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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이 정도에 흔들렸다니... 좀 실망인데

[리뷰]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어딘가 아쉽다

18.10.30 17:02최종업데이트18.10.3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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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현대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지낼 수 있는 환경이다. 먼 나라라고 해도 비행기를 타면 손쉽게 갈 수 있고, 가까운 나라라면 당일에도 다녀올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본인의 나라를 떠나 타국으로 이민을 가기도 한다. 실제로 호주나 캐나다, 유럽 등으로 이민을 가는 한국인들도 점차 늘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약 194만 명이 해외에 장기 체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월보, 2016). 그만큼 국가 간의 장벽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는 수많은 인종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전체 3억에 가까운 인구는 백인, 히스패닉, 흑인, 아시아인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아시아계는 5.8% 정도다(미국 통계국, 2017). 그래서 미국 인구 중 이민 2-3세들이 차지하는 숫자도 적지 않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 안에는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있어, 그들이 서로 관계를 맺거나 한 가정을 만들어 갈 때 각자의 문화적인 차이로 충돌하기도 한다. 실제로 영화 <빅식>(2018)은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의 남자 주인공이 파키스탄 전통을 강요하는 부모님으로 인해 연애에 제약을 받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빅식>은 실제 파키스탄 배우의 경험을 극적으로 구성함으로써 현재 미국 내 이민 2세들이 겪는 문화적 충돌을 매우 잘 묘사했다.   

중국계 미국인 레이첼과 중국인 닉의 연애 이야기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최근 개봉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중국계 미국인 레이첼(콘스탄스 우)이 중국인 닉(헨리 골딩)의 연애 이야기다. 미국에서 만나 연애 중인 레이첼과 닉은 닉의 친구 결혼식 참석차 함께 싱가폴로 향한다. 이후 레이첼이 닉의 가족 행사 등에 참여하면서 문화적 갈등이 빚어지는데,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빌려 이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스텝업 2>(2008), <지아이조2>(2013), <나우 유 씨 미2>(2016) 등 주로 성공했던 영화의 속편을 연출했던 존 추 감독은 이번에 처음 제대로 된 오리지널 영화를 만들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의 구성을 따른다. 가난한 여자 주인공이 돈 많은 집안의 아들을 만나 연애하다가 결국 결혼의 단계에 접어들게 되는데, 영화는 이와 연관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이 전형적인 이야기 틀에 중국계 미국인과 중국인, 그리고 중국 가정의 문화적인 요소들을 집어넣어 이야기의 신선함을 높였다.

실제로 영화 대다수 인물이 중국계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다.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 중 아시아인만 등장하는 영화는 거의 없었으며, 있다고 하더라고 흥행 성적은 좋지 못했다. 남자 주인공 닉 영의 어머니는 배우 양자경이 맡았는데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배우들은 평소에 잘 접하지 못하던 아시아 출신이어서 영화가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하지만, 이 영화는 배우들이 아시아계라는 것 이외에는 다른 특별한 점이 없다. 두 주인공과 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막장 드라마'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행하는 드라마에 비하면 다소 심심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주인공 레이첼이 중국계 미국인으로 등장해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가 닉 집안의 문제들과 세상의 불편한 시선을 받는다는 설정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 이는 단지 닉과 그의 가족이 중국인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가 부자이기 때문에 레이첼이 받게 되는 일종의 질투심인데, 이런 설정은 이미 과거 로맨틱 코미디나 로맨스 영화에서 많이 봐왔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이 영화에서 그래도 중심을 잘 잡고 있는 캐릭터는 엘레노어 영 역을 맡고 있는 양자경일 것이다. 엘레노어는 레이첼과 마찬가지로 젊은 시절 당당한 여성이었지만, 가난한 집에서 성장해 부자 집으로 시집을 오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인물이다. 그 역시 사랑을 보고 결혼을 했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일과 꿈을 포기한 후에야 그 집안의 가족이 될 수 있었다.

엘레노어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레이첼을 설득하는데, 이는 듣는 관객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인으로 자란 레이첼이 중국 전통에 쉽게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건 관객들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엘레노어를 통해 전달된 그런 현실적인 질문들은 영화에 사실감을 불어넣는다. 

약한 막장 요소와 익숙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평범한 로맨스 영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결국 영화는 예비 시어머니와 며느라 간의 갈등을 크게 부각하기보다는 좀 더 판타지에 가까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와 같은 결말은 아시아인인 우리에게는 크게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거주하고 있는 여러 아시아계에게는 어쩌면 더욱 공감이 가는 영화일 수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에선 신선한 내용인 탓일까. 실제로 이 영화는 미국 내에서 1억 불 이상을 벌어들여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이미 아침드라마의 극적인 이야기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영화 속 배우들의 인지도도 낮은 데다 조금은 낡고 심심해 보이는 이야기가 아쉽다. 전반적으로 너무 평범한 로맨스 영화다. 그래도 영화 내내 레이첼과 닉의 로맨스를 유쾌하게 보여주는 등 로맨스 영화 특유의 따뜻한 감성이 묻어난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더욱 유쾌하게 만드는 건 이 영화의 OST다. 중국어와 영어로 구성되어 있는 OST 앨범의 음악은 중국 특유의 분위기와 로맨틱 코미디의 밝은 분위기가 잘 녹아있어 독립적인 앨범으로서의 완성도가 높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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