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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전력 리버풀 vs. 기적 노리는 토트넘, 승자는 누굴까

[UCL] 2일 챔스 결승에서 격돌하는 프리미어리그의 두 강호

19.06.01 11:07최종업데이트19.06.0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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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에서는 몇 년 전까지 '중립구장 한국시리즈 개최'라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룰을 도입한 적이 있다. 큰 변수가 없는 한 매진이 보장되는 한국시리즈를 규모가 큰 서울의 잠실 야구장에서 개최해 관중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규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정규리그 성적을 통해 어렵게 따낸 홈 이점을 무시한 처사로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었던 2001년 한국시리즈였다. 당시 중립구장 개최를 이유로 5차전부터 7차전까지는 잠실구장에서 열리기로 정해졌는데 공교롭게도 잠실을 연고로 하는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 때문에 삼성은 정규 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고도 대구에서 2경기 밖에 치르지 못했고 4경기 연속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치른 두산에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오는 2일(이하 한국시각) 새벽에 열리는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 FC와 토트넘 홋스퍼 FC가 격돌한다. 하지만 양 팀의 결승이 열리는 장소는 리버풀도, 런던도 아닌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구장이다. 그럼에도 영국을 포함한 세계 축구 팬들은 결승전 장소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세계의 모든 축구 팬들이 즐기는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리그 우승 실패의 아쉬움, 챔스 우승으로 풀려는 리버풀
 

7일(현지 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8-2019 UEFA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리버풀 베이날둠(왼쪽)이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이번 시즌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아니 어쩌면 유럽 축구 역사상 가장 아쉽게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불운의 팀이었다. 38경기에서 단 1패와 최소실점(22실점),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3번째로 높은 97점의 승점을 기록하고도 1점 차이로 우승을 놓쳤기 때문이다. 리그 18회, FA컵 7회,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을 차지하고도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한 번도 우승을 해보지 못한 리버풀이기에 이번 우승좌절은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위르겐 클롭 감독을 비롯한 리버풀 선수들은 리그 우승 실패의 아쉬움을 14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통해 풀려고 한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우승 직전까지 갔다가 결승에서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의 부상과 로리스 카리우스 골키퍼(베식타슈 JK)의 뼈 아픈 실책으로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1-3으로 패한 바 있다(지난 시즌 리버풀을 울렸던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시즌 16강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리버풀의 전력은 지난 시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살라, 사디오 마네, 로베르토 피르미누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의 위력은 더욱 강해졌고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를 비롯해 나비 케이타, 파비뉴 등 새로 영입한 선수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뛰어난 피지컬과 포지션 대비 최고의 주력, 그리고 순도 높은 득점력까지 갖춘 세계 최고의 수비수 버질 판데이크의 존재감도 엄청나다. 많은 축구 팬들이 리버풀의 우승을 점치는 이유다.

무엇보다 리버풀은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FC 바르셀로나와의 4강전에서 1차전 0-3 패배를 2차전 4-0 승리로 뒤집으며 '안필드의 기적'을 연출한 엄청난 기세가 있다. 리버풀은 공격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살라와 피르미누가 부상으로 결장한 상황에서 대체 공격수 디보크 오리기와 교체 선수 조르지뇨 베이날둠이 나란히 멀티골을 기록하며 기적을 완성했다. 그만큼 리버풀은 주전 선수들 외에도 가용자원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다만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최우선 목표였던 리버풀이 리그 우승 좌절로 인해 목표의식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결승전을 앞둔 클롭 감독의 고민거리다. 하지만 리버풀에 속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아직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 따라서 자신의 커리어에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를 추가하고 싶은 선수들이 유럽 최고가 될 수 있는 이 흔치 않은 기회를 소홀히 대할 리는 없다.

'기적의 행보' 토트넘, 챔스 우승으로 마침표 찍을까
 

2019년 5월 9일 오전 4시(한국시간), 네덜란드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아약스와 토트넘의 경기. 토트넘의 루카스 모우라가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토트넘의 2018-2019 시즌은 부상과의 싸움이었다. 팀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두 차례나 발목부상을 당하며 후반기를 사실상 날려 버렸고 델레 알리 역시 잔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았다. 이 밖에 해리 윙크스와 에릭 라멜라, 무사 시소코,에릭 다이어, 얀 베르통언 등도 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구단은 지난 두 번의 이적시장에서 한 명의 영입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악재 속에서도 토트넘은 2015-2016 시즌부터 네 시즌 연속으로 '빅4'에 포함되는 뛰어난 성적으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사수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근 네 시즌 연속 4위 안에 드는 꾸준한 성적을 올린 구단은 맨체스터 시티FC와 토트넘 뿐이다. 윙 포워드와 최전방을 오가며 12골 6도움을 기록한 손흥민과 8골 12도움으로 20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 시즌이었다.

부상 선수가 많았던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불완전한 전력 속에서 강 팀들을 상대로 쉽지 않은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바르셀로나,인터밀란, PSV아인트호벤과 경쟁해 조2위로 16강에 오른 토트넘은 토너먼트에서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맨시티, AFC 아약스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했다. 2018-2019 시즌의 토트넘이 세계적인 빅클럽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축구 팬은 아무도 없다.

토트넘은 결승에 올라오기까지 두 번이나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 맨시티와의 8강에서는 손흥민이 2경기에서 세 골을 폭발시키는 대활약을 펼쳤고 아약스와의 4강 2차전에서는 후반 45분 동안 루카스 모우라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암스테르담의 기적'을 완성했다. 특히 아약스와의 4강 2차전은 승리 후 마우리시우 포체티노 감독이 울음을 터트렸을 만큼 극적인 경기였다.

토트넘은 부상으로 이탈해 있던 케인이 결승전 출전이 가능할 정도로 몸 상태가 회복됐다. 이로써 손흥민과 케인, 모우라 사이에 묘한 주전 경쟁이 벌어지게 됐다.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케인의 부상회복이라는 뜻 밖의 변수가 발생한 셈이다. 박지성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게 되는 손흥민의 선발 출전과 활약 여부가 큰 관심을 끄는 토트넘의 유럽 무대 정상도전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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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리버풀FC 토트넘 핫스퍼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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