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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박성웅, 6년 전 '신세계' 이중구 뛰어 넘을까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의 두 주인공 정경호-박성웅

19.07.31 10:33최종업데이트19.07.3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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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에 방영된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는 OCN 입장에서는 대단한 효자 드라마였다. OCN은 '미스터리 관능 스릴러'를 표방하고 한가인이 <해를 품은 달> 이후 6년 만에 선택한 복귀작으로 큰 관심을 모은 <미스트리스>가 1.6%의 초라한 시청률로 막을 내리면서 크게 위축돼 있었다. <38사기동대> <보이스> <터널> <구해줘>가 연속으로 히트하면서 만든 OCN드라마의 가파른 상승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기대 없이 방영된 <라이프 온 마스>가 주연배우 정경호, 박성웅, 고아성의 뛰어난 연기호흡 속에서 최고 5.8%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OCN드라마의 슬럼프를 빨리 씻어 줬다. OCN은 <라이프 온 마스>의 상승세에 이어 후속작 <보이스2:혐오의 시대>가 OCN 드라마 역사상 최고 시청률 기록(7.1%)을 갈아치우며 '장르 드라마의 명가'로 자리 잡았다.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라이프 온 마스>는 에필로그에서 시즌2의 여지를 남기면서 팬들 사이에서 시즌2 제작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라이프 온 마스>의 두 주역 정경호와 박성웅은 시즌2가 아닌 오는 31일 첫 방송되는 tvN 수목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 나란히 출연한다. 2018년에서 온 두뇌파 형사였던 한태주와 1988년을 살던 육체파 형사였던 강동철이 스타 작곡가와 톱배우로 변신해 11개월 만에 재회하는 것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천재 작곡가로 변신한 정경호
 

정경호는 <라이프 온 마스>에서 경찰대학 출신의 엘리트 한태주 형사를 통해 인생작을 만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 OCN 화면캡처

 
정경호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목욕탕집 남자들> <부모님 전상서> <엄마가 뿔났다> <인생은 아름다워> 등을 연출했던 유명 드라마 PD 정을영 감독의 아들로, 2004년 KBS 공채 탤런트 20기에 합격하면서 연기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서브 역할을 맡았다.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던 <자명고>에서는 호동왕자 역을 따냈지만 KBS의 <꽃보다 남자>, MBC의 <선덕여왕> 같은 인기 드라마에 밀려 조기종영의 아픔을 겪었다.

2016년 <한번 더 해피엔딩>에서 싱글대디 기자 송수혁을 연기하며 한미모 역의 장나라와 멜로 연기를 선보인 정경호는 2017년 <미씽9>과 <슬기로운 깜빵생활>을 거쳐 드디어 작년 '인생작' <라이프 온 마스>를 만났다. 정경호는 <라이프 온 마스>에서 여대생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다가 총에 맞아 쓰러진 뒤 1988년의 안성시에서 눈을 뜨는 두뇌파 형사 한태주 역을 맡아 그야말로 놀라운 열연을 펼쳤다. 

겨울 <계룡선녀전>에 특별출연한 정경호는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서 10년 전 혜성처럼 나타나 온갖 장르를 넘나드는 히트곡을 쓴 당대 최고의 스타작곡가 하립을 연기한다. 하지만 하립의 실체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56세의 무명가수 서동천이다. 영혼 계약의 만료를 앞두고 영혼을 사수하기 위해 악마 모태강(박성웅 분)과 벌이는 두 남자의 운명을 건 게임이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사실 tvN 초창기 주중 드라마는 <막돼먹은 영애씨>나 <식샤를 합시다> <푸른 거탑>처럼 시트콤에 가까운 가벼운 내용의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2017년 tvN 수목드라마가 부활한 후엔 <나의 아저씨> <슬기로운 깜빵생활> <아는 와이프>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처럼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과연 정경호는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를 tvN 수목드라마의 명작들 중 하나로 이끌 수 있을까.

<신세계>의 이중구, 톱배우의 가면을 쓴 악마로 돌아오다
 

<신세계>에서 박성웅이 보여준 카리스마는 세 주인공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 (주)NEW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하면 토니 스타크, 토비 맥과이어하면 피터 파커, 조니 뎁 하면 잭 스패로우, 올리비아 핫세 하면 줄리엣, 설경구 하면 강철중, 최재성 하면 오혜성처럼 특정 배우를 떠올렸을 때 곧바로 생각나는 캐릭터가 있다. 대중들에게 배우의 캐릭터가 하나로 굳어지면 그만큼 연기폭을 넓히는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기억되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배우에겐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성웅은 이미 성공한 배우인지 모른다. 관객들이 개봉한 지 6년이 넘은 <신세계>를 떠올릴 때 이자성(이정재)과 강과장(최민식)의 이름은 희미해도 골드문의 상무이사이자 서열 4위 이중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려는 드릴게", "죽기 딱 좋은 날씨다", "갈 때 가더라도 담배 한 대 정도는 괜찮잖아?" 같은 주옥 같은 명대사들도 이중구의 입을 통해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그렇다고 이중구를 연기한 배우 박성웅이 언제나 이중구처럼 강하고 걸걸한 건달 역할만 했던 것은 아니다.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에서는 짝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순수한 남자를 연기했고 <해바라기>에서는 고향에 돌아온 오태식(김래원 분)을 못마땅해 하는 비겁한 비리경찰 역을 맡기도 했다. 남궁민의 인상적인 악역 연기가 돋보였던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도 박성웅은 악역처럼 보이는 선역 박동호 변호사를 연기했다.

그런 박성웅이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서는 이중구를 뛰어넘는 악역을 연기할 예정이다. 겉으로는 뛰어난 연기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톱배우 모태강이지만 그 정체는 하립과 영혼 계약을 체결한 악마, 류다. <라이프 온 마스>에서 정경호와 티격태격하면서도 같은 목표를 향해 협력했던 것과 달리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서는 하립과 영혼 계약을 맺어준 일종의 '갑을관계'로 나온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는 두 남자 주인공 정경호와 박성웅 외에도 신예 배우 이설이 무명 싱어송라이터 김이경을 연기하고 이엘이 하립의 소속사 대표 지서영 역을 맡았다. 이 밖에 <열혈사제>에서 이하늬를 괴롭히던 비리 검사였던 김형묵이 70년대 서동천과 함께 음악을 했던 멤버 이충렬을 연기하고 걸그룹 포미닛의 맏언니였다가 해체 후 배우로 변신한 손지현은 김이경의 절친 유동희 역을 맡았다.
 

정경호와 박성웅의 연기호흡은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가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다. ⓒ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홈페이지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TVN 라이프 온 마스 정경호 박성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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