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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손" 노사연의 고군분투... 조세호는 왜 그랬을까

[리뷰] JTBC <날보러와요> 웃음 유발은 '만점', 그러나 차별점은...

18.10.31 12:01최종업데이트18.10.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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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부터 방영된 JTBC <날보러와요: 사심방송제작기>는 유명 연예인들의 1인 방송 제작기를 담은 신규 예능 프로그램이다. ⓒ JTBC

 
인터넷 1인 방송의 유행이 본격적으로 TV 속으로 들어왔다. 지난 2015년부터 방송돼 2017년 종영한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첫 발을 내딛은 후, 전문 유튜버들의 다양한 세계를 영상으로 담은 JTBC <랜선 라이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 와중에, 또 한편의 1인 방송 소재 예능이 등장했다. 역시 JTBC가 30일부터 방영하기 시작한 <날보러와요: 사심방송제작기>가 그 주인공이다. 이날 첫 방송에선 가수 노사연, 개그맨 조세호 등 2명의 연예인이 1인 방송 제작에 나선 과정이 공개되었다.

1인 방송 초보자의 좌충우돌 도전기... 노사연의 "식스티 앤 더 시티" 
 

JTBC <날보러와요>의 한 장면. 1인 방송 및 유튜브 문외한인 중견 가수 노사연은 과감히 뷰티 방송 제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JTBC

 
1990년대 초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인기의 주역이자, 요즘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초대손님으로 등장해 젊은 후배들 이상의 큰 웃음을 선사하는 중견 가수 노사연은 과감하게 뷰티 방송에 도전했다.

하지만 예순을 넘긴 그에게 1인 방송+유튜브의 세계는 너무나 멀고도 험했다.  후배 가수이자 뷰티 유튜버로 왕성히 활약중인 악동뮤지션 이수현에게 전화로 도움을 청해보지만 그녀가 말해주는 각종 전문 용어는 마치 외계어처럼 들리기만 할 뿐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노사연은 단골 미용실 원장님조차 "선생님은 '똥손'(손재주가 없는 사람을 일컫는 인터넷 신조어)이잖아요"라고 타박할 만큼 화장에 관해선 문외한이다. 그런 노사연이 과연 성공적으로 방송을 제작할 수 있을까?

이날 노사연이 준비한 코너 '식스티 앤 더 시티'는 1인 방송 초보자들의 준비 과정부터 녹화 직전까지 상황을 가감없이 담았다. 노사연은 각종 실수를 저질러 시청자들에게 웃음도 선사했다. 이를 통해 <날보러와요>는 말처럼 쉽지 않은 1인 방송의 세계를 시청자들에게 좀 더 친밀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미국의 인기 드라마 이름을 패러디한 코너명부터 주연 배우 이름에서 차용한 '제시카 파워'라는 닉네임까지, 초보 유튜버 답잖은 센스도 발휘했다.

하지만 40년 가까운 방송 경력을 지닌 천하의 노사연조차 살짝 긴장한 모습을 내비칠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각종 케이블 뷰티 프로그램 MC를 거친 개그우먼 장도연을 초대 손님으로 섭외, 각종 조언 및 도움의 손길을 제공한 건 제법 현명한 선택이었다.

본격적인 1인 방송 촬영기는 다음주에 방송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방송된 준비 과정만으로도 노사연의 '식스티 앤 더 시티'는 초보 유튜버로선 무난한 출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날보러와요>의 기획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방송이었다는 점에서 이후 내용에 대한 기대감도 가져볼 만했다.

프로 불참러의 대리 참석 임무... 조세호의 '해주~세호'
 

JTBC <날보러와요>의 한 장면. 조세호는 의뢰인의 부탁으로 배우 유연석의 팬미팅에 대신 참석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 JTBC

 
반면 30일 <날보러와요>에서 첫 번째로 소개된 조세호의 1인 방송 도전기는 다소 의문스러웠다. 앞서 MBC <놀러와>에 방송인 김흥국과 함께 출연한 조세호는, 김흥국의 "왜 안재욱 결혼식에 오지 않았냐"는 물음에 "모르는데 어떻게 가냐"고 응수해 '프로 불참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이 에피소드를 통해 화제를 모았던 조세호는 별명을 역 이용해 일반인의 의뢰를 받고 각종 자리에 대신 참석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해주~세호'라는 1인 방송 콘텐츠를 마련했다.

첫 번째 의뢰인은 배우 유연석의 팬이었다. 그는 그동안 각종 팬미팅에도 빠짐없이 참여했지만 갑작스런 해외 출장 때문에 최근 열린 행사 참석이 어렵게 된 상황이었고, 조세호에게 대신 행사에 가 달라고 부탁한다. 조세호는 즉각 의뢰인으로 '빙의(?)'해 유연석과 그의 최근 작품 tvN <미스터 션샤인>에 대한 각종 정보를 검색해서 외우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다.

남자 배우 팬미팅 특성상 대부분 관객이 여성팬이라는 다소 난감한 상황에서도 조세호는 특유의 넉살을 보이며 현장에 녹아들었다. 이날 조세호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첫 개인 방송 촬영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 방송 내용만 놓고 본다면, 분명 재미있었다. 조세호가 쉴 틈 없이 웃음을 이끌어내는 등 예능 프로의 본분을 다한 방송이었다. 그러나 조세호가 '액션캠'과 셀카봉을 들고 다니긴 했지만 '1인 방송 제작'이라는 취지는 딱히 드러나지 않았다. 아무런 정보 없이 채널을 돌려 해당 장면을 봤다면, 예능 프로그램 속 흔한 미션 수행 정도로만 비쳐질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1인 방송이라는 게 반드시 실내에서 이용자들과 실시간 소통(채팅)하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최근에는 '웹 예능'을 목적으로 다양한 영상을 찍고 편집, 제작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본인의 방송 제작 준비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대선배 노사연과 달리, 이날 조세호의 촬영에선 1인 방송의 요소를 목격하기 어려웠다. 이건 마치 조세호 본인이 만드는 것이 아닌, JTBC 제작진이 만드는 1인 방송에 조세호가 호스트로 출연한 것과 다름 없어 보였다.

웃음 유발 측면에선 합격점... 프로그램만의 개성은?
 

JTBC <날보러와요>의 한 장면 ⓒ JTBC

 
일단 <날보러와요>는 예능 프로그램의 기본 미덕 중 하나인 '웃음 유발'의 측면에선 높은 점수를 부여할 만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노사연, 조세호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했다.

반면 이 프로그램만의 독자성 또는 개성이라는 측면에선 아직 물음표를 남겼다. 가장 큰 이유는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언급되던 기존 유튜버 및 1인 방송 소재 방송과의 차별점을 확실히 제시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황교진 PD는 <랜선라이프>와의 차별화 지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랜선 라이프>는 기존 유튜버들의 일상과 방송 제작기를 보여준 프로그램이지만 <날보러와요> 는 프로 방송인들이 유튜브에 도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첫 방영분만 놓고 본다면 결과적으론 <랜선라이프>의 기본 틀에 출연진만 연예인으로 바꾼 듯했다. MC로 윤종신, 김구라를 비롯한 다수 패널들이 등장하는 스튜디오 녹화 장면에선 얼핏 MBC <전지적 참견시점>같은 그림도 일부 조성됐다. 신선한 소재지만 이를 포장하고 풀어 나가는 과정의 익숙함은 향후 <날보러와요>가 풀어 내야 할 숙제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날보러와요 1인방송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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