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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말을 믿어야 할까' 사회적 딜레마 담은 두 영화

사법 시스템 '불신'에도 최선 다하는 이들, <양의 나무> <암수살인>

18.11.23 11:40최종업데이트18.11.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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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감된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한다는 청원이 무려 6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답변을 받아냈다.

2018년 11월 기준 대한민국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전국 범죄검거율은 85%이며 살인의 경우 100%의 검거율을 자랑할 만큼 경찰의 수사에 있어서는 철저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처벌에 대해서는 불만이 높다. 조두순의 경우 잔혹하게 여아를 성폭행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피해를 입혔고 2020년 출소를 앞두고 있다. 이에 국민들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흉악한 범죄자를 잡아내는 사회적인 시스템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으나 범죄자의 처벌과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는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법적인 처벌 방법에 대한 논쟁은 뜨겁다. 많은 국가에서 사형 제도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국가는 범죄자들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소비하게 되었다. <양의 나무>는 국가가 짊어져야 될 경제적인 부담과 이들을 향한 믿음의 배신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제도의 허점 보여주는 두 영화
 

영화 <양의 나무> 스틸컷 ⓒ 영화사 오원

 
<양의 나무>에서 우오부카 시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무연고자 전과자 교화 프로그램 지역으로 선정된다. 정부는 많은 범죄자들을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문제에 부담감을 느끼기에 이들이 조금이라도 사회적으로 교화될 가능성이 보이면 가석방시킨다. 하지만 무연고자의 경우 돌봐줄 가족이 없기에 가석방이 불가능하다. 이에 시 차원에서 전과자의 신원을 보증하고 이들을 가석방시킨 뒤 정착시키는 실험적인 제도를 시행한다.
 
우오부카 시가 선정된 이유는 이곳이 도시와 떨어진 시골 마을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모든 관념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는 '백지설'(白紙說)에 기댄 이 제도를 통해 6명의 남녀가 출소한다. 하지만 이들이 출소한 후 한 번도 살인사건이 일어난 적 없는 마을에서 살인이 발생하면서 믿음은 무너진다. 인간은 변할 수 있다고 교화를 주장하는 처벌의 방식이 영화 안에서 실패한 셈이다.

또한 이런 사회적인 제도의 허점을 보여주는 영화 중 하나가 <암수살인>이다.
  

<암수살인> 스틸컷 ⓒ (주)쇼박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살인죄로 붙잡힌 태오가 자신의 여죄를 불겠다며 형사 형민에게 접근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태오는 왜 자신의 형량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데도 여죄를 스스로 말하겠다고 하는 걸까. 그 이유는 경찰의 수사과정에 따라 범죄자의 형량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태오는 경찰이 자신을 체포할 때 내세운 증거가 위조되었다는 걸 형민에게 알려주고 이를 시작으로 형민을 본인의 테두리에 가둔다.
 
태오가 형민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형민의 열정적인 수사 의지이다. 공권력의 인력에는 그 한계가 있다. 그러하기에 많은 인력과 시간을 매 사건마다 소비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범인의 입에 집중하게 되고 범인이 더 많은 힌트를 던져주길 바라는 경우도 생긴다. 이 과정에서 형사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바로 폭력 또는 금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범인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금품을 약속하는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법이 지닌 약점이다. 법은 가해자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리지만 동시에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동종의 범죄라도 감형요소에 따라 형량이 다른 이유이다. 대표적인 예가 '미란다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데 1963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미란다는 체포 당시 진술거부권, 변호인 선임권 등 권리를 고지 받지 못한 점을 지적했고 이로 인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암수살인>에서 태오는 형민에게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없는 증거만을 제공하며 형민이 금품을 통해 진술을 강요했다고 말하며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간다.
 
<양의 나무>와 <암수살인>, 현실적 '최선'에 대해 이야기하다

사법적인 약점은 때로 범죄자들에게 숨통을 열어주기도 하며 이 숨통에서 빠져나온 가해자의 냉기는 피해자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범죄자의 격리와 형벌에 대한 국가 비용의 부담과 감형요소를 통한 범죄자의 형량 낮추기 문제는 사회적인 담론이 되어 해결되어야 될 부분이다. 대신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에 대해 <양의 나무>와 <암수살인>은 이야기한다.
  

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 (주)쇼박스

 
<암수살인>의 형민은 태오의 농락에도 그의 과거 살인사건을 수사한다. 그를 향한 경찰 내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이게 경찰이 할 일이기 때문이다. 형민은 피해자 가족이 시체라도 발견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시신을 통해 태오가 원래의 죗값을 다 치르기를 바란다. 그는 범인을 잡아 체포하고 그 죄를 낱낱이 밝히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양의 나무> 속 6명의 범죄자 중 세 사람은 각자가 맞닿은 인연을 통해 새 사람으로 거듭난다. 히로키는 자신과 같은 전과자 출신의 이발사를 통해, 리에코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 오노는 자신을 믿어주는 세탁소 주인을 통해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영화는 믿음을 말한다. 비록 시스템에 의한 교화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을지언정 약간의 가능성이 있는 전과자를 향한 누군가의 믿음은 변화라는 의지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암수살인 양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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