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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삭감된 부산영화제... 부산시 "국비 증가에 따른 것" 해명

국비 증액 이유 부산시 지원 20억 삭감, 전체 예산 축소

19.03.01 18:25최종업데이트19.03.0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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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정기총회 ⓒ 성하훈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이 전년 대비 10% 이상 줄어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계 인사들은 "부산영화제 성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던 오거돈 시장의 공언이 공치사가 아니었냐"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7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2019년 부산영화제 정기총회에서 올해 예산을 114억 5천만 원(일반회계 113억 5천, 특별회계 1억)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128억 대비 14억 감소한 규모다. 부산시 지원 예산이 기존 60억 이상에서 40억으로 20억 줄어든 것이 가장 컸다.
 
올해 예산은 2016년 박근혜 정권 당시 정치적 탄압으로 인한 국비 삭감 등으로 108억 정도의 예산으로 치러졌을 때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최근 10년간의 추이를 봐도 박근혜 정권 때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규모로 평가된다. 120억 이상의 예산을 유지했던 부산영화제로서는 부담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상태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커뮤니티 비프' 등 신규 사업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서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오거돈 시장의 부산시가 부산영화제의 뒤통수를 쳤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총회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들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국비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 했다. 집행위원으로 선임된 부산시 조영태 문화체육국장은 국내 영화제를 지원하는 국비 예산이 40억에서 50억으로 늘어난 것과 아시아필름마켓을 지원하기 위한 아시아영화시장 지원 국비 예산이 10억 원 신설된 점을 강조했다. 부산시 지원이 20억 줄어든 만큼 국비에서 20억 증가된 것만 보면, 빠진 만큼 채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산시 지원 20억 삭감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 부산영화제


하지만 문제는 늘어난 예산이 부산영화제에 한정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아닌 국내 주요 영화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영화제 지원 예산이 10억 늘어났어도, 부산영화제는 국내외 영화제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이 예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10억 늘어난 예산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집행하는 것으로 올해 새로 지원 대상이 되는 영화제에 배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비 지원 영화제는 부산, 전주, 부천, 제천, 여성, DMZ 영화제 등 6곳이다. 하지만 올해는 영진위가 지원 조건으로 제시하는 기준을 충족한 영화제들이 신규로 지원을 신청할 수도 있다.
 
최근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이 의견 교환을 통해 증액된 예산은 신규 지원 대상 영화제에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남은 예산은 영화제 별로 특성 있는 사업에 지원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부산영화제는 올해 국비지원을 지난해와 같은 15억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영화제 역시도 늘어난 10억 예산 중 일부라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낮게 보는 모습이다
 
신규 편성된 아시아영화시장 지원 국비 예산 10억 원도 부산시는 아시아필름마켓 지원을 늘린 것으로 강조하고 있다. 부산영화제 역시도 이 예산 전부를 아시안필름마켓 예산으로 편성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10억 전부를 부산영화제에만 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국내 다른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부산만 아시아영화시장 관련 사업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도 아시아영화시장과 관련된 사업이 있는 만큼 이 예산 중 일부라도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영진위 예산으로 편성돼 있는 만큼 심사를 거쳐 구체적 집행이 결정된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영화제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부산이 독차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화제 도약시킨다더니 말 바꾸는 부산시장
 

2018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영상으로 축사를 전하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 ⓒ 부산영화제


이 때문에 27일 정기총회에서 부산영화제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은 부산시의 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 이사장은 "부산시의 적극적인 도움을 기대했던 영화인들로서는 (시비 지원을 삭감한) 부산시의 태도가 아쉽다"면서 서운한 감정을 나타냈다.
 
부산지역의 한 영화인은 "부산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이 늘어난 국비 지원이 전부 부산영화제로 올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최근에 임명된 탓인지 업무 파악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도 "아시아필름마켓의 경우 국비 지원이 전부 오지 않을 경우 지난해 보다 마켓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성장은 유지하기도 벅찰 수 있다"며 국비가 증액된 것만을 강조하고 있는 부산시의 태도에 답답함을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난해 호평을 받은 '커뮤니티 비프'의 경우도 올해는 규모와 행사를 늘리려 하는데 지난해 수준의 예산으로 치러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영화제의 노력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해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 김지석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부산영화제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부산시민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취임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부산영화제 지원을 줄이면서, 영화제 규모를 <다이빙벨> 상영으로 정치적 탄압을 했던 박근혜 시절로 되돌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 자격으로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1주기를 찾아 부산영화제 지원을 약속했던 오거돈 부산시장 ⓒ 성하훈

부산영화제 오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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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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