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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해봤지만..." 맹승지, 10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이유

[인터뷰] 연극 <미스터 신> 최하나 역 맹승지

19.01.03 14:37최종업데이트19.01.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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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맹승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지난 12월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연극 <미스터 신>에서 '최하나' 역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배우 맹승지와 만났다.

오는 27일까지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미스터 신>은 늘어나는 건 빚뿐인 인생을 마감하려던 최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진 '삼신'과 만나게 돼고, 그의 부탁으로 함께 '이수현'을 찾으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미스터 신>은 최하나와 삼신이 닭띠 이수현을 찾는 과정을 통해 남녀주인공의 사랑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선보이며 관객들과 삶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편으로 남과장/경수 1인 2역을 통해 서로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점이나 상업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멀티남/녀의 매력적인 연기까지 더해져 관객들의 편견을 깨는 '꽤 볼만한 극'으로 자리매김했다.

극에서 30년 모태솔로 가난한 흙수저로 묘사되는 최하나를 맡은 맹승지는 MBC <무한도전>을 비롯,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개그우먼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운빨로맨스>에 이어 <미스터 신>으로 관객들을 만나며 대학로 로코퀸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고 있었다. 솔직담백한 화법으로 무장한 맹승지와의 인터뷰.
 

배우 맹승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개그우먼 겸 배우 맹승지입니다."

- 심플한 자기소개네요.
"담백한 게 좋죠(웃음)."

- 우선 연극 <미스터 신>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개그우먼 데뷔 전에도 연극을 먼저 하고 데뷔했었거든요. 그래서 연극과는 원래 인연이 있었기도 해요. 그렇게 방송하다가 다시 연극을 시작한 첫 작품이 <운빨로맨스>였어요. 그런데 방송을 오래하다가 연극을 하니까 너무 재밌는 거에요. 그렇게 <운빨로맨스>를 1년 넘게 했더니 다른 작품이 하고 싶어져서 <미스터 신> 오디션에 지원했죠."

- 특별히 <미스터 신>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생각한 포인트가 있었나요?
"오디션을 보기 전에 공연을 먼저 봤었어요. 그런데 주인공이 저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라서 잘 소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또 지금의 저는 연기를 즐기고 좋아하는데도 아직 대중들에게는 개그우먼의 이미지가 더 많이 남아있어보여서, 진지하게 연기하고 있다는 점을 연극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 주인공 최하나가 어떤 면에서 맞았다고 느꼈나요.
"30대 여자주인공이에요. 보통 연극에서 주인공들은 슬픔을 안고 있거나 어두운 감정을 깔고 있는 역할이 많았어요. 물론 최하나도 그런 뒷 이야기가 있지만, 우선 보여주는 모습이 밝아요. 저도 밝은 편이거든요(웃음). 또 보통 이런 로맨스 연극은 코믹한 역할을 멀티 역 배우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하나는 코미디도 보여줄 수 있어서 그런 여러가지 면이 저와 잘 매칭된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맹승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 그렇다면 캐릭터를 연기할 때 실제 본인의 성격과 맞는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다양한 역할들, 강하고 힘든 역할도 해보고 싶죠. 그런데 대학로에는 아직 제가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많진 않은 것 같아요. 이렇게 로맨틱코미디 쪽에서 매치되는 면이 많다고 느껴요. 또 저는 예를 들면 할머니나 아줌마 역할은 아직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엄두가 나지 않아요. 그렇지만 최하나는 잘 맞는 옷이라고 생각됐어요."

- 그렇게 해서 <미스터 신>에 합류하게 됐어요. 연습과정은 어땠나요? 또 무대 위에 올랐을 때 연습 때완 다른 점을 느꼈을 것 같은데요.
"우선 연습과 공연의 큰 차이는 없었어요. 연습 때부터 (서성종)연출님이 공연의 포인트에 대해서 잘 짚어주셨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공연을 관객으로서 직접 봤을 때랑 배우로서 연습할 때가 다른 것 같아요. 관객으로서 봤을 땐 유쾌하고 바보같은 면이 잘 보이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연습을 해보니 아까 말한 그런 최하나의 비하인드도 있고, 마냥 밝은 게 아니라 제가 본 거보다 더 착한 인물이었어요."

- 그래도 무대 위에 올랐을 때 아무래도 관객들의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연극은 역시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재미가 있죠.
"일단 너무 재밌어요. 제 모든 열정을 100% 다 쓰고 있어요(웃음). 그런데도 아직은 연기자가 아닌 개그우먼 맹승지를 생각해서, 저를 꺼려하시는 관객분들도 계실 거에요. 하지만 봐주신 분들이 생각보다 좋다고 말씀해주신 분들이 많아서(웃음) 기분 좋고 보람이 돼요. 제가 개그우먼일 때는 무조건 웃겨야 한다. 이게 우선이었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은 웃기지 않아도 되니까 진정성을 담아서 하자고 생각해요. 그러니 저도 훨씬 마음이 편해요. 사실 예전에는 관객이 여기서 터져야 한다거나 울어야 하는데… 그런 반응들을 많이 신경 썼어요. 지금은 그런 리액션에 신경쓰기보다는 연극에 대해, 인물에 대해 집중하면 겉으로 보이는 관객 반응은 작아도 관객들도 더 집중해서 보시는 것 같아요."
 

연극 <미스터 신> 커튼콜 중 한 장면. ⓒ 서정준

  
- 방송을 하다 10여 년 만에 다시 시작한 연극이에요. 방송으로 유명세도 많이 타봤는데 다시 연극으로 돌아온 이유가 뭘까요.
"제가 예전에는 방송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개그우먼 데뷔도 해보고 공연도 해봤어요. 그런데 라이브로 하는 공연의 묘미랄까. 순간순간의 행복함이 저와 더 잘 맞더라고요. 방송을 하던 시절에는 개그우먼으로 성공해보자. 그런 마인드가 있었어요. 시작도 제가 재밌다고 느껴서 했죠.

그런데 방송을 위한 그림을 만들거나, 개그를 위해서 모르는 분에게도 무례한 장난을 친다거나 그런 점들이 저랑 안 맞았어요. 억지로 해봐도 잘 안 됐죠. 그런데 연극을 다시 하고, 여행을 다니면서 행복함을 느꼈어요. 스타가 돼야 한다는 강박이 있던 시절도 있었죠. 지금은 제가 행복하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공연을 하면서 행복하기 때문에 만약 다른 게 더 행복해지면 또 모르겠지만요(웃음). 한번 사는데 제 수명을 깎아먹으며 스트레스 받아가며 저를 혹사시키고 싶지 않아요."

- 꾹 참고 '치맥'의 '소확행'을 느끼는 최하나와는 오히려 좀 다른 느낌이네요(웃음).
"꼭 해야할 일이 아닌데도 해야된다며 강박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해외여행을 다니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며 느꼈는데 법을 지키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정말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연극 <미스터 신>의 매력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공연을 봐주시는 분들이 무척 밝게 웃어주세요. 공연 끝나고 팬분들과 뵈면 많이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또 여성 관객들에게 공감이 많이 돼고, 감동과 웃음이 버무려졌어요. 가끔 공연을 하면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이 웃기려고 욕심내는 배우들과 작업을 해야할 때도 있는데 <미스터 신>의 출연진은 그런 면이 없고 서로를 돋보이게 하려 해요. 저는 서로를 빛나게 해야 작품이 빛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들이 너무 좋아요. 또 웃음과 공감, 힐링포인트가 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재관람률이 많은 공연이에요. 한 번 보고 나면 깔려있는 복선을 즐기는 관객분들도 많이 계세요. '저래서 이랬구나', '저런 표정이 나왔구나'하고요."
 

배우 맹승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 이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미스터 신>도 오디션 보기 전에 공연을 먼저 봤다고 했는데, 공연 보는 것도 좋아하나요?
"쉴 때는 공연을 정말 많이 봐요. 취미생활 수준으로 많이 다녀요. 인터파크 vip에요(웃음)."

- 그렇다면 최근에 본 공연이 뭔가요.
"<푸에르자 부르타>를 봤었어요. 그런 공연이 흔치 않잖아요. 맥주 마시면서 볼 수 있고요. 많은 걸 느꼈어요."

- 배우들 중엔 공연을 잘 보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을 접근해보는 것도 좋은 도움이 되겠네요.
"공연하는 사람이 공연을 많이 보는 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제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좀 보려고 해요. 공연을 보고 나면 일기장에 쓰면서 정리를 해요. 그러다보면 알게 모르게 쌓이는 게 있다고 느껴요."

- 요즘에는 성별을 넘나드는 젠더프리가 뿌리내리고 있죠. 혹시 공연을 보면서 도전해보고 싶다고 느낀 캐릭터가 있나요?
"작년에 <미스터마우스>를 봤어요. (김)성철씨 공연을 봤는데 무척 놀랐어요. 제겐 거의 인생작이었거든요. 그런 공연의 여자버전이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도 봤는데 그렇게 힘들고 어두운 감정을 끌어내는 공연도 진정성 있게 도전해보고 싶어요. <엘리펀트송>의 마이클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드라마가 강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배우 맹승지의 앞이 어떻게 될까요?
"저는 공연을 백 번하면 백 번 다 열정을 쏟아내고 싶어요. 제 진정성에 대해 자신감이 있어요. 앞으로 공연을 잘할 테니 편견없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이후의 판단은 물론 관객분들의 취향에 달리겠지만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연극 미스터신 맹승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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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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