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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여는 다큐 축제, '페미니즘'부터 '재개발'까지 담는다

인디다큐페스티발 2019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열려

19.03.20 10:35최종업데이트19.03.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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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발 2019' 메인 포스터 ⓒ 인디다큐페스티발

 
봄을 여는 독립 다큐멘터리 축제 '인디다큐페스티발2019'(이하 인디다큐페스티발)가 올해도 어김없이 다큐멘터리를 사랑하는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올해 19회째를 맞은 인디다큐페스티발은 '실험, 진보, 대화'라는 슬로건으로 국내 독립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제작자 발굴과 흐름을 주도해온 영화제로 꼽힌다. 매년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꾀하며 관객 맞이 채비에 나선 인디다큐페스티발의 올해 경향은 크게 페미니즘, 재개발과 도시, 노동, 청년의 내일, 국가의 경계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페미니즘은 시대정신에 발맞추어 나가고자 하는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자 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발 2019' 개막작 <방문>(2018) ⓒ 인디다큐페스티발

 
인디다큐페스티발 개막작 <방문>(2018)은 고향인 춘천과 어머니 품에서 벗어나 서울살이를 시작했던 명소희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다큐다. 감독의 외할머니, 어머니, 감독으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삶을 가감 없이 바라보는 동시에, 감독 혼자 오랫동안 혼자 삭힐 수밖에 없었던 아픈 기억들이 감독의 심상을 대변하는 듯한 이미지로 구현되는 방식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여성 감독의 자기 성찰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여성주의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경향을 제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성인권단체에서 일을 한 엄마 덕분에 모태 페미니스트로 자란 감독의 고민과 갈등이 담겨 있는 <핑크페미>(2018)는 앞 세대 페미니즘과는 다른 방식의 새로운 페미니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열혈 여성주의 운동가였던 어머니 때문에 여성스러운 모습과는 전혀 거리가 먼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남아름 감독은 점점 페미니즘을 피하게 되고, 페미니스트보다 공주병으로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분홍색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2018년 미투 운동에 (#MeToo)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다시금 여성인권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감독은 여성스러운 것으로 간주 되는 분홍색을 좋아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꾸미기 좋아하고, 여성스러운 옷을 좋아해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영화다. 

궁중족발 사태와 건물주의 횡포를 다룬 <망치>(2018)와 장위 7구역 재개발 문제를 다룬 <편안한 밤>(2018) 등 재개발과 도시 문제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인 소재이기도 하다.

노동 이슈를 다룬 작품으로는 평생 건설현장의 노동자로 살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장윤미 감독의 <공사의 희로애락>(2018), 사 측의 노조파괴, 탄압에 맞서 8년간의 투쟁을 이어온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린 <사수>(2018)가 꼽힌다. 최근 일본 정부의 연이은 조선학교 차별 이슈와 맞물려, 이에 저항하는 조선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투쟁을 담은 <부당, 쓰러지지 않는>(2018) 역시 눈에 띈다.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보이지 않는 배우들>(2018)은 네 명의 20대 여성 배우들이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상과 연기, 영화, 삶에 대한 고민이 즉흥적인 방식으로 드러나는 점에 있어 흥미롭게 느껴지는 다큐다. 

지난해 열린 미디어시티 비엔날레에서 전시 버전으로 공개된 바 있는 안건형 감독의 <한국인을 관두는 법>(2018)은 3.1 운동 이후 100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한 기회주의 속성을 포착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다. 현재 인디음악 계에서 주목받는 뮤지션 신세하의 삶과 음악을 감각적인 영상기법으로 보여주는 < 12 하고 24 >(2018)와 남성 성소수자들의 '크루징 스팟'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명한 <야광>(2018)은 인디다큐페스티발의 실험 정신과 맞닿아있는 독특한 작품으로 주목할 만하다.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발 2019' 상영작 <핑크페미>(2018) ⓒ 인디다큐페스티발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발 2019' 상영작 <부당,쓰러지지 않는>(2018) ⓒ 인디다큐페스티발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발 2019' 상영작 <김군>(2018) ⓒ 인디다큐페스티발

 
이외에도 세월호 잠수사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통해 세월호의 상처를 다시금 환기하는 <로그북>(20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려는 세력에 맞서 1980년 5월 18일 광주 시민군의 진실을 추적하는 <김군>(2018), 월남전 당시 벌어진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기억을 다룬 <기억의 전쟁>(2018) 등 시대의 아픔과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화제작들도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만날 수 있다. 

인디다큐페스티발하면 사회적 이슈와 시대상을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매년 화제를 모으는 메인 포스터가 빠질 수 없다. 매회 다양한 이야기로 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올해의 인디다큐페스티발 포스터의 주제는 암흑 속의 반짝임. 영화제 첫 회부터 지금까지 19회째 인디다큐페스티발 포스터 디자인을 전담한 이진아 작가는 올해 포스터를 두고 "아무리 어두워도  우리 각자가 깨어있으면 세상은 좀 더 밝아지고 반짝이지 않을까"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좀 더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은 3월 21일부터 28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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