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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쳐다보지도 못해" 전도연이 고백한 세월호의 무게

[인터뷰] 영화 <생일> 두 번 거절 후 참여한 전도연 "안 했으면 후회했을 것"

19.03.30 19:01최종업데이트19.03.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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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이 영화 <생일>로 오는 4월 3일 관객과 만난다. ⓒ 매니지먼트 숲

  
작품 활동이 잠시 뜸했던 지난 4년간 전도연은 일상에 변화를 줬다. 사람을 만나면서 이런저런 얘기하는 걸 즐겼다면 그보단 집에서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렸다.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조금 더 규칙적이 되더라"며 소소한 변화를 전하며 엷게 미소짓는 그의 모습에서 엄마의 기운이 물씬 담겨 있었다. 

'엄마'. 공교롭게 전도연은 오는 4월 3일 개봉할 <생일>을 통해 큰 아픔을 간직한 엄마 순남을 끌어안았다.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극화한 최초의 상업영화, 소재 자체의 무거움 등 영화는 여러 방면에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운명이었다. 두 번 거절했던 전도연은 대체 왜 <생일>에 끝내 함께 했을까. 개봉 전 만난 그에게 이 질문부터 해야 했다.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

"거절했을 때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감독님이 글을 쓴 뒤 제안했을 때 세월호 참사를 겪은 유가족 이야기라 했을 때 부담스러웠다.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어려울 것 같았고. 보통 사람들이 하는 반응과 비슷했다. '지금 세월호 이야기를 하는 게 맞나?' 그렇게 생각하며 대본을 받았다. 펑펑 울었다. 대본이 너무 좋았는데 (여전히) 세월호 이야기라는 부담 혹은 어려움이 있었다. (예전 출연작인) <밀양> 속 신애도 생각났고.

다신 아이 잃은 엄마 역은 안 하겠다 결심했었는데… 그간 비슷한 역할이 들어왔을 거 아닌가.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지 않으면 거기서 못 벗어날 것 같더라.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에 <생일> 모니터를 부탁했다. 대부분 울면서 하지 말라고 하더라. 연기하면서 감정적으로도 힘들 테지만 영화 외적인 일에 상처받을 수도 있을 거라고. 그래서 거절했는데 내가 하지 않더라도 이 영화가 잘 만들어졌으면 했다. 극장에서 꼭 보고 싶었다."

 

영화 <생일>의 한 장면 ⓒ NEW 제공

 
거절했던 작품이 전도연 마음 한쪽에 계속 남아 있었다. "제가 계속 <생일>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고 있더라"며 전도연은 "지인 중 '도연이가 연기하는 걸 보고 싶다. 네가 잘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걸 하면서 새로운 걸 했으면 한다'고 말해준 분이 있었다. 아마 누군가의 '해 봐'라는 말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 말로 단번에 전도연은 마음을 고쳐먹은 것.

그렇게 촬영에 들어갔을 때 전도연은 이미 순남이 돼 있었다. "순남으로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인지 아니면 내가 과잉으로 느끼고 있지 않은지. 그걸 벗어나지 않게 의심과 검열을 끊임없이 했던 것 같다"던 전도연은 그만큼 자신 내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막상 결정한 뒤 후회는 없었다고, 영화 외적으로 공격 당할 여지에 대해서도 이미 각오가 돼 있었다. 오히려 그는 "<생일>에 참여 안 했다면 더 후회했을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함께 나누고 위로하는 법

"세월호 참사가 끝난 게 아니잖나. 사건에 얽힌 오해, 정치적 공격 등 제 주변 사람들은 그런 게 있을까봐 절 말린 것이다. 하지만 하기로 했을 땐 감당하겠다고 생각했지. 저보다 이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준비한 이종언 감독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충분히 응원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음 때문에, 미안함 때문에 더 외면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 미안함이 조금 괜찮아졌어? 물으신다면… 사실 그렇진 않다. 하지만 스스로 비겁했던 부분에선 돌덩이 하나를 내려놓은 느낌이긴 하다."
  
제법 담담히 말하는 그도 무너졌던 순간이 몇 번 있었으니 그 중 하나가 언론 시사 이후 진행한 유가족 시사회 때였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아들 수호의 생일 파티 장면도 배우들 사이에선 대본 리딩을 건너뛸 만큼 힘든 장면이었는데 유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끝까지 보면서 터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것. 
 

배우 전도연. ⓒ 매니지먼트 숲

 
"솔직히 전 유가족분들을 쳐다보지 못했다. 한 어머니께서 손수 수놓으신 지갑을 제게 주셨다.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내가 왜 자꾸 (세월호를) 피하려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무대에서) 한마디를 하라길래 전 드릴 말씀은 없지만 <생일>로 이렇게 서게 됐으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겠다고 했다.
 
<생일>은 매번 힘든 고비를 넘겨왔다. 지금 인터뷰하는 순간도 조심스럽다. 없던 말로 오해가 생길까봐 유가족분들께 피해가 갈까 조심스럽다. 영화 준비하면서도 일부러 감독님이 취재한 자료나 영상을 보지 않으려 했다. 감독님이 충분히 유가족분들 이야기를 듣고 썼을 것이고 제가 직접 그분들 이야기를 듣는다고 다를 게 없었을 것이다. 지금 <생일> 속 순남이 다른 순남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 영화 속 생일 파티 장면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촬영 때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까지 함께 웃고 울고 휴지도 건네주고 그랬거든. '아,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되는 게 맞구나' 그 이후 뭔가 용기가 더 났던 것 같다. 그 촬영을 끝내고 50~60명 되는 사람들이 '고마워요'를 연발했다. 나만 운 게 아니라 같이 울고 손잡아줬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배우이기 전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전도연은 진작 깊이 참사를 바라보지 못한 부끄러움을 인터뷰 내내 고백했다. <생일> 이후 혹시 그런 면에서 각성한 부분이 있을까. 공교롭게 <생일> 언론 시사가 있던 3월 18일엔 광화문 세월호 천막이 철거되는 날이기도 했다. 

"기사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 유가족 동의하에 철거했다고들 하지만 그분들이 어떤 마음이었을까. 되게 복잡했을 것이다. 유가족분들이 귀 닫고, 눈 감고 살아가시겠나. 영화에서도 순남은 일상에서 흘러나오는 상황과 말 때문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게 순남의 일상이다. 영화에선 순간이지만 유가족분들에겐 그런 상처의 연속이 생활일 텐데. 그건 제가 감히 알 수 있는 부분도 아닌 것 같다."
 

"이제 영화 속 생일 파티 장면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촬영 때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까지 함께 웃고 울고 휴지도 건네주고 그랬거든. '아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되는 게 맞구나' 그 이후 뭔가 용기가 더 났던 것 같다." ⓒ 매니지먼트 숲

 
전도연 생일 설경구 세월호참사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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