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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돌아온 '토이 스토리', 이전과 달라진 몇 가지

[리뷰] 더 큰 웃음과 감동으로 정점을 찍은 <토이 스토리4>

19.06.15 10:52최종업데이트19.06.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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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4>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전설'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애니메이션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1995년 처음 관객들과 만난 후 25년 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흥행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애니메이션이자 2010년 전세계 박스오피스 1위, 2010년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역대 픽사 애니메이션 흥행 3위를 차지하였다. 2010년 성인이 된 앤디와 장난감들의 이별을 담아내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이 시리즈는 2019년 <토이 스토리4>를 통해 다시 한 번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토이 스토리4>는 앤디와 이별한 우디와 장난감 친구들이 새로운 주인 보니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앤디의 방에서는 장난감들의 리더였던 우디지만 보니의 방에서는 버림받은 장난감들과 함께 장롱 안에 방치된 신세다. 하지만 주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우디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런 우디 앞에 새로운 장난감 친구 포키가 등장한다. 보니가 일회용 포크숟가락으로 만든 포키는 자신을 쓰레기라 생각하고 '장난감'의 운명을 거부한다.

우디는 보니를 위해 쓰레기통으로 돌아가려는 포키의 마음을 되돌리려 노력한다. 보니 가족의 피크닉 중 포키는 자유를 위해 차에서 뛰어내리고 우디는 포키가 사라지면 슬퍼할 보니 생각에 포키를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이번 작품 역시 카우보이 우디와 우디의 영원한 파트너 우주전사 버즈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우디와 보핍의 만남, 신선하다
 

<토이 스토리4>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첫째는 보핍의 존재다. 기존 시리즈가 우디와 버즈 중심으로 모험담을 진행한 반면 이번 작품은 우디와 보핍을 짝 지으면서 신선함을 준다. 앤디 동생 몰리의 방 장난감 리더이자 스탠드 받침대에 장식되어 있던 도자기 인형 보핍은 3탄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다른 주인에게 넘어가 우디와 이별했던 보핍은 트레이드 마크였던 핑크 드레스 대신 바지를 입고 지팡이를 무기로 사용하는 걸크러시한 캐릭터로 재탄생하였다.
 
특히 '장난감은 주인의 사랑을 받아야만 한다'는 일반적인 장난감들의 가치관과 달리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보핍의 캐릭터는 새롭다. 더하여 우디와 보핍의 로맨스 라인은 기존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감정을 관객들에게 안긴다. 장난감 사이의 로맨스라는 점에서 어설플 수 있었던 이 장면은 예상 외로 진한 여운을 남기며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둘째는 정체성 문제의 확장이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담아낸 정체성의 시작은 자신을 유일무이한 우주전사라 여겼던 버즈가 사실은 수많은 장난감 중 하나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장면부터라 할 수 있다. 장난감 가게에 전시된 수많은 버즈를 바라보는 버즈의 모습은 충격과 공포, 그리고 절망의 감정을 담고 있었다. '토이 스토리' 속 장난감들의 세계는 작은 사회다. 이 사회에서 장난감들은 버려지거나 도태되고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사랑받는 존재가 아님을 알고 실망하기도 한다.
 
이전 작품들이 사랑 받고 싶어 하는 장난감 내의 정체성 문제를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포키의 존재를 통해 '장난감' 그 자체의 정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포키는 쓰레기이지만 장난감이 되었다. 쓰레기라는 정체성으로 남고 싶어 하는 포키와 그런 포키에게 넌 사랑받고 있으니 장난감으로 남아야 한다는 우디의 대립은 과연 장난감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은 우디와 보핍의 만남에서도 나타난다. 주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사랑받는 게 존재 가치라 여기는 우디와 주인의 방 안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며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행복이 중요하다 여기는 보핍의 충돌은 이번 작품이 이전 시리즈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외연을 확장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장난감이 지닌 정체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세계관을 한층 더 진화시킨다.
 
놀이공원의 카니발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
 

<토이 스토리4>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여기에 웃음코드와 모험, 스릴러 느낌은 여전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버즈의 모습은 물론, 장난감이 되었지만 다시 쓰레기가 되고 싶어 하는 포키의 행동은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만담 콤비 더키&버니는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무시무시한 상상력으로 웃음 폭탄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놀이공원의 카니발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큼 더 커진 모험의 규모 역시 재미를 주는 포인트다.
 
공간 배경이 넓어지면서, 더욱 역동적인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보핍이 우디를 태우고 이동할 때 쓰는 스컹크카나 스턴트맨 피규어 장난감 듀크 카붐의 오토바이 질주는 속도감을 더해주며 어드벤처물의 재미를 살린다. '토이 스토리'에는 매 시리즈마다 공포감을 조성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했는데 이번 작품에는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강한 집착을 지닌 개비개비가 긴장감을 조성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깜찍하고 순수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강한 소유욕을 보이는 개비개비는 무서운 생김새의 인형들을 이용해 우디와 친구들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골동품 가게를 개비개비와의 대결을 다룬 공간으로 설정함으로써 서스펜스의 느낌을 강화한 점이 눈길을 끈다. 
 
완벽한 마무리를 보여준 3편 때문에 공개 전까지 걱정어린 시선을 받았던 <토이 스토리4> 이야기의 외연 확장을 통해 더 큰 감동과 웃음을 담으려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사회가 지향하는 다양성의 가치를 담아냄과 동시에 시리즈의 미덕인 웃음과 모험, 감동을 강화하면서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확장된 외연과 이를 감당해낼 수 있는 시리즈의 힘을 생각했을 때 어쩌면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과거의 영광보다 미래의 가능성이 더욱 큰 시리즈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 씨네 리와인드에도 실립니다.
토이 스토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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