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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치 박' 박정아, 노장 많은 도로공사의 '믿는 구석'

[프로배구] 도로공사 박정아,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 제치고 득점 2위

19.02.19 10:58최종업데이트19.02.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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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는 어도라 어나이가 활약하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제외한 5개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은 모두 아포짓 스파이커(오른쪽 공격수)다. 따라서 대부분의 구단들은 리베로와 윙스파이커(왼쪽 공격수) 2명에게 서브 리시브를 맡기고 외국인 선수는 공격에만 전념하게 한다(기업은행도 최근에는 어나이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리시브를 면제시켜 주곤 한다).

하지만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단 2명에게 리시브를 책임지게 하는 구단이 있다. 바로 '디펜딩 챔피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다.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파토우 듀크(등록명 파튜)는 물론 토종 에이스 박정아에게도 리시브를 면제시켜 준다. 이 결과 도로공사의 문정원은 전체 선수 중 유일하게 1000회(1134회)가 넘는 리시브를 받아내고 있고 임명옥 리베로 역시 573회의 리시브 시도로 문정원, 최은지(KGC인삼공사, 575회)에 이어 전체 3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김종민 감독이 위험부담이 적지 않은 2인 리시브 체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50%가 넘는 리시브 성공률을 자랑하는 문정원과 임명옥 리베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리시브가 약한 박정아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파튜와 박정아로 이어지는 쌍포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리고 도로공사의 이 같은 전략은 박정아가 득점 부문 전체 2위(525점)를 달리면서 멋지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발군의 공격력 갖춘 박정아의 감추고 싶은 서브 리시브 약점
 

기업은행에서 챔프전 3회 우승과 6연속 챔프전 진출을 달성한 박정아는 도로공사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09-2010 시즌 하위권으로 떨어져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도로공사는 내심 차기 시즌 반등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2007년의 배유나(도로공사),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이후 가장 뛰어난 재능이라는 서울 중앙여고의 김희진(기업은행)과 부산 남성여고의 박정아가 졸업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국생명과 도로공사는 기업은행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오랜 만에 나온 슈퍼루키들을 데려가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팀이 정식으로 창단하기도 전에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김희진과 박정아를 싹쓸이했고 두 신인은 기업은행의 창단 멤버가 됐다. 박정아는 리그에 처음으로 참가한 2011-2012 시즌 26경기에서 305득점(11위)을 기록하며 팀 동료 김희진(265점)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했다('슈퍼 루키' 김희진과 박정아가 1년 늦게 데뷔하면서 장영은, 조송화, 유희옥 등 2011년 드래프트 출신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봤다). 

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가 알레시아 리귤릭을 시작으로 카리나 오카시오, 데스티니 후커, 리즈 맥마혼, 메디슨 리쉘로 자주 교체된 편이다. 하지만 김희진과 박정아로 이어지는 토종 쌍포는 언제나 변함없는 위력을 발휘했다. 박정아는 2년 차 시즌부터 한 번도 득점 랭킹 10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고 기업은행은 3번의 챔프전 우승과 함께 6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이라는 V리그 여자부 최고기록을 세웠다.

187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공격력을 갖춘 박정아는 대표팀에서도 한송이(인삼공사)의 뒤를 이어 '여제' 김연경(엑자시바시)과 짝을 이룰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윙스파이커와 센터를 오가며 한국의 금메달에 기여했고 2016년 리우 올림픽도 참가했다. 하지만 박정아는 리우 올림픽을 전후로 부족한 서브 리시브에 대해 배구계 안팎에서 집중적으로 지적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박정아는 루키 시즌(33.58%)을 제외하면 한 번도 리시브 성공률 30%를 넘긴 적이 없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리시브에 대한 자신감도 점점 떨어졌다. 결국 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은 2016-2017 시즌 박정아를 아포짓 스파이커로 변신시켜 리시브를 면제해줬다. 공격에 전념한 박정아는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460득점을 기록하며 기업은행의 3번째 우승을 이끌고 FA자격을 얻었다.

도로공사 이적 후 공격에 전념하며 매 시즌 최고 득점 경신
 

문정원과 임명옥 리베로의 희생(?) 덕분에 서브 리시브를 면제 받은 박정아는 공격에서 더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배구팬들에게 박정아는 '리시브가 약한 선수'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정작 박정아는 리시브를 소화하는 윙스파이커 자리에 욕심이 많았다. 기업은행의 창단 멤버였던 박정아는 2017년 5월 2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도로공사로 이적을 선택했다. 김종민 감독은 시즌 초반 박정아를 윙스파이커로 투입하며 리시브에 참여시켰지만 정확하게 받아낸 리시브보다 실패한 리시브가 더 많을 정도로 박정아의 리시브는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도로공사는 어쩔 수 없이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에게 리시브를 전담시켰고 박정아를 공격에 전념하게 했다. 리시브 부담을 던 박정아는 2017-2018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478득점을 기록하며 한 시즌 개인 최다득점 기록을 1년 만에 갈아 치웠다. 박정아는 '친정' 기업은행과의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3경기에서 48.53%의 공격 성공률로 70득점을 퍼부으며 도로공사를 V리그 출범 후 첫 우승으로 이끌고 챔프전 MVP에 등극했다.

박정아는 이번 시즌에도 서브 리시브를 면제 받은 채 공격을 전담하고 있다. 특히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의 어깨 부상과 퇴출 과정에서 홀로 도로공사의 공격을 책임지는 '가장' 역할을 하면서 박정아가 수비에 나설 여유 따윈 없었다. 새 외국인 선수 파튜가 합류한 후에도 김종민 감독은 2인 리시브 체제를 바꾸지 않았고 이는 도로공사의 후반기 엄청난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박정아는 이번 시즌 26경기에서 525득점을 기록하며 어나이에 이어 득점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폴란드 국가대표 출신으로 풍부한 유럽리그 경력을 갖춘 베레니카 톰시아(흥국생명, 523점)와 터키 리그에서 4년 동안 활약했던 알리오나 마르티니우크(GS칼텍스 KIXX, 519점)를 능가하는 기록이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는 101득점(경기당 20.2점)을 폭발시키며 도로공사 토종 에이스의 위용을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2월에 열린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며 2위(승점 48점)까지 치고 올라왔다. 5연승은 이번 시즌 여자부 최다 연승 기록이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파튜와 임명옥 리베로를 포함해 주전 7명 중 5명이 30세 이상의 베테랑일 정도로 평균 연령이 높은 팀이다. 도로공사의 노장선수들이 점점 체력 부담이 크게 느껴질 시즌 막판, '클러치 박' 박정아의 존재감은 더욱 크게 부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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