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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승리-우병우가 봤으면 뜨끔했을, 이 모습

[TV 리뷰] 적폐를 향한 한판승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19.05.29 15:05최종업데이트19.05.3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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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 ⓒ mbc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28일 시청률 8.3%로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아래 조장풍)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경구가 있을까?

<조장풍>은 김이영 작가의 <해치>, <38사기동대> 한정훈 작가가 집필한 <국민 여러분>이 이미 터를 잡고 있는 가운데 후발 주자로 나선 터라,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첫 방 시청률 4.3%, 동시간대 3위라는 결과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더구나 <조장풍>은 소재나 환경 측면에서 인기를 끌기 쉽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주연을 맡은 배우 김동욱은 영화 <신과 함께>,  OCN <손 the guest>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였지만 단독 주연은 처음이었다.

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재 자체도 TV 드라마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은 근로감독관이었던 데다, 2014년 MBC 극본 공모 당선작인 <앵그리맘>을 통해 신선한 이야기를 선보였지만, 시청률 복은 없었던 김반디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라는 것도 다소 우려되는 지점이었다. 거기에 더해 최근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는 MBC 드라마의 상황은 <조장풍>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보단 우려를 앞세우게 만들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하지만 그런 우려는 첫 주를 지나 둘째 주에 이르러 말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지난 14일에는 자체 최고 시청률 8.75%를 찍으며 첫 방의 두 배에 넘는 성과를 거두며 창대한 성공을 예고했다. 

그렇다면 첫 방 시청률의 두 배를 넘을 수 있었던 요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무엇보다 전직 유도선수, 한때 고등학교 선생님, 그러나 지금은 '복지부동'의 근로감독관이 되려고 애써 노력하고 있지만, 예의 '정의로운 기질'을 숨기지 못해 '적폐'들을 후려치는 조진갑이란 인물이 주는 쾌감에 있을 것이다. 

이는 <조장풍>에 앞서 SBS에서 방송되며 인기를 끌었던 <열혈 사제>의 신드롬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여전히 답답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막힌 속을 확 뚤어주었던 '다혈질 사제' 김해일과 조력자들의 '적폐 청산 바통'을 근로감독관 조진갑과 그의 '갑벤져스 동지'들이 받아낸 것이다. 

두 드라마의 구도는 비슷하다. 정의로운 주인공 김해일과 조장풍이 부조리한 사회에 혈혈단신 도전하며 드라마는 시작된다. 그리고 회를 거듭하며 <조장풍>의 엔딩에 나왔던 악의 그림자들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남과 동시에 조진갑을 돕는 조력자도 늘어난다.

김해일 곁에 구대영 형사와 박경선 검사, 외국인노동자 쏭삭이 함께 하면서 불가능해 보였던 구담구의 카르텔을 무너뜨렸듯, 조진갑이 혼자 덤볐던 구원시 상도여객 임금체불문제로부터 시작된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티에스 하청 문제', '명성 그룹 비리', 나아가 장래 대통령까지 넘보는 도지사 양인태(전국환 분)의 실체를 밝히며 결국 '도지사 당선 무효'를 이끄는 쾌거를 이뤄낸다.

각본, 연출, 연기의 삼박자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 ⓒ mbc


<앵그리맘>에서 사회 문제를 드라마적 장치로 설득해내는 데 장기를 보인 김반디 작가는 전작과 비교해 훨씬 업그레이드된 필력으로 돌아왔다. 대본만 좋았던 건 아니다. 박원국 PD는 코믹한 만화처럼 때론 거친 액션 영화처럼 장르물에 필요한 강약을 잘 조절하며 살려냈다.

특히 실제 있었던 일이어서 더 마음이 아팠던, 단돈 3000원 때문에 해고된 버스 운전사의 부당 해고 사건에서부터, 티에스 명성의 부당 하도급 계약, 명성 최서라와 그의 아들 양태수의 온갖 불법과 탈법과 갑질을 비롯해 "선강은 누구의 것입니까?", "내가 OO 해봐서 아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주 했던 발언들을 곳곳에 배치한 뒤 유쾌하게 비틀어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또 검찰 조사에서 팔짱을 낀 채 검사와 대화를 나눠 논란이 됐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모습을 흉내낸 장면이나 '승리 카톡방'에서 경찰 총경이 '경찰 총장'으로 불린 일을 꼬집는 듯한 대사 등은 두루 회자됐다.  

이런 카타르시스의 정점에서 활약을 보인 건 무엇보다 배우들이었다. <신과 함께>, <손 the guest>를 통해 연기는 잘하는 배우였지만 작품 운이 따라주지 못한 것으로 느껴졌던 김동욱에게 <조장풍>은 날개를 달아주었다.

몸무게를 불려 전직 유도선수로서의 무게감을 한껏 살린 김동욱은 일당 백의 근로 감독관 조진갑의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그는 캐릭터의 외면만이 아니라, '민원인'들에게는 한없이 마음 여린 공무원이지만, 부조리한 세력들 앞에서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배포를 지닌 '정의의 히어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원톱'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이런 김동욱과 함께 중견 배우 송옥숙과 전국환이 악의 축으로, 거기에 명불허전  <신의 퀴즈>의 류덕환과 오대환이 악의 수레바퀴를 이끄는 견인차로서 자기 몫을 톡톡히 해냈다. 뿐만 아니라 티에스 사장 이상이, 갑을 기획 사장 김경남, 후배 근로 감독관 강서준, 갑을 기획 직원 유수빈, 김시은 등의 신선한 얼굴들이 물 만난듯 뛰어놀았다. 

이렇듯 <조장풍>은 드라마의 시작에서 '부담'이 되었던 그 모든 것들을 성공요소로 바꿔냈다. 특히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 거기에 신선한 얼굴들의 열연, 맛깔나는 연출까지 삼 박자를 제대로 갖추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이야기를 멋들어지게 만들어냈다.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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