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비극적 사랑에 영웅 얘기까지 넣었지만, '아쿠아맨' 어쩌나

[리뷰] 영화 <아쿠아맨> 화려한 CG 자랑하지만... 뚜껑 열어보니

18.12.24 17:33최종업데이트18.12.24 17:38
원고료로 응원

영화 <아쿠아맨>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다. 서로 원수 사이인 두 집안 남녀가 만나 둘만의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지만, 결국 그 꿈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막을 내린다. 이런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TV를 틀면 많은 드라마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수없이 흘러나온다. 영화에도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들만의 사랑을 이루려는 남녀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영화 <아쿠아맨>은 그런 비극적인 두 집단의 사랑이야기를 영웅 서사와 엮어 흥미로운 화면과 함께 들려준다. 기본적으로 비극적인 사랑 속에 태어난 아이, 아서 커리(제이슨 모모아)가 이야기를 이끈다. 아서의 아버지 토마스 커리(테무에라 모리슨)와 어머니 아틀라나(니콜 키드먼)는 각각 지상의 인간과 바닷속 아틀란티스의 여왕으로 우연히 만나 아이까지 낳게 된다. 

이 둘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과 비슷한 점이 많다. 서로를 두려워하고 배척하는 두 집단의 일원이 만나 결국 사랑을 이루지만 결국 그 둘은 이별을 하게 된다. 영화는 주인공 아서의 부모님이 맞게 된 비극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반쪽짜리 영웅 '메타 휴먼' 아서의 모험기 

사랑으로 태어난 아서는 필연적으로 영웅이 될 운명이었다. 주인공의 이름이 아서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서왕의 신화'를 그대로 가져온 영화는 아서가 전설의 무기를 찾아 왕위를 찾는 내용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영화에는 아서와 대립하는 배다른 형제인 옴 왕(패트릭 윌슨)이 주요 악당으로 등장하여 갈등을 유발한다. 
 

영화 <아쿠아맨>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특정 시점부터 아서는 지상의 외부인들에게 '아쿠아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고, 그는 물속에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메타 휴먼으로 분류되어 영웅화된다. 그는 지상의 사람들에게만 인정되는 반쪽짜리 영웅이었기 때문에, 전설의 무기를 취득함으로써 바닷속 세계에서도 영웅이 되려 애쓴다. 

사실 두 가지 모두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영화 <아쿠아맨>에서는 도입부에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넣고, 메인 이야기로 영웅 서사를 넣어 액션 히어로 장르에 적합한 이야기 구조로 변형시켰다. 도입부의 토마스와 아틀라나 여왕의 사랑이야기는 굉장히 사랑스러운 고전 같은 느낌을 준다. 아틀란티스에서 추격해 온 병사들과 아틀라나가 전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 신을 보여준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아서의 이야기가 힘을 잃어가다

하지만, 아서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영화는 도입부의 힘을 서서히 잃어간다. 아서는 굉장히 투박하고 직선적인 캐릭터다. 그가 옆을 보고 생각하면서 갈 수 있도록 이끄는 인물은 아틀란티스의 메라(앰버 허드)와 벌코(윌렘 대포)다. 그들은 아서의 옆에서 그를 훈련시키고 도움을 주며 그가 좋은 방향으로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두 사람은 아서가 차기 왕위를 이어받을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서가 왜 왕이 되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다.

더욱 큰 문제는 아서가 맞이하는 위기들이 너무 쉽게 해결된다는 데 있다. 그가 옴 왕과 대결을 벌이는 장면에서도, 블랙만타(야히아 압둘 마틴 2세)와 대결을 벌일 때도, 그가 전설의 무기를 잡게 된 순간에도 그를 옆에서 도와주는 캐릭터들 때문에 해결이 가능했다. 이런 요소들은 영화의 긴장감을 심각하게 무너뜨린다.
 

영화 <아쿠아맨>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아서의 이야기가 너무 단순하게 그려진 반면, 옴 왕의 캐릭터는 꽤 다면적으로 그려진다. 옴 왕은 아틀라나 여왕의 또 다른 아들이었고, 늘 보이지 않는 형인 아서와 비교되는 삶을 살았다. 어머니의 큰아들에 대한 사랑에 질투한 나머지, 지상의 모든 사람을 증오하여 실제 권력을 잡았을 때부터 줄곧 지상과 전쟁을 벌일 생각만 하는 인물이다. 증오에 사로잡힌 그는 실제 아서를 만나고 나서 폭주하기 시작한다. 그가 아서와 일대일로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 가장 박진감이 넘치는 데다 그의 증오와 분노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 외의 인물들은 모두 뭉툭하다. 특히 메라의 아버지는 메라의 설득 한 마디에 바로 전쟁을 포기하고 아서의 편에 선다. 그리고 또다른 악당으로 등장하는 블랙 만타는 아쿠아맨에게 적의를 품는 과정이 너무나 인위적으로 느껴졌다. 나머지 대부분의 캐릭터들도 아서가 왕이 되는 과정을 빛나게 만드는 양념으로 쓰여질 뿐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남는 건 각 인물의 변화보다는 화려한 CG 뿐이다. 

이야기의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영화의 액션 장면과 CG

영화의 CG와 액션 장면 연출은 전반적으로는 훌륭한 편이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볼거리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바닷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장면들은 어색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연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로 가면 대규모의 전투가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없어진다. 클라이맥스의 액션 장면들에는 대규모로 많은 인물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 액션 장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아보기 힘들어 몰입이 쉽지 않다. 
 

영화 <아쿠아맨>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는, 여성들이다. 메라와 아틀라나 여왕은 모두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좋은 판단을 내리고 그 방향으로 남자들을 이끄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함부로 무시당하지 않으며 존중받는다. 그들의 액션 장면도 굉장히 박진감 넘치며 생동감이 있다. 그들이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순간, 관객들의 눈을 그들에게 고정시킨다.

특히나 아틀라나 여왕의 로맨스 이야기와 그가 벌이는 액션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장면들이다. 아틀라나 여왕은 배우 니콜 키드먼이 연기 했는데, 연기에 위엄이 넘치고 품격이 있다. 또한 아서의 아버지와 벌이는 로맨스에도 굉장한 감정이 실려있다. 영화 말미 매일 아틀라나를 기다리는 토마스가 마침내 아틀라나를 발견하고 그 둘이 포옹하는 순간, 그 감정은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는 아틀라나의 캐릭터에 숨을 불어 넣은 니콜 키드먼의 힘이 크다.
  
이 영화의 감독인 제임스 완은 영화 안의 수중 액션 장면을 훌륭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잘 연출할 수 있는 공포 효과나 사실적인 효과를 이 영화에서 찾아보긴 어렵다. 장르의 특성도 있겠지만, 그가 가진 색깔을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컨저링>, <인시디어스> 등에서 보였던 꼼꼼한 장면 연출은 그가 <분노의 질주: 더 세븐>과 <아쿠아맨>을 연출하면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가 로맨틱한 장면이나 코믹한 장면을 영화 속에 포함시켰으나 이는 영화를 더욱 어색하게 만들 뿐이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아쿠아맨 제이슨모모아 제임스완 DC유니버스 히어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러 영화와 시리즈가 담고 있는 감정과 생각을 전달합니다. 브런치 스토리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고 있어요. 제가 쓰는 영화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저의 레빗구미 영화이야기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더 많은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이 영화가 전달하는 감정과 생각을 나눠봐요.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