정자의 '일송정' 현판도 없앴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시설물은 '용두레 우물'과 '일송', '일송 기증석'이다. '일송 기증석'은 2002년 옛 마산시의회가 세운 것으로 당시 의원들의 이름이 다 새겨져 있다.

창원시는 이번에 '용두레 우물'을 정비하고, '일송 기증석'은 창원시의회와 논의해 처리하기로 했다. 소나무 '일송'은 기증석만 없애면 아무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김화영 창원시 문화예술과장은 9일 오후 음악관에서 열린사회희망연대, 적폐청산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와 가진 간담회에서 <선구자> 관련 시설물의 처리 방안에 대해 밝혔다.

김 과장은 "먼저 사과 말씀을 드린다"면서 "용두레는 실제 우물이 아니고 상징 조형물이다. 당시 마산시가 예산을 들여서 지은 것인데, 우물 형태는 헐어버리고 그 위 집은 그대로 두어 그 아래에 의자를 놓고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하겠다"고 했다.

'일송 기증석'에 대해 김 과장은 "의회와 관련이 있어 고민스럽다. 당시 의회가 기부채납하는 형태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내용은 파악을 해봐야 한다"며 "의회와 협의를 해서 처리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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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는 9일 오후 마산음악관 회의실에서 열린사회희망연대, 적폐청산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 윤성효

 
"국민 혈세를 들여서 친일 인사 기념하지 말아야"

김영만 상임의장은 여러 가지는 지적했다. 그는 "일송 기증석을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시의회가 두고두고 욕 들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음악관 전시물을 보면 조두남 일색이고 이일래, 반야월, 이수인 등 다른 음악인들은 들러리라는 생각이 든다"며 "반야월도 친일 행적이 뚜렷하다. 이일래 선생은 창녕에 기념관이 있는데 이곳에 굳이 들러리로 해놓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이곳에는 김봉천(1941~2013)도 전시되어 있다. 김봉천은 조두남 문하에서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공부를 했다. 김봉천 전시물은 지난 5월 리모델링하면서 들어갔다.

김봉천에 대해 김 의장은 "이번에 와서 김봉천이 전시되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음악관 전시하는 음악인의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김봉천은 살아 생전에 조두남을 미화했던 인물이다"고 했다.

이날 김영만 의장은 "마산음악관을 완전히 새롭게 가꾸어야 하고, 옛 창원과 진해의 음악 등에 대해서도 함께 조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다른 형태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이 상태로는 계속 운영할 수 없기에 임시 폐과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영만 의장은 "2002년 조두남 기념관 개관 당시 시민단체가 밀가루를 뿌리는 등 반대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것인데, 지난 5월 1억원이나 들여 리모델링 하면서 그런 사실을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이런 음악관이나 기념관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 '공과를 다 기록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을 한다. 기념관을 만든다는 것은 처음부터 그 사람의 '공'을 드러내기 위한 차원이다. 그렇다 보니 '공'은 태산이고 '과'는 티끌만 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우리도 친일행적을 찾아내는 게 쉽지 않고, 마음도 아프다"며 "조두남 기념관을 짓겠다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 사람의 친일행적이 이렇게까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고, 가곡 <선구자>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지금도 즐겨 불렀을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우리도 우리 지역에 살았던 사람의 어두운 과거를 드러내는 게 마음 편한 것은 아니다"며 "제발 국민 혈세를 들여서 친일, 친독재했던 인물을 기리는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창원시가 친일 인사 전시물 리모델링 한다고 예산 1억원을 낭비한 셈이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함께 한 문순규 창원시의원은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마산음악관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화영 과장은 "음악관 임시 폐쇄 여부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검토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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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 뜰에 <선구자> 노랫말 돌비(짓뭉개짐), 정자, 일송 지증석, 소나무가 나란히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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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 뜰에 있는 정자로, 2002년 개관 당시에는 '일송정'으로 불리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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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완쪽에 선구자 악보가 걸려 있었는데 7일 철거되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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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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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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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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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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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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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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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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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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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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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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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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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김봉천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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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있는 반야월 전시물. ⓒ 윤성효

#창원시 #마산음악관 #조두남 #윤해영 #반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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