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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판 '알라딘'의 화룡점정, '푸른 요정' 된 윌 스미스

[리뷰] 실사화된 디즈니 <알라딘>, 시대에 맞춘 캐릭터 변화 엿보여

19.06.04 14:42최종업데이트19.06.0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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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는 <알라딘>은 어떤 작품일까? 이제는 고인이 된 로빈 윌리엄스가 당시 지니 역 더빙을 맡아 원맨쇼를 벌였던 바 있다. 디즈니의 31번째 애니메이션 <알라딘>이 개봉된 해가 1992년이었으니, 이 시대의 젊은 세대에겐 애니메이션 속 수다쟁이 지니조차도 생소할 터이다. 아마도 2019년에 <알라딘>을 본 많은 젊은이들은 윌 스미스가 연기한 '지니'의 떠들썩한 말잔치가 더 기억에 남을 듯하다. 

이제는 노년이 되어가는 세대에게 <알라딘>은 이른바 전집류가 유행하던 시대, 아이들을 위한 전 세계 명작 선집 50권 중 흥미진진했던 중앙 아시아의 전래 동화였다. 첫날 밤을 보낸 신부들을 죽이는 왕과 결혼한 세헤라자드가 왕의 맘을 돌리기까지 천일동안 들려준 재미있는 이야기들 중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과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유럽에 소개한 앙투앙 갈랑이 번역한 번역본에는 들어있지만, 아라비아 원전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천일야화>의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린 게 <알라딘>이다.
 

영화 <알라딘>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신데렐라가 된 소년 알라딘 

전래 동화 속 <알라딘>은 장난기 많은 가난한 소년이다. 알라딘은 어느날 자칭 삼촌이라는 사람의 손에 이끌려 동굴 속에 있는 램프를 가지러 가게 된다. 입구가 좁아서 '소년'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 대신 램프를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기지 넘치는 소년 알라딘은 램프만 받고 자신을 동굴 속에 가두어 버리려는 '삼촌'의 명령을 어겨 그만 램프와 함께 다시 동굴 속에 가둬지게 된다. 그때 우연한 '마찰'로 인해 삼촌이 준 반지 속 거인을 소환하여 빠져나오게 된다. 사실은 그 삼촌은 마법사였고, 그가 준 반지는 마법의 반지였던 것.

집으로 돌아온 알라딘은 램프에서도 또 다른 마법의 거인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부자가 되고 공주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물론 위기가 찾아온다. 변장을 하고 나타나 공주를 속여 램프를 빼앗은 마법사에게 램프는 물론 공주까지 빼앗기는 것이다. 하지만 '반지 거인'의 도움으로 알라딘은 다시 모든 것을 되찾아 행복하게 살아간다. 

가난한 소년에게 찾아온 일확천금은 물론, 아리따운 공주에 미래의 술탄의 자리까지 얹어준 반지와 램프의 마법은 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신데렐라' 이야기의 남자 버전과도 같다. 애니메이션으로 이를 재연한 디즈니는 가난하고 장난꾸러기였던 소년 알라딘을 거리의 고아 좀도둑으로 변신시키고, 소년만이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을 '진흙 속에 묻힌 진주 같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선택받은 자의 운명론'을 더한다.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온 <알라딘>의 신드롬에는 무엇보다 램프에서 나온 무시무시한 거인을, '지니'라는 애칭을 지닌 수다쟁이 '요정'으로 변화시킨 발상의 전환이 컸다. 덩치는 거인이며 피부는 푸른색, 입만 열면 '모터'가 돌아가듯 쉴새없이 떠드는 친숙한 요정 캐릭터 지니는 개봉 당시 남녀노소 <알라딘>에 열광케한 중요한 요소였다. 
 

영화 <알라딘>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19년에 어울리는 캐릭터들 

무엇보다 알라딘도, 정해진 결혼이 싫어 뛰쳐나온 자스민 공주도, 그리고 푸른 색의 요정 지니도, 천일야화 속 <알라딘>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주체성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살려냈다. 그저 램프 속 거인의 도움을 받아 부자가 되고 공주랑 결혼하게 되는 '남자 신데렐라' 알라딘은 부자 알라딘과 거리의 좀도둑 사이에서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결정적인 순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소원 대신 지니의 자유를 선택하는 주체적인 인간형으로 거듭났다. 정해진 결혼이 거부하고 알라딘을 선택한 자스민 공주는 물론이며, 지니조차도 그저 행운을 가져다 주는 요정을 넘어 '자유'를 갈망하는 캐릭터로 거듭났다. 

2019년에 실사화된 <알라딘>은 원작 대신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을 이어받는다. 극 중 알라딘은 고아로 태어나 거리의 좀도둑이 되었지만 자신보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훔친 것을 양보할 줄 안다. 알라딘은 진정 진흙 속에 진주를 품은 사람처럼 가슴에 다른 삶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페미니즘'의 시대에 걸맞게 쟈스민 공주는 정해진 결혼을 거부하는 건 물론, 여성으로서는 허락되지 않는 '술탄'의 계승을 갈망하며 여성 리더로서의 면모를 뽐낸다. 

원작에서 공주와 결혼함으로써 술탄이 되었던 알라딘의 이야기는 2019년에 오면 '왜 공주는 술탄이 될 수 없느냐'며 이의를 제기한다. 또한 나라의 운명을 향해 싸우는 적극적 술탄 계승자로서의 자스민 공주의 이야기를 주된 스토리로 끌어온다. 물론 거기에 자신을 램프에서 꺼내준 주인님을 친구라 부르며 자유를 갈망하는 건 물론, 주인님의 명령을 임의적으로 해석 적극적으로 돕는 융통성 있는 지니의 캐릭터는 한결 업그레이드되었다. 즉 그저 실사로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변화에 따라 캐릭터들의 적극성과 자기 주체성을 한층 더 살려냈다. 
 

영화 <알라딘>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발리우드 양념'에 윌 스미스로 '화룡점정'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원작에서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그리고 이제 실사 영화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알라딘>. 시대에 따른 이야기의 변화만이 아니라, 실사 이야기는 애니메이션과 다른 영화적 장치를 더했다. 바로 '발리우드' 스타일이다. 

'발리우드'란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 흔히 인도 영화 산업 전반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마치 화려한 파티를 보듯 영화의 줄거리보다도 더 메인인 듯한 호화로운 춤과 노래로 가득찬 뮤지컬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인도 영화 스타일을 통칭한다. 중동의 전설적인 이야기 <천일야화>의 <알라딘>을 실사로 옮긴 디즈니는 '발리우드' 스타일을 도입해,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뮤지컬 콘서트를 보는 듯한 장면을 자주 연출한다. 

극 중 알라딘은 첫 번째 소원으로 왕자가 되어 왕궁에 나타나지만, 어설픈 태도로 인해 공주의 눈 밖에 난다. 다행히 알라딘을 맘에 들어한 왕의 초대로 다시 한번 왕궁의 행사에서 공주와 해후하게 된다. 여전히 미적거리는 알라딘을 '친구' 지니는 마법으로 단번에 춤꾼으로 거듭나게 만든다. 공주의 독무에 이어 공중제비까지 곁들인 알라딘의 '춤신' 공연은 떠들썩한 참석자들의 군무로 이어진다. 주인공의 독무에 이은 커플 댄스, 그리고 출연자들의 집단 군무와 합창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발리우드'의 전형적인 구성 요소 같다. 영화 <알라딘>은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영화적 재미를 더하며 문화적인 특색을 살리는 동시에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낸다. 

2019년의 시대적 흐름에 맞춘 서사, 거기에 발리우드적 연출까지. 그리고 이에 '화룡점정'이 된 건 푸른 요정으로 돌아온 윌 스미스이다. 일찍이 로빈 윌리엄스가 더빙했던 애니메이션의 스타 요정 지니를 잊게 만들 정도다. 윌 스미스가 아니고서는 상상하기 힘든 춤과 노래, 랩, 개그, 그리고 감동까지. 윌 스미스의 원맨쇼가 상투적 고전 로맨스의 얼개를 가진 <알라딘>을 펄떡거리도록 만든다. 그렇게 윌 스미스라는 '신의 한수'로 디즈니는 실사 영화의 순조로운 성취 그 이상을 거둔 듯하다. 여기에 알라딘의 원숭이 아부와 날으는 양탄자의 콤비 플레이, 공주의 호랑이와 자파의 앵무새까지 오랜 내공으로 명불허전이 된 조연 캐릭터들은 두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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