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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기사의 여행... 이게 실화라니

[미리 보는 영화]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가 주는 특별한 감동 <그린 북>

18.12.28 17:39최종업데이트18.12.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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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북> 영화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고상한 말투와 친절이 몸에 밴, 교양과 우아함 그 자체인 천재 피아니스트. 입만 열면 무식이 드러나는, 가진 것이라곤 허풍과 주먹뿐인 운전사. 배경이 1962년 미국이라면 전자는 상류층 백인으로, 후자는 흑인 노동자의 이미지로 떠올리기 쉽다. 영화 <그린 북>은 이런 선입견과 편견에서 출발한다. 

<그린 북>은 지난 9월 제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받았고, 다가오는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요 5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됐다. 해외 관객과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그린 북>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27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언론에 첫 공개 됐다. 
 

영화 <그린 북> 스틸 사진. ⓒ CGV아트하우스


<그린 북>은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분) 박사와, 거친 인생을 살아온 운전사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 분)의 미국 남부 투어기를 그리고 있다.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똘똘 뭉쳐있던 토니는 흑인 밑에서 일한다는 게 꺼림칙하긴 하지만, 셜리 박사가 제안한 높은 주급에 혹해 일을 맡기로 한다. 

그렇게 시작된 8주간의 남부 여행. 그들은 흑인 여행자들을 위한 안내서, '그린 북'에 의지해 남으로, 남으로 이동한다. 인종차별이 잘못인 줄도 모르던 1962년 미국. 특히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흑인들이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취급을 받고 있었고, 흑인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백인과 같은 호텔에 묵을 수 없었다. 그건 박사 학위를 3개나 가지고 있고, 백악관에도 초청될 정도로 명망 있는 피아니스트였던 셜리 박사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천재 음악가로 성장한 셜리 박사는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로부터 "신의 경지"라는 칭송까지 받은 인물이다. 백인들은 그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면 비싼 값도 치르고 기꺼이 화려한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는다. 셜리의 음악에는 아낌없는 찬사와 존중을 표하지만, 피아노에서 내려온 그는 다시 그저 흑인이 된다. 같은 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수도 없다. 그저 백인이라는 이유로,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는 토니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지만 말이다. 
 

영화 <그린 북> 스틸 사진. ⓒ CGV아트하우스

 
<그린 북>의 구도는 영화 <택시운전사>와도 닮아있다. 민주화 운동을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이 그저 돈을 위해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와 광주에 간 것처럼, 숨 쉬듯 인종차별적인 말을 내뱉던 토니도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남부로 간다. 만섭이 광주의 진실을 목격하고 변화하듯, 토니 역시 셜리 박사가 감당해야 하는 온갖 차별과 멸시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백인들의 위선과 차별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피부색으로 갖는 편견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서로 다른 두 남자의 우정과 휴머니즘, 그리고 변화. 어찌 보면 전혀 특별할 것 없는 구도지만, <택시운전사>가 그랬듯 <그린 북> 이야기의 힘은 '실화'라는 것이다. <그린 북>의 각본을 쓴 닉 발레롱가는 <그린 북>의 주인공인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 어린 시절부터 토니와 셜리 박사를 지켜봐 왔던 닉 발레롱가는 "언젠가 아버지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시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의 시작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야기에 힘을 더한 명배우들의 명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반지의 제왕> 아르곤으로도 유명한 비고 모텐슨은 토니 역할을 위해 실제 토니의 가족들을 만나 토니의 말투, 걸음걸이까지 완벽하게 체득했다. <문라이트> 후안 역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받은 마허샬라 알리는 돈 셜리의 음악과 관련 다큐멘터리를 끊임없이 보고 들으며 셜리 박사의 음악과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 보워스가 재현한 셜리 박사의 피아노 선율이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1월 9일 개봉.  

한 줄 평 : 마음을 울리는 음악, 마음을 울리는 드라마. 
별점 : ★★★★☆ (4.5/5) 

 
영화 <그린 북> 관련 정보
감독 : 피터 패럴리
출연 :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장르 : 드라마 
수입 : CGV엔터테인먼트
배급 : CGV아트하우스
러닝타임 : 130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9년 1월 9일
그린 북 돈 셜리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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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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